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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황여정
문학동네
2017년 12월 13일 발행
216쪽 | 145*210 | 신국판 변형 | 무선
978-89-546-4934-6
장편소설
문학동네소설상
정상
12,000원

"세련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_심사평에서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출간!
■황여정
1974년 서울 출생. 전라남도 해남과 광주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이십대 후반에 서울로 돌아왔다.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차례

1부 율의 이야기 … 007
2부 철수의 이야기 … 069
3부 오수의 이야기 … 129
4부 남은 이야기 … 167

심사평 … 191
수상작가 인터뷰 | 정용준(소설가) … 202
수상 소감 … 213
 
세련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_심사평에서
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출간!
 
은희경의 새의 선물, 전경린의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천명관의 고래등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첫 장편소설을 탄생시킨 문학동네소설상의 스물세번째 수상작 알제리의 유령들이 출간되었다. 문학동네소설상은 올해부터 경장편소설 공모인 문학동네작가상과 통합 운영되면서 어느 때보다 열띤 관심과 호응 속에 심사가 이루어졌다. 수많은 경쟁작을 제치고 상을 거머쥔 올해의 주인공은 소설가 황여정이다. 그는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연쇄 혹은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심사위원 은희경)을 무기로 압축된 문장과 그 사이사이의 여백에서 이야기되지 않은 것이 전하는 울림을 최대치로 증폭시켜냈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나는 알지만 너는 모르는 것과 나는 모르지만 너는 아는 것은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를 갖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 둘 다 알지 못하는 것은 아예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황여정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성기게 교직하여 빈칸으로 남아 있던 삶의 풍경들을 희미하게 그려나간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그렇게 채워진 풍경 위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애틋한 관계들을 아슬아슬하게 연결해낸 가슴 저릿한 소설이다.
 
 
가벼운 장난이 삶의 각도를 조금씩 비틀고
어느덧 허구는 운명이 되었다
 
소설은 어느 여름날 벽지 위에 핀 곰팡이에서 세계지도를 읽어내는 어린 과 그에게 의지해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율과 징의 소중한 시간들은 율의 아버지가 징의 편지와 지도는 물론이고 벽지마저 모조리 뜯어내 태워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지워지고 만다.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듯 보이는 율의 부모와 징의 부모는 세월이 흘러 하나둘씩 그들을 떠나가고, 그들 모두를 이어주던 하나의 접점이 뒤늦게 드러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부마다 서로 다른 서술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알제리의 유령들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 구성을 취한다. 1부에서 율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은 제주도에서 기억의 착란을 겪는 징의 엄마를 만나는데, 징의 엄마가 멘 배낭 속엔 제본된 알제리의 유령들이 들어 있다. 2부에서 연극 연출 지망생 철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전설적인 연출가로 알려진 오수를 무작정 찾아간다. 오수는 각별히 따르던 연극계 선배의 딸인 율과 제주도로 내려가 알제리라는 술집을 꾸려나가고 있다. 3부에서 오수는 철수에게 알제리의 유령들에 대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려준다.

4부에서 율과 징 가족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이 드디어 밝혀지고, 낱낱의 이야기로 읽혔던 서사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윽고 이들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가장 슬프고 완벽한 아이러니가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사소한 농담이 어느새 모두를 옭아매는 운명으로 탈바꿈하고, 앞 세대의 비극을 원치 않게 물려받은 율과 징은 여기에 남아 그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거나, 여기를 떠남으로써 그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려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개인은 어떻게 생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알제리의 유령들은 공전하는 별처럼 마주쳤다가도 이내 스쳐가는 율과 징,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며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고 싶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무척 정교한 소설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된 듯 보이고,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 또한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독자는 스스로 이야기의 빈칸을 채우며 이 소설이 이루는 세계를 구성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같은 장면도 사람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마련이고,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로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뒤섞인 사실과 거짓이 이내 사실을 넘어서는 진실이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고 싶다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추측과 상상을 거듭하며 읽다보면 문득 이 소설이 과거와 현재, 이곳과 그곳, 연기와 인생, 작위와 역사, 심지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 수 있도록 공들여 직조된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중심에서 그 모든 것을 이어주는 가상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알 수 없는 전설과도 같은 어떤 시간들을 통해 서로 연결된 존재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는 우리가 가공의 세계를 공유하며 희미하게 이어져 있는 것처럼.
 
 
*
 
황여정씨의 알제리의 유령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바로 이 작품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궁금해하고 탐구하는 행위만이 진실이다, 라는 표현에 이 소설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실과 모든 거짓의 배치와 구성이 공부해서 쓴 것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즐기면서 쓴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자연스러운 호흡과 직관에 의지한 것처럼 보이는 유연한 흐름이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른 점이었다._강영숙(소설가)
 
알제리의 유령들은 소설이라는 제도 혹은 형식의 존재 의미를 성공적으로 증명한 소설이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실제적이지 않은 허구적 상상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누벼서 상징질서에 가려진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실재를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한다면, 알제리의 유령들은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사건이나 인물, 그리고 배경 등 거의 모든 것이 실제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발명한 허구적 상상물들로 짜여 있지만, 그것들은 그 어떤 실제적 사건의 연쇄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예외상태적 상황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_류보선(문학평론가)
 
알제리의 유령들은 정교하고 흥미롭고 안정적인 픽션이다. 그야말로 유령처럼 모호하면서도 위태롭고 또 강렬한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들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자기들이 걸쳐져 있는 세계의 분위기를 현시하는 쪽으로 더 공헌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는 관계들, 그 아슬아슬한 애틋함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멋지게 짜인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_백지은(문학평론가)
 
이 소설이 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장의 물리적 무게가 가벼워서 빨리 잘 읽히고 그래서 소설의 길이가 실제보다 더 짧게 느껴지는데, 문장의 심리적 무게는 가볍지 않아서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내게 남겨진 이 전언과 감정을 훼손 없이 소중히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부모 세대의 사소한 장난이 그 이후 그들과 남은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실은 이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는 하나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는 문장 뒤에 숨겨두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입니까? 누가 묻는다면 한두 줄로 답을 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읽고 난 다음 나도 모르게 좋은 소설이네, 라는 말이 나오는 소설들은 많다. 이 소설도 그랬다._윤성희(소설가)
 
읽는 내내 나 역시 작품 속 작품으로 등장하는 알제리의 유령들과 같은 어떤 전설을, 로망을, 그것을 통한 과거 사람들과의 연대를, 내가 단지 원자화된 개인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어떤 계보를, 그것이 설령 허구이거나 환상일 수 있다 할지라도, 강렬하게 희구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_윤이형(소설가)
 
알제리의 유령들의 매력은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연쇄 혹은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 이야기 속에 주제를 부조하는 솜씨에 있을 것이다. 작은 얼룩에서 시작해 점점 동심원처럼 번져나가던 이야기가 문득 끊어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다시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운명을 뒤흔들었던 시간의 파장 속으로 데려다놓는다. 집요함과 대범함이 느껴진다. _은희경(소설가)
 
소설을 다 읽고 나자 허구의 인물을 실존하는 존재처럼 느끼고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잘 알지 못했던 지인과 어느 기회에 깊게 대화할 기회를 얻었는데, 대화가 끝나자 그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고 사적으로 친해져 감히 안다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처럼 소설 속 인물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_정용준(소설가)
 
독자는 작중의 모든 인물과 사건에 대해 범위가 제한된,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 굴절된 정보들을 얻을 뿐이어서 마치 퍼즐 게임을 하듯이 작중 세계를 스스로 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독자에게 지루한 일일지 모르지만 조금 참을성 있게 추리와 상상을 거듭하다보면 문득 사실과 허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한 시대의 푸가(fuga)를 접하게 된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책 속에서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려준 집이었다. 아버지는 그 집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나 역시 그 집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어머니는 그 집으로 시집와서 그 집에서 죽었다. 그걸 연결, 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그 집에서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나는 끝내 모를 것이었다. 그들 역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전모를 알 리 없었다. 우리 모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본 건 집뿐이었다. 나는 일말의 뭔가라도 발견해내려는 듯 아버지보다 더욱 천천히 구석구석을 노려보았다. 집은 텅 빈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하긴, 집은 집일 뿐.(23)
 
시대는 운명을 다한 것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흔적을 추슬러 그것들을 잊지 않게 만드는 건 언제나 몇몇의 개인들이며, 그들조차도 기력이 다할 때가 온다. 비단 연극판의 일만은 아닐 것이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현실은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적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적을 만드는 건 언제나 사람이며, 그래서 결국엔 헷갈리는 것이다.(92~93)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각자에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어떤 땐 사실이 아닐 때도 있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겪었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 누군가 그걸 사실로 믿을 때.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애초에 자네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렇다면 애초에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니 판단을 안 할 건가?”(163~164)
 
나는 그때 정말 징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징이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디에 머물렀을까. 우리는 내내 행복했을까.
징은 왜 떠났고 나는 왜 남았을까. 왜 우리는 그러기로 했을까.(182~183)
 
어찌됐든 곁에 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그래서 한 번은 돌아갔었지. 그리고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그 모든 일이 나의 것이 되는 게 두려웠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일들이 나의 일이 되고 나의 기억이 되고 그렇게 결국 내가 될 것이.(186~187)
 
  
황여정
1974년 서울 출생. 전라남도 해남과 광주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이십대 후반에 서울로 돌아왔다. 2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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