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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떼가 나왔다
안보윤
문학동네
2005년 6월 17일 발행
158쪽 | 145*210
89-8281-997-5 03810
장편소설,작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문학동네작가상
정상
8,800원

……제 다리를 좀 잘라주세요.

이건 내 다리가 아니에요.

   이걸 당장 잘라버려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난, 난 미쳐버리고 말 거예요.
▶ 안보윤
1981년 인천에서 태어나 명지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이다.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악어떼가 나왔다』
제1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식빵 굽는 시간』의 김영하와 조경란, 제2회 『마요네즈』의 전혜성, 제4회 『기대어 앉은 오후』의 이신조, 제6회 『동정 없는 세상』의 박현욱, 그리고 2003년 제8회 『지구영웅전설』의 대형신인 박민규, 제9회 『어느덧 일 주일』의 전수찬까지, 역량 있고 패기 넘치는 신인작가를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이 제10회 당선작으로 안보윤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를 선보인다. 아마존의 밀림, 허리까지 올라오는 수풀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악어떼가 지나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속에서 소리도 없이 거대한 악어떼가 지나간다. 스물다섯 덩치 큰 신예 안보윤은 그렇게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하나. 실종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사건은 그 흔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배꼽에 악어 문신을 한(실은 악어 모양을 한 점이었지만) 아이의 실종은 미아 찾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언제 어디서든 사라질 수 있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구분하기 위해 부모들은 자기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문신을 찾는다. 아이들의 몸 구석구석엔 문신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복숭아뼈 밑 작은 그늘에 숨은 작고 앙증맞은 토끼, 양 어깨에 달린 천사의 날개, 어깨부터 팔을 타고 내려오는 열 칸짜리 기차, 그리고 엉덩이 사이 좁은 골에 가늘게 새겨진 장미덩굴……
잠깐의 문신열풍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아이를 잃어버린 경찰청장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까지 받게 되고, 사건은 종잡을 수 없게만 되어간다. 오천만원의 현상금을 걸고도 아이를 찾지 못하자 경찰청장의 어린 아내는 아이 대신 ‘아가’라는 이름의 강아지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둘. 열대어의 무덤
생선장사 남자와 종일 전단지를 돌리는 그의 아내. 두 사람은 남자의 여동생의 주선으로 모처럼 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를 잡고 좌판을 벌인다. 흔치 않은 기회에 더없이 물 좋은 싱싱한 고등어, 새로 구입한 특별한 생선칼……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 그리고 열대어…… 며칠 전 선배에게 끌려가 만난 열대어를 닮은 룸살롱 아가씨. “꽃값이나 떼어먹으니까 새꺄, 니가 그 나이 되도록 생선 배나 따고 있는 거야, 이딴 눈깔 풀린 고등어 배나……” 남자가 팔을 휘두른 것이 그 나이 되도록 생선 배나 따고, 에서였는지 눈깔 풀린 고등어, 에서였는지 남자는 알 수 없었다. 열대어의 말이 끝나고 나서 남자가 팔을 휘둘렀는지, 남자가 휘두른 팔 때문에 열대어의 말이 끊긴 건지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열대어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처럼 쩌억 쪼개져 있었다.
당황한 남자와 아내는 근처의 대형 마트에서 싸구려 (악어 가죽) 여행가방을 산 다음 그 안에 죽은 열대어를 잘라넣고, 구겨넣은 후 한강에 던져넣는다. 그 후, 남자의 아내는 여행가방에서 튀어나온 두 살짜리 사내아이만 품은 채 아무 말이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에게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아이를 경찰서로 데려가지만, 배꼽에 있던 악어를 닮은 점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셋. 늪지대에 선 사람들
오직 모델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독립한 C컵꽃띠, 인형처럼 예쁜 외모의 그녀는 모델을 뽑는 최종 오디션에까지 올라 마지막 세 후보 안에 들지만, 그녀의 테스트는 총 삼 분을 넘기지 못한다. “야, 거기 2번. 너 그 신발 좀 벗어봐. 너 말야, 그것 좀 벗어보라고. ……저거, 다리가 왜 저따위야.”
자신의 다리를 혐오하기 시작한 그녀는 결국 녹슨 못이 박힌 각목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친다. “제 다리를 좀 잘라주세요. 이건 내 다리가 아니에요. 이걸 당장 잘라버려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난, 난 미쳐버리고 말 거예요.”
퉁퉁 부어 썩어가기 시작하는 두 다리를 드디어 잘라버린 그녀, 그리고 다시 다리가 없는 것에 절망한 그녀는 휠체어를 끌고 한강으로 뛰어든다. "다리만, 내게 다리만 없다면!"

넷. 악어떼가 나왔다
한강 둔덕은 금세 건져올린 시체들로 그득 찼다. 한강은 물비린내와 썩다 만 시체 냄새,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고 서로 부대끼는 사람들의 땀냄새로 가득 찼다. “아 글쎄, 웬 여자가 휠체어째 물 속으로 뛰어들더라고요. 시속 사십은 나올 만큼 빠른 속도였어요. 순식간이었죠. 물보라가 일 틈도 없었다니까요. 그러더니 물 속에서 천둥치는 것처럼 쿵, 소리가 들리잖아요. 지진이라도 나나 싶어서 사람들이 들썩거리는데, 아 글쎄, 시체가 떠오르는 거예요, 무더기로! 전기로 물 속을 확 지져서 물고기떼가 둥둥 떠오르는 것처럼 아 글쎄, 그게 다 시체더라니까요, 사람 시체.”

열대어가 담겨 있던 여행가방 역시 그렇게 물 위로 떠오르고, 더이상 끔찍할 수 없는 토막살인의 실체를 알게 된 시민들은 경악하지만, 범인은 의외로 쉽게 잡힌다. 여행가방에 찍힌 일련번호 조회로 가방을 사간 사람을 추적해낸 것이다. 범인부부가 잡히고 남자의 아내에게 매달려 있던 말이 없는 아이는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아이는 특이하게도 어디에도 문신이 없다. 다만 특이한 것은, “기어다니거나 구석에 숨는 버릇이 있음.”

각각 독립된 네 개의 이야기들이 다시 하나로 엮이는 이 소설은 얼핏 끔찍하게만 보이지만, 작품 곳곳에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이러한 웃음은, 그래서 씁쓸하다. 더없이 끔찍한 이런 상황들은 모두 가공의 현실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그보다 낫다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사라지고 있고,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생선비늘을 벗겨내며, 또 누군가는 전혀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를 테고 외모로 인한 비관 때문에 자살을 감행하는 청소년들 또한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귀하게 자란 어느 부잣집 아이가 언제 알 수 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땟국물을 흘리며 미아보호소로, 다시 고아원으로 정처없이 떠돌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상력의 끝과 현실은 그렇게 맞닿아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악어떼가 나왔다』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른다.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현실, 낯선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오늘을 돌아보게 하기.
‘가공의 현실과 있을 법하지 않은 인물들에게 옷일 입히는 작자의 상상의 활력은 눈부실 만큼 매혹적이다.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구석구석에서 스토리 전개의 한 끈을 잡고 있으면서도, 인간 본성의 모순,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자의 의도를 날카롭게 대변하고 있다.’ - - 서영은(소설가)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
『악어떼가 나왔다』는, 그리고 스물다섯 ‘굉장한’ 나이의 작가 안보윤은, 불쑥, 그렇게 나타났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사나운 눈매에 어울리지 않게 소리도 없이 지나가다가는 어느 순간, 불쑥, 눈앞에 나타나는 악어처럼.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지만 노란 전구를 달고 있는 듯한 매서운 눈을 쉴새없이 굴리며, 때를 기다리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악어처럼.

“관심사는…… 글쎄요, 없어요. 취미는, 취미도 뭐가 있을까요? 쓰고 싶은 자기 얘기 같은 것도 없어요. 너무 뻔하고…… 다만 내가 쓸 글의 성질 같은 것, 아무래도 복종이나 순응, 화합…… 그런 쪽은 아닐 것 같아요. 뭔가…… 그런 게 싫어요. 내가 평생을 살아도 못 할 그런 거…… 그런 생각과 행동, 말 못 할 그 무엇…… 그런 걸 내 소설 속에 넣고 싶어요. 실은 그게 글을 쓰는 하나의 원인일지도 모르겠어요…… 즉 그냥 살다가…… 결국 그런 게 쌓이면 큰 사고를 칠 것 같으니까, 그걸 소설에 다 집어넣는 거예요. 그 속에서 다 녹이고…… 그래서 실제의 나 자신은 평범하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쓰는 건가? 아뇨,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나 자신도 불안정하고, 뭔가 닿으면 뒤틀리고 틀어지고 하니까.”
- - 수상작가 인터뷰 중에서


강렬한 작의와 거침없는 발상, 통쾌한 추진력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치열한 태도가 좋게 보였고 자기만의 가능성을 폭넓게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소설의 왜소화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이 작가가 기여할 몫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 - 성민엽(문학평론가, 서울대 중문과 교수)

『악어떼가 나왔다』의 소설적 상황은 대단히 잔혹하되 한편으로는 코믹하다. 또는 코믹하되 잔혹하다. 이제 처음 소설을 시작하는 신예가 최근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코믹잔혹극의 형식을 빌려 이처럼 높은 수준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직시하고 묘파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자질로 보인다. 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악어떼가 나왔다』는 또 한 명의 당돌하면서도 뛰어난 문학적 개성의 출현을 알리는 바로 그 소설이라고. - -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 초판발행 | 2005년 6월 17일
* 145*210 | 168쪽 | 8,000원
* ISBN | 89-8281-997-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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