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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안보윤
문학동네
2014년 3월 17일 발행
284쪽 | 145*210 | 신국판 변형 | 무선
978-89-546-2435-0
소설집
정상
12,000원

불온한 사회를 서늘하게 응시하며 우리 시대 삶의 비의(悲意)를 날카롭게 파헤쳐온 소설가 안보윤의 첫번째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유사 이래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맞이하고 있는 세계에서 비인간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하며 무엇이 그들을 아프게 하는지, 과연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되묻는다.
이 소설집은 등단 후 십 년 동안 강렬한 작의와 거침없는 발상, 통쾌한 추진력으로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등 총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상재하며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개척해온 안보윤의 모든 문제의식이 집약된 총체적 결과물이다.
◆ 안보윤 | 명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이 있다.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007

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대하여 039

아무 말도 하지 마 065

어차피 당신은 091

나선의 방향 117

다만 허공 143

괜찮아요, 아빠 173

안절부절 모기씨 195

도그하우스 219

안 243

해설 | 백지은(문학평론가) 멜랑콜리 사회학 265

작가의 말 280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가 안보윤의 첫 소설집

 

불온한 사회를 서늘하게 응시하며 우리 시대 삶의 비의(悲意)를 날카롭게 파헤쳐온 소설가 안보윤의 첫번째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유사 이래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맞이하고 있는 세계에서 비인간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하며 무엇이 그들을 아프게 하는지, 과연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되묻는다.

이 소설집은 등단 후 십 년 동안 강렬한 작의와 거침없는 발상, 통쾌한 추진력으로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등 총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상재하며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개척해온 안보윤의 모든 문제의식이 집약된 총체적 결과물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견뎌내는 현대인을 위한 멜랑콜리 사회학

 

얼마 전 한 대학교에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문구가 온 사회를 사로잡은 적이 있다. 별것도 아닌, 그저 평범하게 안부를 물을 뿐인 인사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한 반증이라 볼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삭막한 경쟁에 내몰리며 하루종일 교실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여 열심히 취업 준비만 해도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기 힘든 청년들,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직장인들과 실패한 자영업자들, 어쩌면 우리들은 다들 충분히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소설가에게는 그런 우리들조차 ‘비교적’ 안녕해 보이는 듯하다.

그가 등단 이후 꾸준히 이야기해온 사람들은 그보다 더 소외된 이웃들이다. 폭력, 왕따, 강간 등의 험악한 범죄들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가난에 노출된 사람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어차피 당신은」), 거대한 가난이나 트라우마에 맞닥뜨려 결국 낙오되며(「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마」 「괜찮아요, 아빠」 「안」),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 없는 사회 앞에 쓰러져 절망한다(「나선의 방향」 「다만 허공」).

이들의 삶은, 왜 이토록 절망스럽기만 한 것일까? 어떤 이들은 소설가의 시선이 너무 가혹하고 잔인하기만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해볼 수 있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뉴스가 매일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 아닌가. 안보윤이 이야기하든 이야기하지 않든 그런 험하고 비참한 사건 사고 들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엄연히 존재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앞에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우리를 닮은 이야기다.

 

*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아들을 원하는 아버지가 ‘유용진’이라는 이름을 지어두었지만, 성기가 불완전한 여자로 태어나고 만 ‘유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가랑이 사이로 쑥 자라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남자로 태어났음을 알게 된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유진.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그녀의 삶 앞에, 한때 그녀가 좋아했던 ‘석문’이 나타난다. ‘비교적’ 안녕한 그들의 하루.

 

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관하여

구자동 312-9번지, 언덕을 야금야금 좀먹고 지어진 무허가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인 달동네 판자촌. “도둑놈의 새끼”란 얘기를 늘상 들어오면서 살아온 남자가 있다. 그의 비좁은 방 안엔 이제는 치매까지 걸린 좀도둑 아버지가 있다. 이 비루함에서 빠져나오려 모든 노력을 다해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은,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는 것뿐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어느 대학 뒷골목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하숙집. 잘 모르는 사이였던 옆방의 남자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더니, 삼만원을 빌려달라고 한다. 외면하는 ‘고’의 눈길 너머로 사라진 남자는 다음날 세탁실에서 목을 메고 자살한 채 발견된다. 남자는 왜 하필 고의 방문을 두드렸던 걸까.

 

어차피 당신은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한 노인이 있다. 몇 해 전 찾아온 딸이 그의 장애를 걱정하여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창밖을 통해 ‘보빗 양’을 지켜보는 것이 노인의 유일한 낙이다. 살이 통통하게 찐, 하는 일이라곤 대문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을 사진을 몇 장 찍는 것이 전부인 보빗 양. 어느 날, 노인은 그런 보빗 양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나선의 방향

교통사고로 인해 목소리를 잃은 형과, 자신을 지키다 변을 당한 형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동생. 옷장사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동생의 노력과 헌신으로 인해 생활이 안정되면서, 형은 동대문에 남아 옷을 떼고 동생은 지방에서 받아 팔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형 앞에 의문의 여인 ‘말임’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 사라진다.

 

다만 허공

“허공 위에 사는 것 같아요.” 생애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 공허함에 가득 차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나도 허공을 나는 것 같아.” 그는 행복한 착각 속에 대답한다. 그들의 어긋남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비정규직 콜센터 직원인 ‘이원영’ 앞에 나타난 이상한 나무문. 허공을 걷는 듯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기꺼이 나무문을 열고 들어간다.

 

괜찮아요, 아빠

어느 날 한 여자가 택시를 타고 한강 다리로 가 두 아이를 내던진다. 그리고 죽은 큰딸의 유령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아빠의 곁을 맴돈다. 절름대는 다리로 택시를 이끌고, 한강변에서 딸을 찾아헤매는 아빠. 여자아이는 이제 곧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떠오르고 나면, 불쌍한 아빠는 누가 돌볼까.

안절부절 모기씨

잘 팔리지도 않는 전자담배를 팔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목이준’씨는 늘 안절부절이다. 숙부 덕택에 들어가게 된 ‘거지연립’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끔찍한 사건들을 상상하느라 하루가 모자란 목이준씨. 그의 상상 속에서 식당을 하는 숙부는 조선족 여직원을 겁탈하고, 숙부의 장성한 아들은 친구들과 모여 비행을 일삼는다. 안절부절 모기씨는 과연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

 

도그하우스

극성스레 개를 사랑하는 엄마 때문에, 늘 열 마리나 되는 개들과 함께 자라난 한 남자아이가 있다. ‘비교적’ 온전히 자라나 학교에도 가고 학원에도 가게 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 개들이 싫다. 개에게 초콜릿을 먹이면 죽는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는 늙은 개에게 초콜릿을 먹이는 아이. 결국 남자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찻길로 뛰어든다.

무수한 ‘안’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또다른 ‘안’의 이야기. 안을 사랑하는 안. 안을 멸시하는 안. 안을 종용하는 안. 소외와 폭력으로 이루어진 삶을 안은 무수히 경험해나간다. 희망할 수도, 절망할 수도 없는 삶. 이제 옹송그렸던 안이 일어선다. 그러나 다시는 안에게 돌아오지 않을 안의 이야기.

 

*

 

내게 있어 소설이란 그랬다. 타인의 책상에서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부끄럽게도 나는 타인의 삶을 짐작해왔을 뿐이다. 온전히 응시하지 못한 채, 그들의 삶 속으로 단 한 발짝도 걸어들어가지 못한 채. 때문에 지금의 나는, 더없이 부끄럽고 두렵다. 나는 아직 누구의 삶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더 깊어지고 싶다. 그리하여 더, 오래 쓰고 싶다. _‘작가의 말’에서

 

어리석고 어리석고 완고하고 부실한 구조물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경간(徑間)은 어디인가. 바로 안보윤 소설이 줄곧 관심을 기울여온 저 약자들,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 아닌가. 안보윤 소설이 과도하게 느껴질 만큼 불행에 잠식된 이웃들로 가득한 것은 그가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양태에 무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안녕을 위협하는 병리적 현상들에 특히 예민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사회의 평균 지수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아니라 사회의 안녕과 존속을 최전선에서 담당하는 퓨즈를 알아보는 데 그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만한 촉수를 지니고 있다. _백지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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