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따라 1978년 ‘광주대단지’라고 불리던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십수 년을 살며 학교를 다녔다. 도시에서 사는 일은 지질했다. 이미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부모를 따라 1994년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귀향했다. 고향이었지만 이미 고향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발밤발밤 숲정이로 향하는 날이 많아졌다. 꽃들 이름을 익히고, 나무를 배우는 시간이 늘었다. 농사꾼처럼 아예 봄부터 가을까지 숲정이에서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며 그것을 밑절미 삼아 ‘백초효소 발효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봄 숲과 가을 숲은 같은 숲이었으나 또 다른 숲이었다. 마을 숲정이에서 이제 다시는 하얀색 꽃이 피는 산작약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처럼, 비가 오거나 긴 겨울이 시작되면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2000년 김영민 선생께서 주관하시던 ‘장미와주판’을 만났다. 함께 공부하며 꿈꾸던 인문학술공동체인 ‘장주학숙’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 지은 책으로 『산책』과 『그늘 속을 걷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