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세상이 원하는 프로필과 나는 영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무명가수, 무명작가.
단지 ‘사람’ 앞에 수식어 몇 개를 붙일 수는 있었다.
못된 사람, 이기적인 사람, 취한 사람,
노래를 만들어 가끔 천천히 부르는 사람,
글씨를 좋아하는 사람, 글씨가 좋아 자꾸 끼적이는 사람,
끼적이던 것이 책이 되었는데,
그래서 사랑하는 책들에게 민폐가 될까 걱정하는 사람,
꽃 타령 새 타령이나 하는 사람,
그것만 해도 좋은 사람,
아직 떠나갈 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늘 설레는 사람,
간혹 사랑으로 비관하는,
이유 없이 슬퍼지는,
그러나 참 많이 행복한,
그러나 결국에는 다시 돌아가 싹 다 지우고
그냥 ‘사람’이라고만 말하고 싶은,
나는 당신과 완전히 다른,
어쩌면 참 비슷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