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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평 13-01-17 21:00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평
 
 
*심사 총평
 
심사위원 : 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어느덧 14회에 이르렀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유소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것을 축하라도 하듯 뛰어난 작품이 여럿 응모되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먼저 이렇게 풍성한 잔치가 될 수 있도록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공모에 문을 두드려 준 114명의 작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 준 응모자들의 힘이 우리 어린이문학을 더욱 발전시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공모는 예본심 분리가 아니라 통합의 방식으로 심사 방법을 바꾸었다. 김리리, 김지은, 유영진, 임정자, 장주식 이렇게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투고된 작품을 오 등분하여 각자 작품을 읽고 예심 통과작을 정한 뒤, 그 작품들을 심사자들이 다시 돌려 읽었다.
한 달에 걸쳐 예심을 진행한 끝에 심사자들은 각자 두세 편의 예심 통과작을 올렸다. 이렇게 본심에 오른 십여 편의 작품을 꼼꼼히 읽은 심사자들은 12월 22일 문학동네 회의실에 모여 본심을 진행했다.
심사자들은 먼저 심사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밝혔다. 이 과정에서 『삼백이의 칠일장』『방학 탐구 생활』, 「신고해도 되나요.」 외 4편, 『함박눈 따뜻한 날』, 「드레스 장례식」외 6편이 집중적으로 논의할 작품으로 거론되었다.
먼저 「드레스 장례식」 외 6편은 보기 드문 단편 모음인 데다가 반짝이는 작품이 여럿 보였기에 심사자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하지만 작품 간의 편차가 크다는 점과 화자가 아이로 설정되어 있지만 어른 화자에 가깝다는 점 때문에 수상작에서 제외되었다.
『함박눈 따뜻한 날』은 불행에 빠진 아이의 삶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잔잔하고도 따스한 어조로 그려 냈다는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 감동의 에너지가 1장에서만 넘실거린다는 점이 지적되어 곧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남은 세 작품인 『삼백이의 칠일장』 『방학 탐구 생활』, 「신고해도 되나요.」 외 4편의 작품은 심사자들이 지적할 흠결보다 치켜세울 장점이 더 많은 작품들이었다. 연작 옛이야기 형식의 『삼백이의 칠일장』은 지난 십여 년간 많은 작가들이 뛰어들었던 창작옛이야기의 결정판이라 할 만큼 빼어난 작품이었다. 해학과 유머는 기본 탑재, 세상을 한입에 말아먹을 뻥 정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이 작품에 대해 본심위원인 김리리 작가가 쓴 『뻥이오, 뻥』의 이야기꾼 주인공 순덕이가 커서 이런 글을 쓴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방학 탐구 생활』은 동화의 소설화 경향에 맞서 진짜 동화란 이런 것이라고 선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장편동화였다. 모험이 사라진 시대의 모험 서사라는, 평론에서나 소망하던 서사가 뼈와 살을 얻어 세상에 나왔다고나 할까. 응모작 중 어린 독자들의 가장 열렬한 환영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신고해도 되나요.」 외 4편의 작품은 수년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애타게 기다리던 저학년 동화와 고학년 단편들이었다. 「신고해도 되나요.」나 「내 친구 황금성」 같은 저학년 동화의 경우 관념 속 어린이가 아닌 펄펄 살아 숨 쉬는 어린이를 그려 내는 데 성공했다. 작은 사건이 눈덩이 커지듯 불어나는 방식의 소동을 그려 내는 데는 이 글을 쓴 작가를 따를 작가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심사자들은 이 세 작품 모두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이었기에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고민에 빠졌다. 세 작품 모두 같은 저울에 매달 수 없는 다른 빛깔, 다른 장르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각 작품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이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때 한국어린이문학사에 어떤 좌표를 차지할 것인지, 그리고 12월 19일 이른바 ‘멘붕의 날’ 이후 문학의 지형도를 그려 나가는 데 있어 어떤 작품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까지 논의가 이어졌다.
결국 긴 논의 끝에 정체되어 있는 창작옛이야기 장르의 물꼬를 터 주고 한국적 판타지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 줄 『삼백이의 칠일장』과 낭만적 어린이상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이겨 나갈 것인지를 통쾌하게 그려 준 『방학 탐구 생활』을 공동 대상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역사상 최초의 공동 대상인데다가 처음으로 저학년 동화에 대상이 수여되는지라 심사위원들은 기쁘기도 하며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매우 훌륭했기에 두 작품 모두에게 대상을 주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신고해도 되나요.」 외 4편의 경우 「신고해도 되나요.」나 「내 친구 황금성」과 같은 저학년 동화의 문장이 저학년 동화보다는 소설 리듬에 더 가깝다는 점이 옥에 티로 지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쉽지만 우수상으로 정하여 격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옥에 티는 앞의 대상작에 비해 상대적인 옥에 티일 뿐이라는 점도 밝혀 둔다. 대상작을 세 편 내기에는 심사자들의 부담은 너무 컸다. 세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심사를 마치고 나서 일 년쯤 지나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단행본을 만나게 된다. 심사를 마치고 나면 늘 완성된 책의 모습에 대해 기대가 되지만 이번 공모작들은 그 기대가 더욱 크다.
공모 당선작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 출판사의 상업성과 결탁하여 수상작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이 당선작들이 책으로 나오고 나면 이런 말들은 쏙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번 당선작들은 우리 어린이문학 동네의 막힌 구멍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역할을 하리라 자신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원고를 읽었고 이 즐거움이 다음 심사 때에도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응모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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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 김리리(동화작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뛰어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반가웠다. 풍부한 서사와 탄탄한 문장력,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우리 아동문학의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응모작들을 들여다보면 고학년 장편, 역사 동화나 SF 판타지가 강세였다. 그만큼 저학년 동화나 단편 모음집, 옛이야기로는 작품성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이번 수상 작품들은 저학년 동화, 단편 모음집, 옛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수상작들이 놀이를 잃고 공부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물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삼백이의 칠일장』은 이름이 없어서 저승사자를 세 번 피해 삼백 살까지 살게 된 삼백이의 이야기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삼백이가 죽고 난 뒤 펼쳐진다. 구렁이 귀신, 소 귀신, 말 귀신 등 온갖 동물 귀신들이 삼백이의 칠일장을 치르며 들려주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삼백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인물과 사건이 마지막에 가서는 교묘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형식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흥미와 재미는 더해 간다.
사람들한테 담배를 얻기 위해 조금씩 산을 내어주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호랑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자아를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지기 싫어하는 안져 할멈이 언제나 양보를 하는 먼저 할멈을 이기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자기 꾀에 넘어가는 이야기는 반칙을 일삼고 약삭빠른 사람이 성공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고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준다.
『삼백이의 칠일장』은 독자로서는 무한한 행복을, 작가로서는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옛이야기 형식을 잘 살려 쓴 작품으로 재치와 유머는 물론이고 삶에 대한 냉철한 통찰까지 담겨 있어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게 없을 만큼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리 옛이야기 구조를 잘 살려 쓰되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버무려 재미와 유머, 삶에 대한 통찰까지 보여 준 작품으로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방학 탐구 생활』은 아버지와 협상을 통해 어른들에게 빼앗긴 방학을 되찾은 백호가 스타를 만나고, 돈을 벌고, 무인도를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뒤 펼쳐지는 이야기다. 어른들이 봤을 때는 전혀 현실성 없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지만 백호는 타고난 능청스러움을 발휘하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하나씩 실천해 간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뻥쟁이 백석, 애늙은이 백호, 짜증 대마왕 신경성, 그리고 분노의 김작가, 칠금도 할머니 등 개성 있는 인물들일 것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을 작품 안으로 끌고 와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세 명의 악동이 칠금도를 여행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사건들은 코믹함을 더해 읽는 재미를 살려 준다.
『방학 탐구 생활』은 입시 경쟁에 내몰려 오랜 시간을 교실과 학원에 갇혀 지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와 모험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고해도 되나요.」는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저학년 동화라 반가웠다. 저학년 동화는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나온 저학년 동화들의 면면을 보면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쓴 동화는 많지 않은 듯하다.「신고해도 되나요.」 외 4편의 동화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활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내 친구 황금성」은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동 캐릭터가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고양이 미야」는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승준이의 간절한 마음이 잘 담겨 있으며, 동물을 키우다 버리는 인간의 이기심에 문제의식을 던져 주고 있다. 「길 위에서」는 장애가 있는 형 때문에 늘 엄마의 사랑을 양보해야 하는 단비의 고민이 잘 담겨 있다. 그리고 대표작인 「신고해도 되나요.」는 불량 식품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날 만한 사건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교장 선생님, 문방구 할아버지, 담임 선생님 등 어른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책임을 회피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이에 굴하지 않고 잘못된 문제와 싸우는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함박눈 따뜻한 날』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응모작 중에서 가장 진정성이 돋보였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잘 녹여 낸 작품이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문장을 되새기며 읽게 되는 작품이 몇이나 될까.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이 작품을 몇 번이고 되새겨 읽게 만들었다.
신 나고 재미있는 동화가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면,『함박눈 따뜻한 날』처럼 가슴을 울리는 동화는 우리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가슴 따듯한 사람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기존에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왔고, 할머니의 치매 또한 영화나 책으로 많이 다루어져 소재 자체가 참신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번 응모 작품은 참신한 소재와 개성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만큼, 『함박눈 따뜻한 날』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서 아쉽게도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작품을 쓴 작가의 노고에 감사하며 가슴 깊이 박수를 보낸다.
 
『우주 +∝』는 장단점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복제 돼지를 이용한 생명공학과 사이보그 기술의 대립은, 기존 SF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라 흥미롭게 읽혔다. 그러나 갈등이 만들어지고 해소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소재가 독특하고,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만큼 사건을 좀 더 치밀하게 구성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이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면 좋은 작품으로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가의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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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예심에서 받은 인상은 주제와 소재에서 겹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작품의 소재 중에는 죽음과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과 우리나라의 고대 생활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주제 면에서는 어린이들이 불안정하고 두려운 현실을 딛고 호연지기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강도 높은 풍자와 우의적 설정을 시도한 작품도 있었는데 주제는 역시 현실의 불안과 공포였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쓸 때 서로 비슷한 접근을 하게 되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상이 일정한 영역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들기도 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그러한 우려 속에서도 작가의 시선, 구성, 인물의 형상화, 문체 등에서 노력을 인정받은 경우다. 『반오의 꽃』과 『서라벌 걸동 축국단』은 모두 신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반오의 꽃』은 영혼과 육체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서라벌 걸동 축국단』은 신라 시대 어린이들의 생활사를 파고든 사실적 접근을 보여 주었다. 두 작품 모두 밀도 있는 구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으나 ‘왜 신라 시대여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 왜 이런 작품을 쓰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증이 어려운 오래된 과거로 이야기의 배경을 옮길수록 내용은 작가의 상상에 의지하게 된다. 이때 작가는 ‘그 시대를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가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왜 그 시대로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역사’가 또 하나의 신기한 배경이 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삼백이의 칠일장』은 사후 세계를 다룬 여러 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능청스러운 문장과 정확하게 짝을 이루는 각각의 짤막한 이야기는 사라진 입담가의 부활이라고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옛이야기의 구성을 택하더라도 이야기는 언제나 ‘새 모험’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데다 한달음에 읽히는 글의 기운이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방학 탐구 생활』은 ‘꿈에서나 이루어질까’라고 생각하는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우리 국토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실현하는 이야기다. 독자가 주인공과 동행하여 직접 표를 끊고 배를 타는 것같이 느껴지는 동선 묘사와 입체적인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한번 해 봐야겠다’는 용기를 내게 심어 준다는 점에서 용감한 이야기지만 상당한 수준의 현실적 고려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만용은 아닌 균형 잡힌 작품이었다. 수평적 진행에 머무르지 않고 결말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가져가는 능력을 보면서 앞으로 이어질 이 작가의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신고해도 되나요.」는 인물의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동화집이다. 주눅 들거나 부풀려지지 않은 정직한 어린이가 등장해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다. 작가가 구사하는 유머는 생기 넘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서 읽은 뒤 여운이 깊다.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황금성이나 민재에게는 어린이는 ‘천방지축’이라는 흔한 말이 적당치 않을 것 같다. 자기 삶의 리듬과 자기 생각의 줄기를 알고 이렇게 저렇게 해 보는 대견한 어린이들이다. 쏟아져 나오는 어두운 뉴스에 움츠러든 이 시대의 우리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예심부터 본심에 이르기까지 이번 공모에는 보기 드물게 수작이 많았다. 언급하지 못한 작품들 중에도 작가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 여럿 있었다. 다만 지금 우리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와 그것을 작품으로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대한 믿음을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삼백이의 칠일장』과 『방학 탐구 생활』을 대상으로 「신고해도 되나요.」를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모든 응모자 여러분께 결과에 아쉬워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시라는 응원의 당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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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 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심사를 할 때마다 전반적으로 우리 어린이문학의 수준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십여 년 전 처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를 맡았을 때만 해도 맞춤법과 같은 기본기도 제대로 닦이지 않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림 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를 흉내 내거나 <TV 동화 행복한 세상> 투의 미담을 동화의 전부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가 활동이나 취미 삼아 쓴 것 같은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내 예심 박스에 들어 있던 스물세 편의 작품 중 본심에 올릴 작품은 두 편에 불과했다. 그릇에 물을 채우는 걸 비유로 삼자면, 전에는 물이 반도 못 찬 그릇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고르게 3분의 2 정도는 채우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고 넘쳐흐르는 작품만이 독자들을 만날 권리를 가진다.
릴리언 스미스는 동화를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것, 앞뒤 이야기는 다 들어맞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동화, 씨앗(origin)이 있어 시간의 무게를 이겨 내는 작품 이렇게 셋으로 나누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본심에 오르지 못하고 예심 박스에 남겨진 작품들은 “이 작품을 통해 이 작가가 세상에 절박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씨앗(origin)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응답이나 진중한 울림을 주지 못한 작품들이었다.
많은 작품들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를 써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소재를 다뤄 보면 흥미롭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품이 시작된 게 아닌가 삐딱한 의심을 하게 했다. 내가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세상에 꼭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봐 주길 바란다.
예심을 통과해 온 십여 편의 작품들 역시 예심 과정에서 느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글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은 대체로 인물이 살아 있지 못해 작가의 관념을 실어 나르는 역할에 그친다. 작품의 5분의 1정도만 읽어도 “아 이 작가가 이걸 말하려고 이걸 썼구나.” 하고 전하고자 하는 교훈이나 의도가 금방 떠오른다. 이렇게 의도가 보이면 나머지를 읽는 시간은 고역이다. 이야기의 즐거움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역사 동화에서 두드러져 보였다. 과거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현실 이야기를 다룰 때보다 더 그럴 만한 이유와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 정신은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신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둘이나 있었는데, 그 정도 시기로 가게 되면 역사적 고증이 불가능한 시기이기에 거의 백 퍼센트를 작가 상상에 의지해서 쓰게 될 수밖에 없다. 판타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시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역사란 과거와 나누는 대화 혹은 현실을 비춰 보는 오래된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역사(동화)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연결 짓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려고 했던 건지 스스로 되물어 보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여기 언급할 작품들이 있어 이번 심사는 몹시 풍요로웠다. 이 년간 대상작을 내지 못해 몹시 아쉬웠는데 이번에 그 아쉬움을 한꺼번에 풀게 되어 매우 흡족했다.
 
「드레스 장례식」외 6편의 단편들. 「카페 곰 아저씨」는 반짝이는 단편이다. 심리 묘사는 「아빠의 집으로」가 더 뛰어나고 설정은 「벌레 만들어 드립니다」가 더 흥미롭지만 이 동화는 앞의 두 작품이 가지지 못한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억지스러운 따뜻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따뜻함이기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었으리라. 가장 눈에 띈 단편은 「돌 씹어 먹는 아이」였다. 상상력이 참으로 독특하다. 가족들이 서로가 갖고 있는 괴상한 식성을 고백할 때마다 배꼽을 잡았다. 이 작품 하나만 보았을 때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 나갈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하지만 반짝이는 단편 두 편만으로 수상 결정을 할 수는 없었다.
 
『삼백이의 칠일장』은 짧지 않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원고를 손에 쥐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작품을 죽 읽어 나갔다.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교훈이라는 것도 단순히 도덕 교과서의 교훈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바탕 된 것인지라 긴 울림을 준다. 특히 저승사자를 피해 다니는 삼백이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삶과 이름의 관계는 또 어떻게 맺어져 있는지 깊이 있는 질문과 응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해학적 문장이다. 말도 안 되는 뻥이지만 능청스러운 문장 덕에 술술 넘어가며 독자를 빨아들인다. 각 에피소드의 끝자락마다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삼백이의 얼굴이나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더벅머리 삼백이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이렇게 자연스레 삼백이 이미지를 떠올리며 웃음 짓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뻥쟁이 이야기꾼의 탄생을 축하한다.
 
『방학 탐구 생활』을 읽으며 『만년샤쓰』의 창남이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 방정환이 재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십여 년 동화의 소설화 경향이 많이 이야기되었다. 또한 장르 용어 정의를 할 때 어린이 서사 장르를 동화로 총칭할 것인지 아니면 동화와 소설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렇든 저렇든 전통적 의미의 동화의 경계는 많이 축소되고 적어도 ‘고학년 서사물’에 있어서는 소설을 닮은 작품들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출간되면 소설 쪽으로 많이 기운 무게중심을 동화 쪽으로 좀 더 많이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화 장르만이 가질 수 있는 미학적 즐거움을 매우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남이’ 같은 낭만적 주인공 석이였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통과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간상은 바로 주인공 백석과 같은, 명랑과 낙관을 기본 탑재하고 거침없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 아닐까.
 
「신고해도 되나요.」는 아이러니를 거침없이 드러내면서도 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낸 저학년 동화이다. 최근 신인 작가들이 쓴 주목받는 저학년 동화들이 관념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작가의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정말 손에 잡힐 듯 펄펄 뛰는 아이들이다. 「신고해도 되나요.」도 그렇고 또 다른 응모작인 「내 친구 황금성」도 그렇고 소동을 그려 내는 데 있어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방학 탐구 생활』의 석이처럼 명랑하고 쾌활한 인물을 여럿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이 아이들이 관념이 아닌 몸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건강하다. 이 동화를 읽으며 명랑과 낙관이 이 오 년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삼백이의 칠일장』이 십 년 이상 많은 동화작가들이 리비도를 투여한 창작옛이야기 장르의 한 정점을 보여 주고, 『방학 탐구 생활』이 동화와 소설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동화 쪽으로 옮겨 놓는 역할을 한다면, 이 「신고해도 되나요.」는 미하엘 엔데나 뇌스틀링거 스타일의 판타지로 기우는 경향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고양이 미야」와 「길 위에서」와 같은 단편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작가가 보여 줄 다양한 작품 세계가 기대된다.
 
세 작품 다 대상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저학년 동화의 문장과 리듬을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는 「신고해도 되나요.」를 우수상으로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92학번 황금세대라는 말을 안다. 동시대에 등장하여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 선수 박찬호, 정민철, 염종석, 임선동, 조성민, 박재홍, 송지만 등을 92학번 황금세대라고 부른다. 이렇게 한꺼번에 등장한 『삼백이의 칠일장』 『방학 탐구 생활』, 「신고해도 되나요.」의 작가들도 오래 정진하여 이십 년 뒤쯤 14회 황금세대라는 전설을 얻기를 바란다. 수상을 축하하며, 비록 심사평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귀한 작품을 응모해 준 모든 응모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번 주인공은 당신들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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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 임정자(동화작가)
 
이번 응모작은 대체로 수준이 높았다. 주제면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도 많았고, 장르도 다양했으며, 문장이나 구성이 뛰어난 작품들도 많았다. 읽으면서 즐거웠다.
그러나 종종 당황했다. 내가 어린이문학상 응모작을 읽고 있는 것인지, 청소년문학상 응모작을 읽고 있는 것인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였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어린이문학 작품에 주는 상이다. 어린이문학은 어른들이 즐기는 문학과 성질이 다르고, 그 다름은 독자가 어린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최근 들어 어른들‘도’ 어린이문학을 즐긴다. 어린이문학을 즐기는 어른 독자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어른 독자는 그저 ‘-도’일 뿐이다. 어른 독자가 많아졌다고 해서 어린이문학이 어른문학스러워질 수는 없다. 누구 말마따나 어린이 어깨 너머에 있는 어른을 바라보며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물론 어른의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들이 어린이문학의 언어를 몸에 익히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린이문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익혀야만 한다.
어쨌든 눈에 띄는 작품이 어느 해보다 많았고, 그래서 기뻤던 12월이었다.
 
특히 『삼백이의 칠일장』은 그 어느 작품보다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이나 민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대체로 이런 류의 작품을 진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현대적으로 계승 창작된 작품의 축적이 적은 탓이다. 그런데 응모작 중에 우리 민담을 가지고 놀이하듯 글을 쓴 작품이 있었다.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날 뿐 아니라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 낸 솜씨가 대단하다. 우리 아동문학판에 또 한 명의 이야기꾼이 등장한 것이다. 환영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조금만 더 이 시대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방학 탐구 생활』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대가 빼앗은 아이들의 놀이세계, 모험세계를 문학으로 충족시켜 주고 있다. 우리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주인공 백석이나 백호, 경성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야기세상에서나마 마음껏 뛰놀면 좋을 독자를 안정된 세계 안에 머물게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신고해도 되나요.」의 작가는 어린이소설에 어울리는 언어의 리듬을 몸에 익힌 작가이다. 각 편마다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실감을 확보한 점이나, 생생한 인물과 장면 묘사, 유머가 눈에 띈다.
그러나 좀 더 이야기 속 리듬과 겉으로 드러난 리듬을 조화시키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수상작으로 선정하지는 못했지만 『함박눈 따뜻한 날』이나 『엄마의 웨딩드레스』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치매 걸린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함박눈 따뜻한 날』은 잔잔하면서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 인물들의 내면을 무리하지 않고 잔잔하게 써 내려간 점이 놀라웠다. 그러나 익숙한 이야기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접근했다는 것은 크나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웨딩드레스』는 미혼모와 딸이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며 자기 삶의 자리를 확보해 가는 이야기이다. 미혼모 문제는 어린이문학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 또한 익숙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서사의 전개에 무리가 없고 대개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익숙한 모티브와 통속적 결말은, 가족 해체가 상당 부분 진행된 현 사회에서 가족을 보는 새로운 눈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겠는가.
새로운 시각,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서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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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 장주식(동화작가)
 
올해는 응모된 작품들을 보면서 아주 즐거웠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어린이문학계를 튼튼하게 세울 훌륭한 재목감을 발견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둘째, 문학의 일차적인 요소가 재미라는 것 또한 잘 보여 주고 있다. 셋째, 오밀조밀한 답답한 서사 속에 갇히지 않고 이야기가 시원하게 쭉쭉 뻗어 나간다. 넷째, 아이들에게서 절대 뺏어서도 안 되고, 도저히 뺏어 올 수 없는 바로 ‘놀이’가 이야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다섯 번째, 작가들이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이 작가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한다.
 
 
『방학 탐구 생활』
골목길도 사라지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아이들이 놀이를 잃어버린 시대다.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듯이 놀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다. 놀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몸을 움직여서 노는 놀이가 줄었다는 뜻이다. 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가상공간에서 놀거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며 대리 만족을 취하는 놀이 형태가 늘어났다. 아이들은 몸으로 놀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런 공간과 시간이 없으니 욕구불만이 될 수밖에 없다. 욕구가 자꾸만 거절되면 폭력적으로 되거나 무기력해진다. 요즘 ADHD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 주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칠금도’라는 공간을 창조하고 우여곡절 끝에 시간도 마련해 준다. 놀이의 극한까지 가 보는 체험은 중요하다. 온몸이 지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을 정도로 마음껏 놀아본다면 노곤한 즐거움은 말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인공들이 칠금도를 한 바퀴 돌도록 이끌어 낸 부분에서 작가는 그런 체험을 하게 해 주었다.
 
『삼백이의 칠일장』
오랜만에 정말 유쾌한 이야기를 읽었다. 이야기를 이렇게 능청스럽고도 맛깔스럽게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잘 타고난 재주라 하겠다. 거칠 것 없이 시공간을 오가고 쭉쭉 뻗어 가는 서사를 가진 것이 옛이야기가 가진 참맛이라면, 이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또한 한 시대에만 국한되어 소비되고 마는 이야기는 옛이야기라는 이름에 값할 수 없다.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고 언제든 새롭게 해석되고 서로 나눌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옛이야기다. ‘옛’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되, 그 이야기는 늘 현재의 삶을 살아 낸다. 『삼백이의 칠일장』이 바로 그렇다. 옛이야기의 옷을 입고 있으나, 바로 ‘지금 . 여기’의 이야기다. 작가가 생산한 연장군, 담 큰 총각, 안져 할멈 같은 캐릭터는 눈부시다. 다만 개 귀신 이야기와 말 귀신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 오늘의 문제들을 비판하려는 의식이 좀 더 많이 담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호랑이 왕과 멍도령의 캐릭터가 수동성을 가진 느낌이 아쉬울 뿐이다.
 
「신고해도 되나요.」 외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동화 출판에 장편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여러 문학상의 수상작들도 장편이 압도적이다. 서사문학의 본령이 단편에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 그만큼 단편이 쓰기 어렵다는 반증도 된다. 이번에 힘 있는 저학년 동화와 단편들을 한꺼번에 만나서 우선 반가웠다. 글을 읽고 났을 때, 울림이 만만치 않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또한 캐릭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도, 각각의 작품들에서 주인공들이 잘 살아 있었다. 좌충우돌이지만 끝내 미워할 수 없는 아이 황금성, 겉으론 툴툴거리지만 속 깊은 정을 보여 주는 단비, 고양이의 죽음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깨닫는 승준이, 아이다운 선함과 용기와 두려움이 혼재된 경수와 민재. 자칫 도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잘 그렸다. 그건 작가가 사건과 인물을 연결시키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문학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볼 때, 이 작가의 작품들은 충분히 그런 매력을 갖고 있다.
 
『함박눈 따뜻한 날』
문학은 인간학이라는 말이 있다. 문학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되리라. 사람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눈에는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두 딸의 슬픔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의 작가의 눈이 바로 그렇다. 아빠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돌봐 주러 온 외할머니마저 곧 치매에 걸려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 간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치매에 걸려 점점 어려져만 가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 아픔을 곱게 감싸 안으면서 두 자매는 오히려 성장한다. 힘들고 아픈 사람을 돌보면서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게 된다. 다만 두 층위의 서사―아빠의 죽음/외할머니의 치매―를 한 작품에 다 담아 내려는 욕심이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치매 문제에 대한 해결이 매우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이 부분에 ‘새로움’을 제시하지 못한 결말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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