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정도상 신작 장편소설 <낙타> 문학동네 카페 연재 시작합니다! 09-06-05 14:23
정도상 신작 장편소설 일일연재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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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 갔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나는, 고비에서 생의 한 고비를 넘고 싶었다. 고비는 직각의 암벽처럼 높았고, 모래바람은 거칠었다. 서 있으면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고, 앉아 있으면 바람에 실린 모래가 입과 코로 마구 들이쳤다. 고비로 들어가기 위해 모래 언덕을 기었지만 끝내 오를 수는 없었다. 고비의 언저리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나는 또 하나의 고비를 만나고 말았다.
고비사막의 바람 속에서 풍화되고 있는 낙타를 만났다. 늑대가 뜯어먹고 간 뒤 작은 들쥐들이 들락거리며 내장을 파먹고, 독수리가 날아와 마지막 살점까지 청소해버린 낙타의 뼈가 내 정신을 수직으로 세웠다.
제목을 ‘낙타’로 정한 것은 짐승 중에서 낙타만이 유일하게 영혼의 속도로 걷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몽골초원과 고비사막을 건너는 여행이지만, 결국은 자기 내면과 만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낙타가 찍고 간 부정과 몰락의 발자국에 니체의 문장도 가끔 섞여 있다.
바라건대, ‘낙타’를 타고 무사히 생의 고비를 건널 수 있기를……
_‘연재를 앞두고’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