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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세요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평입니다. 09-12-30 15:39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예심평




문학의 기본은 문장일 것이다. 여기에 매력적인 주인공, 흥미로운 이야기, 짜임새 있는 구성에다 그럴싸한 소재까지 갖춰 준다면, 시쳇말로 문학적 ‘스펙’은 골고루 갖춘 셈이다. 딱히 까탈을 잡을 이유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펙은 그저 스펙일 뿐이다. 그 누구도 작품의 ‘스펙’에 매료되지는 않는다. 스펙이 화려하다고 인간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그 작품이 담아 내는 매력적인 시선이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무섭도록 뜨거운 한 사나이의 광기 어린 시선 탓이다. 그림으로서 갖추어야 할 스펙에 매료되는 것이 아니다.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응모작들은 제법 풍성했다. 작품의 편수도 예년보다 늘었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문학적 ‘스펙’으로 따지자면 예심에서 낙마할 이유가 없는 작품들도 많았다.

다만 그렇게 ‘스펙’에 충실한 작품들일 뿐, 매력적인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작가만이, 그 작품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그 무엇이 결여되어 있었다. 매끈하게 세공하였는지는 몰라도 원석 자체의 아름다움이 없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이런 질문 앞에 그저 달랑 소재만 내밀어서는 너무도 궁색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뻔한 경구여서도 곤란하다. 장황하게 이야기해 봤자 결론이 훤히 내다보이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길을 잃고 조난당하거나 요행히 숲을 빠져나와 봤자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산행이 매력적일 리가 없다.

지도가 필요하다. 그것도 남들 다 들고 다니는 흔해 빠진 지도가 아니라, 나만의 고민으로 손수 그린 나만의 지도. 그렇게 손때 묻은 지도를 가슴에 품고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매력적인 시선으로 숲을 바라보자. 그럴 때에만이 스펙이건 뭐건 따질 겨를도 없이 푹 빠져들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특히나 단편동화의 경우 아쉬움이 컸다. 올해도 본심에 오른 단편집이 없다.

단편동화는 분량이 짧다는 것뿐, 장편동화와 마찬가지의 완결성이 필요하다. 짧은 분량에 담아내야 하기에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단편동화의 경우, 쉼표 하나로 작품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도 한다. 쉼표 하나가 화룡정점이 되어 주는 매력적인 단편동화의 등장을 간절히 고대해 본다.

독특한 매력으로 입맛을 돋우는 작품들도 없지 않았다. 그런 작품들이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올라 풍성한 식탁을 차렸다.



우선 <두 마음>의 경우, 인터넷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한 동화가 종종 시도되기는 했지만 그 가운데 세련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오가며 두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상상이 독특하면서 현실적이다. 지금 우리들의 삶을 유비하는 날카로움도 엿보인다. ‘하나의 삶을 살기도 힘든데 두 마음이라니’라고 툴툴대는 어른들의 삶에 비해 ‘두 마음으로 살아서라도 경쟁적인 현실의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 꾸준히 활동하면 레벨이 올라간다거나 탈퇴 고민을 한다거나 사이버 세계에서 우정을 맺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주인공은 왜 레벨을 올리는지, 왜 탈퇴를 고민하는지에 대한 더 깊은 갈등의 구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두 마음의 세계는 현실 세계가 아니고, 잠이 들어야만 빠져들 수 있는 세계라는 점에서 환상 공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도 문제일 것 같다. 단지 환상의 도피적 기능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지향점이 있어야 할 텐데, 마무리까지 읽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약점이다.



<과자 인간 이야기>는 과자 회사에서 실험 중 변이가 일어나 과자 인간이 되어 버린 햄스터와 피자 가게 아들 재동이의 이야기다. 후반부 구성이 상대적으로 엉성하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중반 이후에 이야기의 결말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먹거리에 대한 경고’라는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박진감 넘치게 짜 넣은 구성력은 높이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보다는 정보가 선행하여 기획 동화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 안타까웠다.


<카스테라 소년>은 정유재란 때, 전쟁 노예로 끌려간 소년의 모험 이야기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적인 중요 사건들을 이야기 중간 중간 집어넣는 발상이 기발하다.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모험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는 소년의 이야기가 스릴 있고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 역사를 소재로 한 동화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기존의 역사동화들과 비교해 <카스테라 소년>의 장점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서양까지 아우른다는 점이다. 무대가 넓어진 만큼 작가는 들려줄 것도, 보여줄 것도 많았을 것이다. 역사를 소재를 한 동화는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 사이에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고 산만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우연을 지나치게 남발하다 보니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녹슨시 이야기>는 도시개발문제, 교육문제 등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이야기 안에 담고 있다. 아이들한테 읽히기에 다소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야기지만 적절한 상징을 이용해 이야기 안에 잘 녹여냈다. 작가의 역량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히는 것도 녹슨시 이야기의 장점이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카멜리온 아저씨의 역할이 모호하고,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흐르는 물>은 주인공이 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참신하고 독특했다. 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사람들한테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세심하게 잘 드러나서 좋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물과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물이 어른의 자리에서 아이한테 훈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뒤로 갈수록 별다른 사건의 진행 없이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도 이 작품의 아쉬운 부분이다.


<펫들아 안녕>은 별 문제가 없던 아이가 몇 가지 실수로 놀림거리가 되면서 반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받게 되는 이야기인데, 요즘 아이들이 겪을 만한 문제를 발랄하게 잘 다루었다. 활발했던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고립되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 가는 심리변화가 세심하게 잘 나타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랄하게 잘 읽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가 주인공한테 지나치게 집중을 하다 보니 주변부의 인물들이 개성 없이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게 아쉬웠다. 작가가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좀 더 감각적으로 개성 있게 그려냈다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사의 나라>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하지만 잊혀진 제국 가야의 여전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의 물결을 온몸으로 겪어 나가는 마들이와 산내 남매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다. 천년이 넘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당시의 사람들의 일상과 속내를 바로 곁의 그것처럼 생동감 있게 그려낸 솜씨도 빼어났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인물에, 공식에 짜 맞춘 듯한 구성이었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는 근래의 역사동화들과 몹시도 닮아 있었다.

좀 다른 점을 찾는다면 ´가야´의 ´여´전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마들이 엄마가 아들을 대신해서 병사로 자원한 대목 그리고 마들이가 굳이 남장을 하고 병사가 되는 대목 등, 기왕의 성역할 개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여전사의 유물이 출토되는 가야라는 사회, 과연 그곳에서는 젠더의 문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몹시 아쉬웠다. 그 시대, 그 곳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과연 다른 시대, 다른 세계를 그려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코랑, 비밀의 씨앗>은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장편 판타지 동화이다.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단이, 그리고 무턱대고 외국으로 떠나 버린 단이의 엄마 아빠. 첫 대목부터 속도감 있게 문을 열어젖힌 이야기는 국밥집 할머니 오 요원과 눈먼 소년 진오 등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며 흥미를 더해 간다. 알 수 없는 목소리 코랑과 음험해 보이는 흑색당의 등장으로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를 더해 입체적으로 완결된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드러난 흑색당의 실체는 실망스럽다. 그토록 중요한 코랑을 지키는데 고작 몇몇이 동원될 뿐인 데다, 단이의 공격 한 번에 혼비백산 도망을 친다는 설정은 작품의 긴장감과 실감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또한 코랑과 요원 그리고 흑색당이 내포하는 알레고리가 더러 직접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작품의 생동감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더불어 회색당과 요원들의 실체가 너무도 모호하게 그려지고 있어, ´진짜´ 모험이 아니라 그저 ´상징´이라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육성을 걷어 내고 인물들의 생명력을 믿어 준다면, 더욱 미더운 작품이 될 것이다.


끝으로 <봉주르! 투르의 시간>은 프랑스 투르 지방을 배경으로 한국인 소년 봉주가 비밀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낯선 땅이라는 배경이 자칫 실감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 간결하지만 생생한 표현 탓에 오히려 이국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배낭여행을 하듯 봉주의 호기심을 좇아가다 민족적 아픔의 단면과 마주하게 되는 흐름은 차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용의자(?)가 단 한 사람뿐인지라, 결말이 뻔히 내다보였다. 어린이를 위한 추리물은 물론 이해하기 쉬워야 할 테지만, 뻔한 것과 쉬운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편견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좋았으나 그 의미가 너무 단순화되어 있어 결말이 앙상하였다. 뜨거운 감자이긴 하지만 제대로 껍질을 벗겨 주는 작가적 배포가 아쉬웠다.


연말이라 가요대상이니 연기대상이니 텔레비전이 화려하다. 어린이문학 동네에서도 이런저런 당선작들이 쏟아져 나와 한해를 풍성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낙마를 확인하는 마음은 씁쓸하겠으나, 작품을 가슴에 품었던 순간에 대한 소중한 기억으로 따스해졌으면 좋겠다. 사랑의 기억은 씁쓸하다 할지라도 설레는 것이니 말이다.


 

예심 심사위원 : 이현  김지은  김리리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본심평



동화의 경계를 넓히는 새로운 상상력을 옹호한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 지식 기반 사회로 진입할수록 아이들 몸에 투자되어야 하는 노동은 나날이 심각해진다. 지난 10년 동안 일었던 어린이문학의 부흥은, 책읽기 운동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이 아니라 ‘새롭게 투자되어야 할 노동’으로 왜곡되지는 않았던가? 다만 어린이들의 교양과 독해력을 높이는 도구로서 혹은 기존 사회 질서와 화해하는 방법을 터득하거나 논술을 대비한 새로운 지식 노동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는가?

물론 그간 많은 작가들과 평론가 그리고 어린이도서시민운동가들의 노고를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어린이문학 부흥기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아프지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문학은 무엇인가? 변화된 현실 앞에서 어린이문학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이 질문을 통해 새롭게 상상력을 갱신하지 않는다면, 앞서 던진 질문은 비수가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11회째를 맞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본심 과정을 통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기존 동화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어린이문학 동네에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하고 동화의 경계를 넓혀가는 패기 넘친 공모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모든 수상작을 열거하기 어려우니 최근작만 일별해 보자. 9회 수상작인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은 “역사물의 교훈주의를 깨끗하게 뛰어넘어 본격적인 역사동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동화 서술 방식의 한 장을 열었으며, 10회 수상작인 전성희의 『거짓말 학교』는 “거짓말 같은 진실을 들려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이 당돌한 빛깔로 우리 동화의 사각지대를 밝혀 준다.”는 평을 받으며 기존 동화 장르의 틀로는 한 손에 잡히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상상력을 통해 우리 동화의 경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예심평에 “좀 거칠더라도 새로운 상상력을 받아 안으려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흔히들 말하는 ‘공모제용 작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기꺼이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라는 말이 있었다.

많은 신인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이 우리의 심사평에 귀를 기울였는지 이번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저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내며 주제나 소재, 서술 방식에 있어 기존 동화의 통념에 전적으로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담아내고 있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이든 오르지 못한 작품이든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어린이문학, 기존 질서와 통념을 넘어서고자 긴 밤을 지새운 응모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난해보다 약 20여 편 늘어난 111편의 응모 작품 중 예심위원들의 엄정한 평가를 통해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9편이었다. 예심평에서 개별 작품의 빛과 그림자를 잘 드러내 주었기에 본심 과정에서의 논의는 짧게 요약 정리하겠다.


<카스테라 소년>은 정유재란 시기 일본군에게 잡혀 남유럽 지역 노예로 팔려가게 된 아이의 이야기이다. 멋진 설정을 가진 역사동화였으나 뒤로 가며 길을 잃고 판타지처럼 되어버렸다. 처음의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면 새로운 역사동화가 되었겠지만 마네모네 형제가 등장한 장면부터 서사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내적 필연성이 부족하여 제외되었다. 하지만 우리 동화의 시공간을 확장해 가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과자인간 이야기>는 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며 주제가 처음부터 날것으로 드러나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가지고 이 정도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라 생각한다.


<내 마음 깊은 곳에 흐르는 물>은 시니컬한 성격의 주인공과 물 사이의 환상적인 감정의 교감이 돋보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설명적 서술 방식에 의존하여 어린이문학의 서술적 특징을 획득하지 못한 점, 작품 초반부에서 독백 또는 주인공과 물 사이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점, 주인공이 4학년이나 인식 수준은 청소년에 가까운 점 등이 지적되었다.


<여전사의 나라>는 가야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이다. 하지만 ‘단군의 나라’라는 설정은 근대인의 입장에서 본 역사 해석이라는 점과 다문화시대인 현실과 어긋난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곳곳에서 드러나는 감정 과잉과 서사의 비약,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제외되었다.

 

<코랑, 비밀의 씨앗>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철학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판타지다. 코랑이라는 생명의 원천 설정도 참신하다. 그러나 주제를 뒷받침하는 서사가 약하다. 회색당의 실체, 규모, 하는 일 등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요원들의 역할 기능의 구체성이 약하다. 요원들과 회색당의 대립 구조는 쉽게 다가오나 서사는 형체를 갖고 사건을 일으키고 끌어가게 형상화되어야 한다. 비밀 요원, 회색당에 대한 정보를 작가가 더 확보하고 장악해야 서사가 좀 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두 마음>은 한 인간의 내면, 꿈, 욕망, 죽음, 기억 등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판타지이다. 하지만 환상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할머니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다. 독특한 사이버적 상상력과 정밀하게 구축된 환상계에 비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과 주제의식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펫들아 안녕>, <녹슨시(時) 이야기>, <봉주르! 투르의 시간> 세 작품이 집중적으로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펫들아 안녕>의 작가는 현장 교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학교 풍경을 실제적이며 정밀하게 그려냈다.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펫놀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조종되는 삶, 내 속에 들어와 있는 타인의 시선, 타인의 욕망을 펫으로 상징한 점이 돋보였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결국 어른들의 펫’이라는 주제의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 주제가 더 살아나기 위해서는 나현이가 좀 더 섬세하게 그려져야 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아이들의 심리와 일상을 경쾌하게 표현한 점은 돋보였지만 수상작으로 밀기에는 다른 두 작품에 비해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많은 미덕과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고심 끝에 수상작에서 제외되었다. 수상작으로 결정되지 못했지만 심사자의 고뇌도 그만큼 컸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녹슨시(時) 이야기>는 시스템화한 신자유주의적 욕망과 그로 인해 병드는 사람들,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어른들에 의해 시간을 관리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SF,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우리 현재의 시공간이 이 이야기 속에 밀집, 복제되어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용산과 폭력적인 재개발 문제, 최근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 사태, 문명화와 시간, 교육 문제 등이 저절로 떠올랐다. 녹슨시와 다르시의 삶의 방식의 대립, 모슬 할머니와 같은 신화적 인물, 정교하게 구축된 환상 공간을 통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이 시대의 거대한 벽화를 그리고자 했다는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녹슨시란 명칭에서 市와 時의 중의적 의미를 살려내 작품의 주제의식과 밀착시킨 점 등은 기존 동화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문제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논리적으로 구축된 작품 속 환상계와 그 안에 가득찬 상징들이 구체 언어로 덜 형상화되어 있어 때때로 관념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 걸렸다. 깊이 있는 주제와 방대한 스케일 을 받쳐 주는 문장이 그만큼 단단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되었으며, 특히 신화적 인물인 모슬 할머니의 말이 관념적이라는 점,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서사를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심 끝에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문장이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거칠게 느껴진 부분이 있지만 동화와 소설의 경계에서, SF와 판타지의 경계에서, 기존 장르 잣대로 명확히 잡히지 않는 묘한 매력과 현실 비판 의식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이 우리 동화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봉주르! 투르의 시간>은 한 마디로 문제작이다. 아빠를 따라 프랑스로 간 주인공은 새로 이사한 집 책상 한 귀퉁이에서 한글로 쓴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 한다”라는 글자를 찾아낸다. 이 작품은 낯선 땅에서 발견한 의미심장한 한글 낙서에 자극 받은 주인공이 이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이 낙서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토시라는 아이를 만나고, 그 속에서 분단 문제를 접하게 된다. 이 작품의 미덕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분단 문제를 ‘소재’로 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은 시종일관 어른의 계몽 의지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 아이들의 사고와 시선을 장악한 채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분단, 민족 문제는 우리 동화의 흐름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주제였다. 자칫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통일론에 빠지거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이산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되기 쉬운 분단 문제를 프랑스라는 이국을 배경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분단 문제란 언제 어디서든 부딪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라는 걸 작가는 쿨하면서도 진지하게 어린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추리소설적 방식을 차용하여 시종일관 작품의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분단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근한 면, 그리고 우리 동화의 시공간을 확장해 나간 점,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 어른의 계몽으로 함몰되기 쉬운 함정을 피해 가며 어린이의 시점을 끝까지 유지해 나간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큰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대상으로 결정했다.

아쉬운 점이 없을 리 없다. 비밀로 가득 찬 토시네 가족의 사연이 작품 내에서 덜 형상화 된 것이 가장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대상으로 결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민족 문제를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대상 수상작 <봉주르! 투르의 시간>은 우리 동화의 주제와 소재, 시공간을 확장해 나가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깊이 있는 주제와 패기 넘친 상상력으로 가득 찬 11회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뽑고 나니 다음 해가 더 기대된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앞서도 말했듯 기존 동화의 통념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주제와 형식 그리고 상상력을 옹호하고자 한다.

노파심에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기 수상작과 이번 본심작이 모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장편동화라는 점에서 혹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장편동화만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우리 심사위원들에게 그런 편견은 없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올해에도 그랬지만 내년 역시 재기발랄하면서도 전복적 상상력을 가진 저학년 동화와 치밀한 구성과 간결한 문체를 핵심으로 하는 단편동화의 출현을 기대한다. 모두들 건필하시기를.



본심 심사위원 : 장주식  임정자  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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