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기억의 실체다.”
“같은 세계를 맛보는 기분/ 얼굴과 얼굴이 머무르는 기분”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시간의 춤
타이완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 천쉐의 동성결혼 법제화까지 10년의 부부 생활
“아름다운 생활들아/ 손발을 꽁꽁 묶는 최면의 주문들아”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문학적 의욕”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문학적 의욕”
소설
민간인 희생자 3만여 명, 소리 없이 묻혀진 죽음과 비극. 2021년 올해로 73주년을 맞은 제주4.3의 희생자 유품을 사진과 시, 인터뷰로 기록한 책이다.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현주 사진작가가 유품 사진을 찍고, 허은실 시인이 인터뷰를 기록하고 시를 썼다. 유족들이 간직하고 있는 4.3 관련 유품 22점과 수장고에 보관된 신원불명 희생자의 유품 5점까지, 총 27점의 사물을 중심으로 만나는 제주4.3의 이야기다.
등단 10주년, 한 작가가 완성한 불안과 희망의 연대기
서쪽 하늘에 서성이며 떠나는 공기의 맨발이/오래도록 가슴을 밟고 밟을 뿐./네가 ‘사랑’이라는 혹은 ‘슬픔’이라는/빈집을 세울 때.
짓다가 그만둔 예배당은 너무 커 보인다 지붕이 없어서/밤에는 힘없는 별들이 발을 헛딛기도 했다
아직 더 닳아질 마음이 남아 있구나/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차 열쇠를 찾아 시동 모터를 돌리면/너는 나와 똑같구나 얼마나 오랜/이 반복을 견뎌 여기에 왔니
희망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해 내가 울다.
본다. 눈물인데 그냥 가는 비로 흐르게끔 내버려두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랑이나 하자꾸나/맨몸으로 하면 되는 거/하고 나서 씁쓸하게 웃어버리면 되는/그런 거
이 이상한 땅에서는 모두 얼굴이 없다./모자들만 푸르른 어둠의 폐 속에서/웅크린 채 몸에 구멍을 뚫고 있다.
그런데 깨진 유리병들은/어디에 저렇게 많은 금들을 감추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