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문장들은 다 어디로 가서 죽을까”
몸으로 리듬을 타는 시 시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에 눈을 뜨게 할 시 물음이 답을 품고 답에 날개가 돋는 언어의 춤
하나의 초, 어차피 타고 없어질, 그저 꼿꼿하기만 한 하나의 초, 그 한 가닥의 흰 등뼈 같은 시들,
내가 나일 확률-당신이 당신일 확률
"나는 언어 속에 있고 언어 속에 없다"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선정 「미래는 공처럼」 수록
"당신을 만난 후부터 길은 휘어져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당신을 만나요"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먼 데가 당신이라면 당신은 내가 닿을 수 없는 불가능한 시간에 머문다"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별들의 반짝임이 실은 아프디아픈 별의 속엣생피라고…"
"나는 누구인가?
"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특유의 섬세하고 차분하며 어조로 묵묵히 시작 활동을 해온 한영옥 시인의 신작 시집을 펴낸다. 문학동네시인선 110번째 시집으로 펴내게 된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은 제목에서 유추가 되듯 행과 연 사이 이미 들어찼거나 곧 들어찰 슬픔의 전조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시들 천지다.
로맨틱, 메르헨틱, 판타스틱!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지는 서정이라는 다정하고 따뜻한 말
문학동네 시인선 107 이수정 시집 『나는 네 번 태어난 기억이 있다』가 출간되었다.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장장 17년이라는 장고 끝에 첫 시집을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낯설거나 거친 언어가 아니라 오래도록 다듬은 자갈처럼 매끄러운 빛을 내는 맑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필요한 살들을 덜어내고, 말들을 덜어내고 나니 가장 자연어에 가까운 단어들이 남았다고 시인을 대변해볼 수 있을 듯하다.
비성년의 끝나지 않는 입사식
문학동네시인선 105 이사라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를 펴낸다. 이사라 시인의 시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따스한 등불 하나가 또 하나 켜지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환하게 반길 것이다. 언제나 어루만져주는 부드러운 손의 시가 그였던 연유다. 언제나 어루만져줘서 둥글어진 등의 안음이 그였던 까닭이다. 이번 시집도 그 보폭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발에 더한 힘이 들어갔고 그 발자국에 더한 빗물이 고였다. 철벅철벅 들리는 발소리, 그 발치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척척한 스밈. 그래서 짐작할 수 있는 감정의 경사, 다름 아닌 슬픔. 시인은 아픈가. 아니 우리 중 아프지 않은 자 그 어디에도 없지.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