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모든 형태의 사랑에 관한 감동의 서사
『신이 토끼였을 때』는 영국 배우 세라 윈먼이 작가 인생의 시작을 알리며 발표한 작품이다. <홀비시티> 등 다수의 영국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하며 오랜 시간 배우로 활약해온 세라 윈먼은 47세의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 『신이 토끼였을 때』로 ‘갤럭시 내셔널 북 어워드 올해의 신인 작가상’과 에딘버러 북 페스티벌의 ‘뉴턴 퍼스트 북 어워드’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영국에서만 4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전 세계 28개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신이 토끼였을 때』는 비밀스러운 상처를 간직한 조숙한 소녀 엘리와 항상 그녀를 지켜주는 오빠 조,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가족, 이웃 등 개성 강하고 다채로운 인물들을 내세워 이 세상 모든 형태의 사랑을 조명하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작품은 197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에식스에서부터 2000년대의 뉴욕까지 주인공 엘리의 삶을 따라가는데,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과 그 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녹여내 생생함을 더한다. <데일리 메일>은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고, <뉴욕 타임스>는 세라 윈먼의 문장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찬란하게 빛난다´고 언급했다.
"나를 볼 수 없단 생각이 들면 눈을 감아요.
그곳에 내가 있을 거예요."
"신은 똥도 사랑할까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있어요" 하고 말하는 다섯 살 소녀 엘리가 있다. 또래 친구가 없던 꼬마 엘리는 이웃집으로 이사 온 노인 골란 씨와 친구가 되고, 유대인인 그에게서 ´공포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엘리는 유대인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골란 씨의 이야기에 빠져들지만, 좋은 친구일 거라 믿었던 골란 씨는 그녀에게 거짓과 비밀, 상처만을 남긴다.
그런 엘리의 곁을 지키는 다섯 살 터울의 오빠 조. 가족들과 닮지 않은 금발에 밤이면 엄마의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엘리에게 뽀뽀를 퍼붓는 ‘별난’ 조는 엘리의 모든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골란 씨와 관련된 엘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그는 엘리에게 어울리는 친구를 구해주기로 약속하고, 크리스마스에 ´신´이라고 이름 지은 토끼 한 마리를 선물한다. 종종 엘리에게 말을 거는 토끼 ´신´을.
그리고 제니 페니. 마구 엉킨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손가락 끝에 그려넣은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최면술을 연습하고, 이 발에서 저 발로 뛰며 유리 위를 걷는 척하는 제니 페니. 마법과 현실의 경계에 사는 듯한 소녀는 곧 ´신´과 함께 엘리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다 엘리의 가족이 에식스에서 콘월로 이사하면서 엘리와 제니 페니, 그리고 조와 그의 단짝 찰리는 헤어지고, 그로부터 십오 년 후인 1995년, 기자가 된 엘리에게 왕립교도소에서 생일카드 한 장이 배달된다. 카드를 보낸 사람은 그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제니 페니다. 그녀는 편지를 통해 엘리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운명적인 일들이 또 한번 콘월과 런던, 그리고 조와 찰리가 있는 뉴욕으로 몰려온다.
영국의 작은 마을 에식스에서부터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까지,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며 인생의 지난한 시간들을 견뎌내는
조금은 별난 사람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주인공 엘리의 자서전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 속 인물들에겐 좋지 않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마틴 루서 킹이 목숨을 잃은 역사적인 해에 태어난 엘리는 다섯 살 무렵 이웃집 노인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다. 엘리의 아빠는 웨스트햄 역 지하철 폭탄 테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후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려 축구도박에 몰두하고, 제니 페니는 엄마답지 못한 엄마와 살면서 온갖 일을 다 겪은 것도 모자라 왕립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조의 친구 찰리는 두바이에서 납치를 당한다. 9·11 테러, 그리고 조의 실종까지 거대한 운명이 차례차례 그들을 덮친다.
하지만 서로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이야기는 어둡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새언니를 사랑하는 레즈비언 여배우 낸시 고모, 자신이 한때 잘나가는 스파이였다고 이야기하는 멋쟁이 노신사 아서, 한물간 이미테이션 가수 진저,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 실컷 울고 오는 취미를 가진 페니 아줌마…… 완벽하지는 않아도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훈훈하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마법 같은 에피소드와 동심을 잃지 않은 인물들의 유머러스한 장면들은 『신이 토끼였을 때』를 읽는 또다른 재미다. 어린 엘리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 엘리의 세상엔 말하는 토끼가 있고, 팔뚝에서 미래의 동전을 꺼내거나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도 갑자기 멋진 연주를 선보일 수 있는 친구가 있다. 게다가 "토끼가 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는 질문에 "토끼가 신이 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 하고 대답하는 ´할아버지´와 딸에게 숭어 의상을 만들어 입히고 즐거워하는 아빠도 있다.
『신이 토끼였을 때』는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엘리 가족에게 발을 들여놓다 마침내 그들에게 손을 뻗는 폭력" 위에 세워진 소설이다. 세라 윈먼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고통 혹은 폭력 앞에 선 인물들이 서로를 일으키고 부둥켜안으며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섬세한 언어로 담담히, 때때로 유머를 곁들이며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순간에 돌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과 비극,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때맞춰 일어나는 기적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뒤섞여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애틋한 감동을 선사한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흔들리지 않는 유대감으로 이어진 한 남매의 여러 비밀과 희망에 대한 가슴 터질 듯한 이야기. _퍼블리셔스 위클리
어린 소녀의 성장 과정이 너무나 그럴듯해,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등장인물들에게 쉬이 믿음을 주게 된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매력적이다.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_데일리 메일
『신이 토끼였을 때』 속 캐릭터들은 신파스럽지도, 불친절하지도 않다. 이것은 세라 윈먼이 문장을 장악하는 힘 덕분이다. 그녀의 문장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찬란하게 빛난다. _뉴욕 타임스
근사하고 새롭다. 어린아이의 감상적이지 않은 명료한 목소리를 사용한 윈먼의 글은 아름답고 진실하다. _타임스
사건, 기적, 색다른 언어로 가득하다. 재미있고 기발하고 혁신적이다. _가디언
■ 본문에서
"이유가 없다면 뭐하러 살아? 존재는 목적을 필요로 하지. 삶의 고통을 위엄 있게 견디게 하고 계속해서 살아갈 이유를 주는 목적 말이야. 그 의미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속에 들어와야 해. 우리는 반드시 고통의 의미를 이해해야 돼." _본문 26∼27쪽
"기억이란," 고모가 내게 말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페이지야." _본문 164쪽
그가 늘 말했듯, 진실은 과대평가되어 있다. 누구도 진실을 말했다고 상을 받지 않는다. _본문 182쪽
그녀는 바깥벽에 기대어 울려고 했지만, 이해理解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눈물도 막혀버렸다. 눈물은 옛일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슬퍼할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 더 비통했다. _본문 343쪽
"이런저런 일들은 다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누구에게나. 아무도 벗어나지 못해요." _본문 4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