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와 무력감을 떨쳐내고
밥먹듯 손쉽게 참여하는 일상의 정치!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민참여 정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했다.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해외정치 사례임에도 당시 목표금액 168%를 달성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다수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그 시효가 다했으며, 시민의 직접참여에 의한 풀뿌리정치 시스템이 그 대안이라는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온라인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한 정당과 인물 들의 다채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밥먹듯이’ 하는 일상적 삶의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은행 결제를 하고,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들과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500년 전 인쇄술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200년 전의 대의정치는 시효가 끝났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는 수평적 소통, 정보공유, 권력분산, 집단지성, 연대와 협력, 네트워킹 같은 것들입니다. (…) 소수 직업정치인이 군림하는 대의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다수결의 원칙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평적 시민 토론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_16~17쪽
게임의 룰을 바꾼다, 시민의 힘으로 만든 ‘삐딱한’ 정당들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투명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당의 노선과 규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나라, 그저 꿈에 불과한 걸까? 1부에서는 그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 모델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민의를 보다 기민하고 투명하게 반영하는 노력들을 기울이는 ‘듣도 보도 못한’ 정당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르셀로나의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ú)’와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다. 이들 정당은 소속 의원의 봉급 상한액을 제한하고, 회의비나 택시비 지급, 관용차 이용과 같은 특권도 거부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공약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당론을 결정한다.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는 자신의 모든 일정을 시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투명정치를 지향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이나 학교에 찾아가 허리를 굽히다가도 일단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나면 ‘권력 특허’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변모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들 정당은 모두 시민의 힘으로, 아래로부터 일구어낸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연대하되 흡수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집단이 수평적 연대를 이루어 탄생한 것이다. ‘새 정치’는 ‘새 인물’이 등장해 단박에 바꾸어놓는 것이 아니라, ‘새 시스템’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혁신할 때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들이 새로 도입하고자 한 ‘게임의 룰’은 15M운동에서 발현된 경이적인 군중의 힘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되, 수평적 연대와 상향식 의사결정을 최대한 반영한 혁신적 방식입니다. 저항의 광장이라는 의미를 삶의 현장에서, 서로를 깨우치고 위로하고 격려하던 방식으로 정치를 재조직한 것입니다. 정치 생태계의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시민운동의 동력이 희석되고 화석화되고 만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우려한 시민들이 스스로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낸 것이죠. _51쪽
온라인 플랫폼, ‘공개’와 ‘공유’로 만들어가는 모두의 민주주의
2012년, 핀란드는 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열여섯 살 한나와 열한 살 마틀레나 자매가 음주운전자가 모는 트럭에 치여 동생 마틀레나가 숨지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해당 운전자에 대해 ‘운전 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감형 선고를 내렸다.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빠르게 소식이 확산된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건은 금세 잊히고, 피해자들은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에 들어간다. 한나의 부모는 ‘오픈미니스트리’라는 플랫폼으로 직접 대응했다. 6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정식 회부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데모크라시OS를 만든 피아 만시니는 2014년 테드 강연에서,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슬로건은 ‘대표 없이 과세 없다’가 아니라 ‘소통 없이 대표 없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오늘날의 정치는 전복이나 파괴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시민이 정치참여의 의지를 가진다 한들, 실질적으로 그 의지를 실현할 도구가 없다면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 2부에서는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살펴본다. 활동 시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모으고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데 유용한 도구들이다. 물론 온라인을 활용한 정치는 한국에도 그리 낯설지 않다. 문제는 선거철에 반짝 운영하거나 정책 홍보만을 일삼다가, 구설로 입길에 오르내려 계정 폐쇄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라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 온라인 플랫폼은 의견 수렴이나 소통보다는 선전과 통보로 점철된 일방적인 홍보창구에 지나지 않는다.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은 대개 만들어진 지 5년이 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 신생 플랫폼이 강조하는 것은 ‘정보공개’와 ‘공유’다. 공공데이터를 가공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한편, 이 데이터를 활용해 2차 생산물을 낼 수 있도록 ‘오픈소스(opensource)’ 형식으로 공유한다. 만약 어느 국가에서 이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분명 다른 곳에서도 유용할 것이라는, 또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상정한 것이다. 책 속에 삽입된 플랫폼 개발자들의 인터뷰엔 평범한 시민이 플랫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각자가 관심을 가졌던 구체적인 이슈들에 답하면서 새로운 장(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답은 되레 질문이 되어 돌아온다. 과연 우리도, 가능할까?
Q. 폴리스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사회의 모습이 있나.
A. 미국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가 말한 ‘비행기 뒷날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비행기의 뒤에는 아주 작은, 회전하는 꼬리 날개가 있다. 이 작은 금속 덩어리가 비행기 전체를 움직이게 한다. 나 역시 전체를 움직이기 위해 ‘시스템’을 생각하려 한다. 모든 사람이 거리 집회에 참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리에 나오는 것 말고도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매우 많다.
나는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폴리스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의제 설정과 관련해 걸러냄 없이, 누군가의 간섭 없이 특정 이슈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듣고 계량화해 표현할 수 있다. _집단의사소통 플랫폼 폴리스(Pol.is)를 만든 콜린 메길 인터뷰 중에서(176쪽)
이 밖에도 시민들이 직접 예산을 시뮬레이션하고 이 결과를 실제 예산 책정에 반영하는 ‘디사이드 마드리드’,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이용해 시민들의 의견을 지도상에 표시하는 ‘폴리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효과와 한계를 이해하고 오프라인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례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통해 정치는 ‘골치 아프고 지루한 주제’가 아니라 나와 이웃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같이 잘살기 위한 최선의 방편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실천해나가는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집단행동과 저항, 그리고 참여의 가능성을 넓혀왔다는 점에는 이견을 내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세월호 진상규명 시위 등 굵직한 사건에서 시민의 힘을 모으고, 권력에 대항하는 자생적이고 민주적인 공간들을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알파고’가 아니다. 디지털 도구를 갖추었다고 해서 저절로 사람이 모여들고 시위가 벌어질 수는 없다. 2015년 12월 방한한 영국 에버딘 대학 사회학과의 플레셔 포미나야 교수는 ‘디지털기술과 민주주의’라는 강연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디지털기술이 민주적 참여 가능성을 높인 것은 틀림없지만, 자칫 기술결정론에 빠져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하는 변화이며, 시민들 간의 면대면 접촉에 기반한 신뢰와 연대라는 사실이다.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들은, 결국 세상은 끊임없이 성찰하는 ‘다수의 군중’에 의해 변화함을 보여준다. 정치 엘리트나 전문가가 독식하는 정치공학이 아닌, 토론과 공유로 이루어지는 예술로서의 정치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듣도 보도 못한’ 세상, 그 유쾌한 미래를 그려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는 권력에 대해 성찰하는 것을 멈춰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권력이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고 제도화하는지, 어떻게 온오프라인 참여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계속 성찰해야 합니다. 디지털로 가능한, 보다 더 민주적인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_222쪽
※ 추천사
누가 국회의사당을 여의도에 짓자고 결정했는지 몰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꽃이 한강의 모래섬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여의도에는 저잣거리나 골목, 유흥가가 없다. 사람들이 자연스레 몰려들어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하고 여론을 형성할 만한 공간이 부재한 것이다. 황량한 평지에 우뚝 선 국회에 한번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시민이 정치적 의견을 전하기 위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미 죽어 있는 것이다. 국회의사당은 시민과 유리된 정치의 우울한 상징물이 되었고 대의기구라기보다는 통치기구처럼 보인다.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불통의 정치환경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북유럽의 신생정당들이 인터넷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사 직전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모습들이 생생하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들을 되살린 이 새로운 정치의 핵심은 바로 시민의 참여다. 그리고 그 참여는 편리하고 즉각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모든 문제를 마술적으로 해결할 초인은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조직하고, 발언하고, 움직이는, 젊고 새로운 참여의 정치가 출현하는 데 이 책이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 믿는다. _김영하(소설가)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다. 대의제가 더이상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는 현실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 책은 21세기형 직접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해외 시민정치의 실험들을 살펴본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시대가 종언을 고한다 하더라도 자유·정의·연대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초시간적 가치다.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은 참여민주주의인 시민정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만날 수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상상력을 선사받을 수 있다. _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책 속에서
“종북좌파가 싫으면 나를 선택하라”와 “독재의 부활이 싫으면 나를 선택하라”의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정치가 강요되는 동안,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공민주주의와 반독재민주주의의 제한된 답안지를 벗어나서,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세우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democracy가 필요합니다. _14쪽
정치의 룰은 그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좌우하며 시대의 품격을 규정합니다. 최선의 합의에 따라 해법을 찾고, 공정한 룰에 따라 권력의 배분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만 있어도 웬만한 어려움은 함께 감당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시민과 권력을 나누고, 시민의 판단을 반영하고, 시민 앞에 정직한 정치. 감동과 활기가 가득한 예술 같은 정치, 그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_25쪽
우리는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선거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통치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힘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접근성과 대우에 있어 차등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점심이나 저녁식사는 제외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최소한 그것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논의한 주제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되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몫을 치른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말입니다. ‘정치인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구체적 실천들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의심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에, 투명한 일정 공개는 언제나 우리의 정직성을 보장하는 최선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_39쪽
온라인 플랫폼은 누구나 평등하게 토론에 임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교실에서 책상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주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한 명의 교사를 향해 일렬로 줄지어 책상을 놓았을 때와 둥글게 원탁 모양으로 만들거나 모둠형으로 책상을 놓았을 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큰 원탁에 둘러앉은 것처럼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수평적 관계를 설정하는 가상의 장치입니다. 그런 관계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날것’의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의견들이 서로 소통되고 보완되고 수정되면서 집단지성이 발휘됩니다. _128~129쪽
“정말 막막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변화는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점령시위가 시작됐을 때 그게 전 세계로 확산돼서 뉴질랜드까지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스페인의 긴축반대운동도 불과 일주일 전에는 누구도 예상 못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실천해나가는 겁니다.”_150쪽
“많은 사람들은 정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정치에 냉소를 보내고 환멸을 느낀다고도 이야기하죠. 그러나 우리가 지켜본 바로, 그들은 각자의 관심과 주장이 담긴 자신들의 이슈를 갖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었어요.”_159~160쪽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15세기의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19세기에 고안된 정치제도와 부딪치며 살아갑니다. (…) 이 제도에 사용되는 언어는 변호사들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몇 년에 한 번 권력자들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 우리 시민들이 원래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공청회에, 그것도 휴가를 내지 않으면 갈 수도 없는 평일에 열리는 공청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가 우릴 비난할 수 있단 말입니까? _165쪽
우리는 우리의 정치적 과업을 기술이 수행해주기를 바라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그렇게 해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기술은 본래 진보적인 것이 아니며, 특별한 어젠다에 적합하게끔 맞추어진 것도 아닙니다.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는 있지만, 그 기저에 있는 사회적 관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_217~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