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세상을 밝히는 건,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짝임이다
2013년 6월, 첫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개인적 경험의 틀 속에 갇히지 않고 낯선 것, 새로운 것, 나와 다른 것에 자신을 열어 그 신선한 소통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열린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혁명’이나 ‘진보’조차 낡고 진부한 용어가 되어버린 시대, 열린 사람들의 심장 소리만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들 심장의 고동 소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이름은 ‘열림’이다. ‘열린 사람들의 어울림’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고, 스스로를 ‘열기 위한 몸부림’에 그치더라도, 나는 이 탐험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오래된 진보의 화석이 아니라, 그치지 않고 자라나는 열린 성장판이므로.”
그리고 6년 후,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이진순의 소회는 이러했다.
“열림의 마지막 인터뷰, 예멘 난민 살와의 기사가 온라인에 떴다. 살와와 그 아버지 자말에게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며 마음을 졸였다. 그들이 혐오와 적대로 가득한 댓글이 달리기 전에 이 기사를 보길 원했다. 구글번역기로 기사를 읽으면서 살와가 그린 사랑스런 그림과 그들이 한 말이 제대로 실렸는지만 볼 수 있기를.
(…) 열림의 내 마지막 취재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리는 걸 보면서도 나는 고래가 멀리 있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살와가 가진 기대와 꿈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그와 한편이 되어 매를 맞겠다.” _이진순 페이스북 글 중에서(2018. 7. 24.)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6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이진순의 열림’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122개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었던 12편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평범한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진순의 인터뷰는 기사가 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인터뷰 대상이 된 인물들도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라는 너울이 지나간 후, 그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들의 ‘반짝이던 순간’은 계속되고 있을까. 저자는 ‘이진순의 열림’을 통해 주목 받았던 인물 중 세심하게 12명을 고르고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여, 지면에 미처 다 싣지 못했던 기나긴 뒷이야기를 더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좌절과 상처와 굴욕이 상존하는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광채를 발화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
_프롤로그에서
6년, 122명, 원고지 8000매로 기록한 진심들
이진순이 그간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물은 총 122명, 녹취록 분량만 원고지 8000매에 이른다. 일주일간의 사전 자료 조사와 질문지 작성 그리고 이어지는 인터뷰, 그다음 일주일 동안 원고 구성을 비롯해 추가 자료 조사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송고하는 일. 그 일을 이진순은 6년간 해왔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업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살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인터뷰가 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이들의 진심에 대한 기록이자 진심이 전해지는 작은 통로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진순의 인터뷰를 통해 관심을 받았던 이들은 김민기, 이국종, 채현국 그리고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과 노태강 등 헤아리기 어렵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이진순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알렸다. ‘이진순은 자신의 짧은 글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 정밀하게 나아가질 못한다고 답답해했지만, 나는 이진순이 써내려간 글 행간의 날카로운 단면에서 진정성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느꼈다. 나는 진실로 이진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보낸 많은 시간들에 대해 감사한다.’(외과의사 이국종) ‘세상에 알려진 작가로서의 ‘나’라는 객관성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숨겨진 과오들이 드러나는 고통과 자책도 느낄 수 있었다.’(소설가 황석영) ‘발견당한 기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었다’(소설가 손아람)는 인터뷰이의 소회는 말 한마디 숨소리 하나마저 세심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이진순을 드러내준다.
책에는 그중 1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에서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자 현 문체부 제2차관 노태강 그리고 영화감독 임순례를 담았다. 이들은 그 투박한 진심과 업(業)에 대한 단호함 하나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이들이다. 2부 ‘상처의 자리를 끌어안다’에서는 대한민국 꼰대의 삶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성소수자들의 상처를, 그리고 90년대 운동권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와 구수정 베트남 평화활동가, 성소수자부모 뽀미와 손아람 소설가의 인터뷰를 통해 상처의 자리를 보듬고 껴안아 한 발씩 나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인터뷰이들은 살며 활동하며 받았던 상처들을 고백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용기 있는 고백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또다른 희망을 틔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3부 ‘저항하고 거부하며 선택한 삶’에서는 세상에 몸으로 직접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데리고 시설 밖으로 나와 일상을 꾸려가는 다큐멘터리 감독 장혜영, 안정된 중산층 주부의 삶을 박차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현역 화가로 활동중인 윤석남, 생이 곧 현대사의 굴곡과 일치했던 소설가 황석영, 잘나가던 탄광업을 정리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채현국 선생이 그들이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인터뷰를 통해 ‘노인들을 봐주지 말라’는 채현국 선생의 쓴소리가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후 4년이 지났고 책에는 선생과의 추가 인터뷰가 담겼다. 인터뷰는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때 이뤄졌다. 채현국 선생은 지배세력이 ‘대가리’를 자른 것일 뿐이며 몸통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착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리라 믿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진짜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그걸 생각이라고 훈련시키니까. 생각은 그런 게 아녜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그게 아닐 텐데……’ 하면서 모든 진리에 대해 회의하는 것. 그게 진짜로 생각하는 거라고요. _본문 313쪽
저자 이진순은 말한다. 대중이 이 인물들에게 그토록 환호했던 건, 이들이 세상을 빛내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세상을 홀로 묵묵히 비추었기 때문이라고.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닌, 매 순간 망설이고 갈등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보통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다. 어려움을 딛고 타인과 함께하겠다는 결심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믿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진순 인터뷰의 힘일 것이다. 누구도 완벽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한 방이 있다.
추천사
‘꺾어진 이순……’
그의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우리 중 막내급이었던 그에게 누군가가 놀림조로 했던 말이다. 이제 그도 정말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지나간 시간은 늘 빠르다. 앞서 말한 ‘우리’는 당시 MBC 사람들이 만들었던 역사연구모임이었는데, 그는 그 일원으로 함께했다. 그후로 그가 해낸 일들이야 저자 약력에 나올 것이고, 아마도 이진순을 가장 그답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이 책에 모아낸 인터뷰들임에 틀림없다. 많은 인터뷰집들이 나오지만, ‘사람’에 천착하면서 사회를 읽어내는 인터뷰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매번 긴 호흡의 인터뷰를 하면서도 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그의 인터뷰에 감사하고 감탄해왔다. ‘꺾어진 이순’의 그에게서 훗날 이런 결과물이 나올 것을 미리 알 순 없었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는 것을 전한다. _손석희(<JTBC뉴스룸> 앵커)
이진순의 글은 ‘열린 인터뷰’라는 제목처럼 이미 인터뷰이의 선택에서부터 우의와 연대를 전제하고 있다. 나는 그녀가 이 작업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선택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내 차례가 와서 장시간의 질문과 추궁을 당했고 미심쩍은 사항들은 다시 두번째 보충 인터뷰로 점검당하고 나서 세상에 알려진 작가로서의 ‘나’라는 객관성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숨겨진 과오들이 드러나는 고통과 자책도 느낄 수 있었다. 사흘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진순은 어느 결에 황석영의 내면에 틈입했다가 나간 것이었다. _황석영(소설가)
이진순은 자신의 짧은 글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 정밀하게 나아가질 못한다고 답답해했지만, 나는 이진순이 써내려간 글 행간의 날카로운 단면에서 진정성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느꼈다. 나는 진실로 이진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보낸 많은 시간들에 대해 감사한다. 나는 이진순의 원고를 들고 의자에 파묻히고는 했다. 이진순의 시간과 고뇌가 인물들에 투영되어 일부는 날카롭게, 일부는 깊게 그리고 일부는 새털구름처럼 허무하게 세상 속으로 날아갔다. 이진순이 더이상 사람에 대한 글을 연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만년필로 재생용지에 꾹꾹 눌러서 쓴 것만 같은 이 원고는, 내용과 무관하게 내 마음에 자리잡았고, 내 책상에서 치워지지 않았다. _이국종(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중증외상센터장)
인터뷰어는 인터뷰이를 무장해제해 내면의 소소한 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명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해내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나의 평범한 답변에 의미와 윤기를 넣어 아름답게 채색해준 이진순의 인터뷰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_임순례(영화감독)
인터뷰이로서 이진순의 인터뷰에 응했고 독자로서 이진순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리고 스크랩해서 붙여두었다. ‘발견당한’ 기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었다. _손아람(소설가)
어쩜, 이렇게 내 얘기를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른이 되면>이 우리 자매와 이진순 선생님을 연결해주었다면, ‘열림’은 또다시 우리의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_장혜영(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
인터뷰를 하고 2년이 지났다. 첫 인터뷰였다. 신문에 나가는 게 옳을까 걱정이 많았다. 아빠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많이 편해졌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나도 바쁘게 하루하루 살았다. 멈춰서 슬퍼할 겨를은 없었지만, 웃을 일은 많았다. _김혜연(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타인의 인생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구술생애사 작가로서, ‘이진순의 열림’을 챙겨 읽는 맛이 각별했다. 주인공들의 생애와 실천의 맥락을 따라가는 글을 통해 한 사람씩 한 세상씩을 거듭 만나며, 내 삶을 돌아보고 다짐할 수 있었다. 이제 마감 압박에서 탈출하심을 축하드린다. _최현숙(작가)
인터뷰 이후 2년이 지났다. 당시 성소수자부모모임 인원은 10명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70여 명에 이른다. 성소수자의 입장을 진정으로 전하려는 첫 시도였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대한 정보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인터뷰였다. 성소수자의 부모가 숨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에게 용기가 되었다. 모든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께 감사드린다. _이은재(뽀미·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이진순의 글이 나한테는 황송할 정도로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진솔한 글이 나를 살렸다. 나의 이야기가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면 참 좋겠다. _윤석남(화가)
책 속 한줄
왜 가는 걸 안 말렸느냐고요? 우리도 애 셋 키우는 부모니까요. 처음에 제가 남편을 말렸던 것도 애가 셋이니 위험한 일 하지 말라는 거였는데, 안타까운 부모 마음은 우리나 세월호 유가족이나 똑같은 거더라고요. 처음에 애들 때문에 말리다가 결국 애들 때문에 가라고 했어요. _ p15(김혜연 |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나는 외상외과 의사였다. 그들을 살리는 것이 나의 업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꾸 내 눈앞에서 죽어나갔다. 싸우면 싸울수록 내가 선 전장이 홀로 싸울 수 없는 곳임을 확인할 뿐이었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 _p39(이국종 |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중증외상센터장)
후회하죠. 공무원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하고 나왔으니. 촛불집회 보면서 ‘내가 좀더 용감했어야 했는데’ 싶었어요. _p69(노태강 |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 나서 지하철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들, 청소하는 미화원들, 먹이를 찾아서 길거리를 헤매는 비둘기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다.”
제가 영화를 통해서 관객에게 받고 싶은 피드백은 아마 이런 종류일 것 같아요. _p110(임순례 | 영화감독․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한국의 가난한 노인들은 자기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기보다는, 가진 자들, 배운 자들의 시선과 평가를 좇아서 그걸 자기정체성으로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많이 배운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모방해서 자기를 평가하고, 그 잣대로 세상을 보죠. _p129(최현숙 | 구술생애사 작가)
그들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오면 마치 무병이라도 앓듯 몸이 아프다. 먹으면 토하고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들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다 쑤신다. 이야기를 토해낸 그들도 아프고, 그 이야기를 받아낸 나도 아프다. _p159(구수정 | 베트남 평화활동가)
다니던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뒤 집으로 돌아오며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에 있고, 나만 동떨어져서 혼자만의 세계에 버려져 있다’는 느낌이 왈칵 몰려왔어요. 그 순간이었어요. 아이가 얘기하던 ‘세상과의 괴리감’을 온몸으로 알게 된 때가. _p180(이은재 |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오늘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인간에 관한 모든 정치적 의제는 사악한 적이 아닌 무관심과의 싸움입니다. 무관심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압도적인 옳음으로? 냉철한 논리로? 우아한 지성으로? 저는 차라리 유머, 눈물, 분노, 연민, 매력 같은 원시적인 감각의 힘을 믿습니다. _p205(손아람 | 소설가)
사람들이 좋은 삶의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요. 명문대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이런 게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해줄 것 같지만 그걸 위해 사는 동안 동생은 말라죽어가고 있고 그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죠. _p221~2(장혜영 |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
누구나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죠. 근데 그게 내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내가 살아갈 어떤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것, 그게 제일 우선이었죠. _p253(윤석남 | 화가)
‘내 인생과 내 문학을 일치시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서원했었는데, 살다보니 문학이라는 큰 무대에 오른 하나의 배역으로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_p269(황석영 | 소설가)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그걸 생각이라고 훈련시키니까. 생각은 그런 게 아녜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그게 아닐 텐데……’ 하면서 모든 진리에 대해 회의하는 것. 그게 진짜로 생각하는 거라고요.
_p313(채현국 | 효암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