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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공예술 한국 현대미술의 수행적 의사소통 구조와 소셜네트워킹

저자
강수미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0-04-24
사양
372쪽 | 140*210 | 무선
ISBN
978-89-6735-767-2 03600
분야
예술일반
정가
20,000원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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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20년 오늘 여기의, 한국 현대미술”
들고나는 다공多孔의 구조를 갖춘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어떻게 의식·무의식적으로 우리 삶에 스며드는가
국내외 사회·예술·미학·미술계의 구조와 네트워킹을 관통하다


미술작품은 더 이상 미술관 안에 전시된 순수한 미적 대상이나 화랑에서 물질 형태로 거래하는 미술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자체가 모더니즘 미술의 자기 지시성을 벗어던지고 그간의 역사적 조형의식으로 따지면 매우 이질적이고 잡종적인 면모로 출현하고 있다. 또 사회의 다양한 관계를 매개하는 다채로운 행위자들로서 미학적 태세 전환을 시도한다. 그러는 가운데 미술의 질적 차원은 여기저기 잘 흘러다니고 일시적인 형태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액체 같은 것으로 변화했고, 구조적 차원은 이질적 행위자들이 활발하게 들고나는 다공多孔의 플랫폼이 되었다. _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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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는, 그리고 현장 비평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고 자신의 역량을 넓혀간다. 혹은 자신이 학문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꿰뚫는 시선을 확보하면서 한 단계의 연구를 마무리짓고 그다음 연구를 수행해나간다. 20여 년간 미술계에서 전시기획자, 미술비평가로서 적극 참여하고 교류해온 저자는 철학(미학)이라는 자신의 인문적 연구 성과와 함께 글쓰기를 통해 누구도 쉽사리 할 수 없는 현대미술 읽기를 시도해왔다. 『아이스테시스』와 같은 벤야민 연구서를 내기도 하고, 『비평의 이미지』에서는 비평 자체를 주제 삼아 산문적 글쓰기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까다로운 대상』에서 보여주었듯 한국 동시대 미술을 읽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깊이 발 담그고 있는 여러 계를 하나의 연결성을 가지고 종합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번 책 역시 ‘다공’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2000~2020년까지 한국 미술 지도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이를 해외 미술로까지 확장시켜 그들 사이의 네트워킹을 긴밀히 살펴본다. 미술은 진화한다. 그에 따라 미술을 읽어내는 시선 역시 진화할 수밖에 없으며, 관객과 독자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가운데 발돋움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현대미술을 읽는 크고 정교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
열린 범주, 느슨한 의미, 모호한 형태, 비직관적인 요소…… 오늘날 현대미술을 형용하는 표현이다. 컨템포러리 아트, 현대미술은 정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었다. 사회와 문화 전체에 걸쳐 흐름과 이행, 혼융과 분화의 운동을 거듭하며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한국 현대미술에 한정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 『다공예술』의 연구 대상은 ‘2000년에서 2020년 현재 한국 현대미술’이다. 그리고 여기에 ‘의사소통’ ‘구조’ ‘소셜’ ‘네트워킹’을 사방위로 배치한다. 크게 네 가지의 방면에서, 또 서로 엮기도 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고, 그 면면을 세세하게 다루겠다는 시도다.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의 패러다임 변동을 살피겠다는 목적 아래 그 구체적인 면면을 짚어나간다. 현대미술의 사회적, 예술사적, 미술계 내외적 맥락에서의 변화를 최대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세부적인 경향과 현상의 변화까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서 다루는 현대미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큰 틀부터 세부 논점까지 한눈에 파악, 정리할 수 있도록 <다공의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인포그래픽(본문 16쪽 참고)을 작성해 함께 실었다. 또한 각 부의 3장은 각각 ‘다공성 이미지들’ ‘수행성 이미지들’ ‘네트워킹 이미지들’이라는 제목 아래 각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엮는 작업을 진행했다.
부제를 통해 현대미술 앞에 ‘한국’을 붙여 한정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이 책이 단순히 국내 미술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내외 미술, 예술 전반, 사회, 미학까지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한국 현대미술이라면서 왜? 이유는 간단하다. 미술은 더 이상 어떤 지역적·민족적·관습적인 경계로 한정해놓고는 다룰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한국 미술 내부에서는 국제 미술의 역학 작용을 함께 논하고, 또 반대로 국제 미술의 판에서도 한국 미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공多孔’, 문과 통로가 많은 구조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공예술’이란 어떤 의미일까. 순수미술 작품을 넘어 이제는 이미지의 일종이 된 미술은 더 이상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조형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미술의 외연은 넓어지고 심화되어 미술의 주체와 감상자의 구분도 어려워졌을뿐더러 그 대상 또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뿐 아니라 SNS 유저,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 상품 개발자 등 사람과 영역을 가리지 않으며 미술은 우리 일상 도처에 있다. 대중매체들은 인문학 콘텐츠나 해외여행 등에 미술을 녹여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연예인·인플루언서가 미술 작가와 콜라보한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다.
이처럼 미술의 패러다임은 끝없이 변화해왔고, 오늘날 열린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특히 현대미술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와 기능,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시작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디지털 생태계가 미술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특히 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자 기반이 되었다.
이렇듯 미술은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나 경계를 깨고 다중·혼성의 차원으로 열리며, 시대적 조류에 따라 사회의 다양한 지점과 만나며 유동적으로 흐르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유동성’과 ‘가변성’의 플랫폼, 그 모습이 마치 문과 통로가 많은 구조 같다 하여 저자는 이를 ‘다공多孔’이라 이름 붙였다. 말하자면 현대미술은 개방성과 다원성의 구조를 적극 증진시켜 인풋/아웃풋을 활발히 수행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지점이 바로 2000년대 한국 현대미술이 특별하고, 이전과는 다른 미술로 간주할 만한 이유다.


퍼포먼스, 삶으로 스며드는 예술
‘제1부 다공적 현상: 퍼포먼스-미적-네트워크’에서는 국내외 미술 현상이 다공성의 장으로서 한국 현대미술이 퍼포먼스의 강세, 기존의 미적인 것이 급격한 변화에 노출되어 다원과 융합을 이뤄간 상황, 미술과 사회/공동체의 새로운 네트워크로 인해 패러다임이 변화한 여러 실체를 들여다본다.
대표적으로 ‘공감’과 ‘공존’을 중심 가치로 두고 집단의 상상력과 미적 참여 형태를 다양하게 실험한 사례가 있다. 2018년 4월 11일, 뉴욕 드로잉센터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에두아르도 나바로가 자신의 드로잉 작품을 넣어 끓인 브로콜리 수프를 감상자들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람들은 각자 컵에 든 음식을 먹으며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와 같은 행위는 20세기 후반 서구 미술계에서 가브리엘 오로스코, 곤잘레스-토레스, 리크릿 티라바니자, 리엄 길릭 같은 작가들이 질료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과 현존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미술 형식을 실험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의 나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퍼포먼스는 사람들의 일상이나 사회 현실과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예로 《민토: 라이브》를 들 수 있다. 2011년 시드니 페스티벌은 시드니 근처 민토를 행사 지역으로 포함시켰다. 이 행사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도시에 활기를 가져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문화예술을 통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 문화예술을 통한 젠트리피케이션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그 지향점은 다자가 공존 가능한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부터 서울시가 도시재생과 공공미술을 연계해 시행하고 있는 <서울은 미술관>, 다원적 도시 예술 이벤트인 <서울거리예술축제>,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을 바꾸는 예술> 등이 국내 도시 페스티벌 기획 사례라 할 수 있다.


수행적 의사소통: 현대미술계의 실천
‘제2부 수행적 의사소통: 한국-현대-미술-계’에서는 동시대 한국 미술계를 직관적인 이해 대신 학술적이며 실증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미술계의 중요 이론과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미술기관의 수행성을 해석하고 비평한다. 아서 단토와 <브릴로 상자>, 조지 디키와 예술제도론, 하워드 베커와 예술사회학, 발터 벤야민의 미학과 현대미술 비평까지 미술계의 크고 중요한 흐름을 한 호흡으로 살핀다.
미술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리움과 코리아나미술관 등 국내 미술관의 수행성을 논의한 부분은 흥미롭다. 국내 유일의 국립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사립 미술관으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과 코리아나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다.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에서 <국전> 개막식으로 첫걸음을 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중심 미술관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오랫동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품 소장 업무를 해온 큐레이터 장엽은 예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이 타자를 어떻게 수용해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개관 후 2년이 지나서야 처음 미술품을 수집하는 등 초창기에는 정부의 문화 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던 국립현대미술관은 2000년을 전후로 글로벌리즘의 거센 물결과 시대적 분위기 변화와 함께 2010년에 들어서부터는 미술품 수집과 더 나아가 소장품을 재조사하는 일, 한국 미술을 아카이브화하는 일까지 진행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 주체들을 특정할 수 없게 된 컨템포러리 미술계 상황을 다루며, 이를 통해 현대미술의 이론적 배경에서 나아가 사회 속 예술계/미술계가 수행해온 의사소통 및 실천 행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2부 전체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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