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켜쥐는 만고의 비법, 손오병서 출간
全 19種 22卷에 달하는 ‘김달진전집’ 중 제1권 『김달진 詩 전집』(97년 6월 출간)에 이어 제3권 『손오병서(孫吳兵書)』가 두번째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김달진 선생이 1958년 청우출판사(靑羽出版社)에서 간행한 국역(國譯) 『손오병서(孫吳兵書)』를 저본으로 하고, 이에 엮은이 최동호 교수(고려대 국문학과 교수)가 번역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열전(史記列傳)』 중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을 덧붙여 ‘전집판’으로 확정한 것이다.
『손오병서(孫吳兵書)』는 삼천 년간이나 전승(戰勝)에 있어서의 만고의 철칙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면면히 이어져온 병법에 관한 불후의 명작으로 일컬어져왔다. 중국 최초의 병서일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적 저작(著作)이며, 또한 병법만의 이론이 아니라 인정(人情)의 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가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제어해나가는 길을 설파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주요 병서를 일컫는 ‘칠서(七書)’ 중에서도 단연 대표가 되어왔다.
이제까지 한글 판본이 여럿 세상에 나왔지만, 김달진 선생의 『손오병서』야말로 충실한 원문 해석과 유려한 한글 문체로 그 어느 판본보다도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병서 번역의 전범으로 칭송되고 있다.
사상 최고의 병서이자 삶의 지혜를 담은 처세의 경전
『손오병서(孫吳兵書)』는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계편(計篇)」에서 시작하여 「용간편(用閒篇)」으로 끝나는 열세 편의 손자의 병법이 소개되고, 2부는 여섯 장으로 구성된 오자의 병법을 다루었으며, 3부에서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서 체록한 ‘손자오기열전’을 최동호 교수의 번역으로 실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서구의 손오(孫吳)라 일컫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현대의 새로운 전략전술을 뽑아서 요약한 것으로 기존의 손자병법서류들과 다른 이 책의 값진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김달진 선생의 『손오병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불변의 병법으로 유명한 손자병법에서부터 서양의 손자라 일컫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까지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난세 극복의 비법은 물론이요, 전쟁과 사기와 위장술이 난무하는 복잡다단한 현대를 슬기롭게 헤쳐가는 새로운 전략전술 등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손오병서』의 독특한 면으로서 단지 병서로서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담은 처세서로서 읽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즉 『손오병서』는 난세를 이겨낸 패자(覇者)들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위기와 좌절을 대처하고 예비토록 이끄는 삶의 경전인 것이다. 그러므로 가공할 만한 살상의 핵무기가 등장하는 현대전(現代戰)은 물론이고 평상시의 사회생활, 인간관계에도 훌륭하게 응용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생존경쟁의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삶의 원리를 제시한 실전적 병법서
『손오병서』는 알려진 대로 수많은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었던 춘추전국시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졌기 때문에 매우 실전적인 병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제왕(帝王)의 비본(秘本)이니, 장상(將相)의 비본이니, 또 모든 투사(鬪士)의 비본이니 하여, 병가(兵家)의 좌우서(座右書)로서 만고불역(萬古不易)의 명편(名篇)이라고 칭송되어왔다. 이는 손자와 오자가 장수로서 직접 전장에 나아가 그 승패 체험의 정(正)과 오(誤)를 냉철히 분석하여 기술하였기에 그 실전적 응용의 유익함이 클 뿐더러 유가와 도가의 사상적 깊이를 바탕으로 삶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처세의 비결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경륜의 요지와 전쟁승패의 비결과 인사성패의 지침이 모두 이 책 가운데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손오병서』는 전술가들만이 읽고 연구할 성질의 책은 아니다.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고 음미해봄직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개인과 개인 간이건 단체와 단체, 지역과 지역 간이건 다종다기한 이해관계의 그물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어 있는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크고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손오병서』를 읽는 것은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 즉 생존경쟁의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삶의 원리와 효과적인 인생의 처세술을 깨우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고전(古典)으로서 현대 우리 생활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손오병서』는 그러므로 정치·군사계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의 사람들, 오늘날과 같은 존망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한 필독서라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