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에 비견되는『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장편소설,
“나는 걸었다. 간혹 다른 행인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가벼워 보였고, 무게가 없는 사람들 같았다. 뿌리가 없는 그들의 발은 결코 상처받지 않았다. 그것은 집을 떠난 사람들,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가는 길이었다. 그 길은 아무 데로도 갈 수 없는 길이었다.” - 본문 中 -
줄거리
죽지 않는 한, 맘 같지 않은 인생이라도 도리 없이 오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자,
작가가 본인의 망명체험을 토대로 환상과 부조리를 가로지르며 엮은 불가능한 사랑의 이야기 !
창녀-거지의 아들 토비아스는 열두 살 때, 침대에 포개져 있는 부모를 칼로 찌르고 국경을 넘었다. 이후, 전쟁고아 행세를 하며 이름을 바꾸고 10년 째 시계 공장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재색 작업복을 걸치고, 매일 매일이 단조로운 작업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어릴 적 고향 마을의 친구이자 이복동생인 린을 구원의 여인처럼 기다리면서 틈틈이 글을 쓰며 작가를 지망한다. 그런데 꿈속에서만 존재했던 그녀가,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두고 있는 실제 린으로 나타난다. 외롭고 가난하고 고독했던 토비아스는 그녀를 향한 맘을 감추지 못하고, 결혼 혹은 동거를 그리며 린의 남편 콜로만을 칼로 죽이려 한다. 그러나 다행인지 두 번째 살인의 시도도 실패로 마무리된다. 결국 린은 교수 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토비아스는 남겨지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공장노동자로서의 현실에 머문다.
『어제』에 쏟아진 찬사들
아고타 크리스토프, 그녀의 문장은 짧고 메마르고 가차 없다.
그녀는 돌려 말하거나 과장해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찌른다. 시간이나 지명도 중요하지 않다. 혼외정사, 고독, 죽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인간사일 뿐.
그녀에게, 비관론은 잠재적이고, 잔인성은 불가피하고, 고독은 현기증 날 정도이다.
- 텔레라마
그녀는 진실된 거짓말하기 게임, 즉, 속임수가 금지된 게임을 위해 추적을 막기 위한 발자국 지우기를 했을 뿐이다. 독자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목소리에 당황할 수도 있다. 그녀가 망령들을 쫓아버리기 위해 암흑 속에서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 렉스프레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대항하지 않는다. 농담도 불평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큰 충격 속에서도 잠잠하다. 인생에서 받은 충격. 우리는 이제 아고타의 새로운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밤에 들어선 낯선 역 구내식당 같다. 배경은 초라하다. 그러나 냄새는 아마도 당신에게 익숙할 것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가 이미 본 듯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리베라시옹
옮긴이 용경식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대 프랑스문학을 중심으로 활발한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동서문학 제
정 제 1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칼릴 지브란』『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비밀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전 3권)』『아무튼』『자기 앞의 생』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