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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노래들 한 보편적 주제에 대한 근대 미국과 유럽의 변종들

저자
마틴 제이
역자
신재성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1-01-11
사양
656쪽 | 152*224 | 양장
ISBN
978-89-6735-843-3 93100
분야
철학/심리/종교
정가
35,000원
경험에 매혹되면서 경험의 극단들을 경계하기 위한 경험의 독서

서양 철학은 어떻게 ‘경험’을 다뤘는가
‘경험의 사상사’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 연구


추천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역사학자인 마틴 제이는 다시 한번 서구 문화 전통의 ‘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한 놀라운 역사.”_ 로이드 크레이머, 『신대륙 문턱』의 저자

“철학사의 가장 난해하고, 논쟁적이며, 널리 퍼져 있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에 대한 마법 같은 연구. 인식론과 미학부터 역사, 종교, 정치철학까지 『경험의 노래들』은 이론과 토론의 주요 굴곡점을 현란하게 추적한다.”_ 리처드 슈스터먼, 『실용주의 미학』 저자

“이 명료하고 도발적인 책은 중세부터 포스트모던 담론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기 힘든 경험 개념과 씨름해온 사상가들의 고투에 대한 균형 잡힌 독서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경험 그 자체만큼이나 지성사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책으로 증명될 것이다.”_ 제임스 클로펜버그, 『자유주의의 미덕』 저자


책 소개

경험이란 무엇인가. “그건 남자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그건 흑인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등등 경험은 종종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경험은 언어적 매개 밖에서 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이거나 직접적인 것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담론장에서 맞서 제기된 상대-개념들의 함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즉 과거 경험은 ‘전통’ ‘역사’로 이해되기도 하는 반면, 영국의 경험주의자들은 경험을 감각적 지각의 투박한 의미로 환원시키는 것에 끊임없이 반발한다. 한편 휴머니스트들은 경험을 인식적일 뿐 아니라 정서적인 것으로 봤고, 억압적인 힘에 맞선 투쟁으로 획득되며 공동의 삶의 방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일상에서든, 이론적 담론 영역에서든 ‘경험’만큼 극구 옹호되거나 격렬한 저항을 불러온 단어는 별로 없다. 하지만 경험의 개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왜 그렇게 많은 사상가가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그동안 없었다. 마틴 제이의 『경험의 노래들』은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한 서양 사상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톺아낸 역작이다. 광범위하고 이질적인 사유들에 대한 명쾌한 비교 분석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왜 ‘경험’이 논란의 촉발점이었는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서구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종교 사상과 현상학,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포스트구조주의까지 저자는 특정 사상과 학파를 다루면서 그것을 초월하는 주제와 패턴을 발견하고 경험의 지적 역사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현대 문화에서 ‘경험’의 물질적, 언어적, 문화적, 이론적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사상적 자원이자 참조점이 되어줄 것이다.

경험에 매혹당한 사상가들

이 책은 ‘경험’이 실제로 있는지, 무엇이 경험일 수 있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을 제시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저자는 왜 그토록 다양한 전통에 속한 많은 사상가가 경험을 규명하는 일에 매달렸는지를 이해해보려는 것이 저술의 가장 큰 의도라고 말한다. 많은 이가 경험에 대해 조급함과 열의 때문에, 개념을 정의하고 해명하려는 시도를 거의 동반하지 않은 채 그 일을 했다. 경험을 얘기해온 사상가들이 한 것은 냉철한 분석일 뿐만 아니라 열정의 ‘노래’이기도 했다. 이 노래들은 때로는 서정적 찬가였고, 때로는 구슬픈 비가였으며, 또 때로는 쓰디쓴 비난이기도 했다. 알고 보면 ‘경험’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경험에 특별한 강조점을 둔 많은 사람에게서 놀라운 감정을 촉발하는 하나의 기표다. 최근 한 논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험과 자유, 이 두 단어는 모름지기 영어권에서 가장 강력한 슬로건에 해당될 것이다. 영국계 미국인들의 사유는 언제나 그 단어들에 의지해 사유의 토대와 방법과 목표를 규정해왔다.” 물론 영미 문화권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전통에서도 경험에 대한 ‘추종’ ‘신화’ ‘숭배’ ‘신비주의’는 여지없이 살펴진다. 경험의 유혹이란 정말 강력한 셈이다.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라는 푸코의 주장은 인간의 조건을 정의하고자 했던 여타의 시도들(정치적 동물, 경제적 인간, 지혜로운 인간, 도구적 인간, 유희적 인간 등)처럼 부적합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경험의 일정한 의미들을 참고하지 않고는 세계 속에서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역할을 사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경고한다.

역사, 예술, 과학, 종교, 정치 영역은 각각 어떻게 경험을 사유했는가

방대한 경험의 사유 지도를 그려내기 위해 저자는 우선 1장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경험의 노래들을 개괄하고 있다. 경험을 맛보려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관문인 셈인데 경험에 대한 고대로부터의 사유가 어떻게 몽테뉴에 이르러 ‘인본주의적 경험’을 낳고 다른 한편 베이컨에 이르러 ‘과학적 실험으로서의 경험’을 낳는지를 긴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뒤로 본격적인 유파와 사상가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 2장에서는 경험론과 관념론의 경쟁이라는 구도에서 로크, 흄, 칸트 사이의 핵심적인 논쟁들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는 관념론이 경험론을 인식의 문제로 환원해버린 것이다. 즉 경험이 담론적 양식들로 해체됐는데, 20세기에는 그렇게 찢긴 것들을 다시 합치려는 시도들이 이뤄진다. 3장에서는 경험이 종교 영역에서 탐구되는 방식을 슐라이어마허, 제임스, 오토, 부버를 통해 개관했다.
4장 ‘미학적 경험을 통한 신체로의 회귀’에서는 칸트라는 거대한 산줄기가 어떻게 미학과 신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경험 사유를 뻗어냈는지를 살펴보면서 예술작품을 경험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존 듀이의 사상까지 다루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어떤 미학적 경험이 실제 존재하거나 존재해야 하는지, 미학적 경험과 다른 경험 양태들 간의 경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상호 침투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는 철학자와 미학자들이 미학적 경험의 본질을 찾는다고 법석을 떠는 동안, 실천적 예술가들은 그런 경험을 유발하는 예술의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변형들을 끊임없이 발명해왔기 때문이다. 5장은 ‘정치’다. 버크, 오크숏,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그 자체가 목적인 정치적 경험이 여타 경험들과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보수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나 급진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나 모두 경험의 잠재력을 동원해온 게 특징이다.
6장에서는 주로 역사를 통해 경험의 문제를 사유한 사상가들의 탐구를 다루는데, 그들이 경험의 단절이라며 한탄하거나, 아니면 경험을 복원하면서 회복하려 한 시도들을 살펴본다. 7장에서는 미국 실용주의 학파의 경험론을 살펴보고, 8장에서는 ‘경험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경험론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9장은 경험에 대한 구조주의적 재구성을 촉구한 바르트, 푸코 등의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을 소개했는데, 이들은 기존까지 ‘내적 체험’이라 불러온 것들이 사실은 ‘외부의 경험’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주장하며, 전통적으로 경험의 운반자라고 여겨져온 주체의 해체를 요구한다.
이처럼 우리는 복수로 경험의 ‘노래들’을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관념의 메타서사를 추구하는 이들에게서 단일한 이야기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모든 선택의 긴장 속에서 ‘경험’이라는 공적 언어와 사적 주관성 사이, 표현 가능한 공통성과 개인들 내면의 형언 불가능성 간의 교차로들을 넘나들 것이다.

경험된 사람은 교조적이지 않다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노년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실험 방법과 대조시킨 자신의 경험 개념에 대
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경험된다는 것은 지금 누군가가 어떤 것을 완전히 안 뒤 그것을 지식으로 견고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들에 더욱더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된 사람은 교조적이지 않다. 경험이란 새로운 경험에 개방되기 위해 자유로워지는 효과인 것이다. (…) 경험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폐쇄적인 것도 이끌어내지 않는다. 거꾸로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무언가를 항상 배우는 중이다. (…) 이것이 바로 내가 모든 경험의 무기한성interminability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가다머의 이와 같은 말을 인용하며 경험이 야기해온 많은 질문에 대해 몇 가지 가설적인 제언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 제안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범주로서의 경험과 다양한 하위 범주들로 경험을 양태화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근대화 특유의 분화 과정은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별도로 분석하려는 시도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인식적·종교적·미학적 경험에 관한 담론들을 발전시켰다. 이처럼 각각의 영역에서 경험으로 간주되는 것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일반적 범주 속에 잠복해 있는 다양하고 때로 모순적이기까지 한 가능성들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들은 공통분모로 손쉽게 환원되는 것을 거부한다.
두 번째 제안은 첫 번째 제안에서 파생된 것이다. 경험 주체와 경험 대상의 골치 아픈 관계다. 포괄적인 경험 개념에 욕망은 서구 사상의 비변증법적인 주객이원론을 참을 수 없어 했다. 현상학자, 비판 이론가, 실용주의자, 포스트구조주의자 그 누구를 막론하고 주장하다시피, 경험은 어떤 고립되고 관조적이며 통합된 주체가 완전히 그 주체의 밖에 있는 어떤 대상에 대해 취하는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이들은 경험이 전적으로 어떤 대상과 마주하는 어떤 주체의 속성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약화시키고자 했다.

경험의 극단들을 경계하기 위한 경험의 독서

‘경험’이 때로는 주체의 극으로 때로는 대상의 극으로 이끌리면서 불안정한 개념이 되는 이유를 해명해주는 또 다른 방식은 그것이 주격 속격이나 목적격 속격[of]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은, 그것이 전적으로 주격 속격 또는 목적격 속격으로 해석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신자의 내면에 위치하는가, 아니면 그가 신성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에 더 가까이 자리하는가? 혹은 그것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판단 혹은 공감에 속하는가, 아니면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고유하게 미학적 반응을 야기하는 대상과 과정에 해당되는가? 그것은 역사학자의 서사적 재구성인가, 아니면 습관적인 지혜와 단절하면서 역사적 경험을 제공하는 과거 유산의 강력한 힘인가? 또한 그것은 정치적 행동주의의 설렘인가, 아니면 공적 영역에 관여함으로써 유발되는 객관적인 결과들인가?
이들 긴장 속에서 계속 오가지 못한다면 문제적 지점에 이를 수도 있다. 주격이 극단으로 내몰리면, 그것은 그것의 촉발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것을 미학적 경험으로 바꾸는 부적절한 편향에 빠질 수 있다. 미학적 관점에서 자연적이고 인공적이기까지 한 대상, 사건, 과정들을 경험하는 능력이 유효할 수 있다 해도,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걱정스러운 현상들의 무차별적인 미학화는, 벤야민이 훌륭하게 경고한 대로 재앙적인 결과들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 책 『경험의 노래들』을 읽는 경험은 자의식 강한 독자로 하여금, 시인/예술가가 제시한 과제들을 이해하도록 분투해야 하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해법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의 지위가 하락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다. 경험에 관하여 책을 쓰는 이 여정은 그러므로 여전히 불확실한 종착지로 가는 중에 잠시 멈춰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여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기를 희망하며, 독자들이 이 길에 함께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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