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 저자
- 한은형
- 출판사
- 이봄
- 발행일
- 2021-02-03
- 사양
- 228쪽 | 130*184 | 신국판 변형 | 무선
- ISBN
- 979-11-90582-40-7 03810
- 분야
- 산문집/비소설, 에세이/비소설, 예술일반
- 정가
- 13,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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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접해온 이야기, 고전문학이자 세계문학으로 불리는 소설 속에서 여성 주인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고전문학 목록에 여성작가가 등장하는 것은 근현대로 넘어와서다. 남성 소설가의 시선을 통해 재현된 여성 주인공들은 어딘가 납작하게 느껴지곤 한다. 남성 소설가의 세계 속에서 여성 인물들은 '전형성'을 띠고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렇게 납작하게 묘사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고전은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는 걸까? 오직 비판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작품인 걸까? 소설가 한은형은 지금의 우리가 고전문학을 어떤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답을 내놓는다.
한은형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어른들의 허위의식을 경멸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 로 제2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속 여자아이의 취미는 자살수집가였는데, 만약 이 아이가 자랐다면 를 쓰는 작가가 되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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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늘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소설가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되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록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냥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한은형의 미덕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는 때때로 놀라울 정도로 관조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자기 자신을 풍경처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한은형일 것이다.
한은형은 장편소설 『거짓말』로 제 2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를 썼으며 테마 소설집 『도시와 나』, 『안녕, 평양』에도 작품을 실었다. 에세이로는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오늘도 초록』,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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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세 발 달린 개가 없었더라면
너무 많이 느끼는 안나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 안나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불멸할 수밖에 없는 로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엠마 ― 제인 오스틴, 『엠마』
제멋대로 사랑하는 리디아 ― 피에르 드리외 라 로셸, 『도깨비불』
누구보다 세련된 엘렌 ―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배울 기회가 없었던 테스 ― 토머스 하디, 『더버빌가의 테스』
시대를 갖고 논 사라 ―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거짓 속에서 산 브리오니 ― 이언 매큐언, 『속죄』
돈으로 가득한 데이지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아몬드 냄새가 나는 페르미나 다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끝내 지루함을 선택한 캐서린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순수와 격정을 오가는 요코 ― 미즈무라 미나에, 『본격소설』
열세 살에 권태를 느낀 에스메 ― J.D. 샐린저,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한 번에 담배 두 개비를 피우는 조던 베이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세상 모두에게 잔혹한 나스따시야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백치』
죽을 때까지 왕녀인 마틸드 ― 스탕달, 『적과 흑』
서른에 사랑을 처음 배운 레날 부인 ― 스탕달, 『적과 흑』
‘격’ 있는 사랑을 하고 싶었던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델핀 루 ― 필립 로스, 『휴먼 스테인』
미칠 수밖에 없었던 에스더 ― 실비아 플라스, 『벨 자』
남자 없는 여자, 에스텔러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고아가 되기로 한 테레사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애벌레에게도 상냥한 앨리스 ― 루이스 케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검은 모자가 된 사비나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쇼샤 부인 ― 토마스 만, 『마의 산』
운명의 자매인 세 마녀 ―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내가 꿈꾸는 사람, 바베트 ― 이자크 디네센, 『바베트의 만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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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한은형이 채집한 29명의 여성 인물은 제각각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들의 성격은 세상에 의해 종종 부정적인 것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는 그렇게 평가 절하된 성격이 한은형의 시선을 만나 긍정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인물에게 다시 활기와 생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와 테스와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을 비극적인 인물, 남자에 미쳐 인생을 버린 인물로 읽어왔다면 한은형은 바로 그들의 이런 점을 다른 언어로 말한다.
세간에서는 히스테리적인 인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인 인물로 읽어내는 『본격소설』의 요코에 대해서도 한은형은 다르게 말한다. 평가 절하되는 인물의 성격을 하나씩 채집해나가며, 이 인물에게는 기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한은형 소설가 특유의 서늘하고 날카로운 문장은 이 책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세계문학 속 문장을 인용함에 있어서도 군더더기가 없으며, 그 문장을 재해석하는 한은형만의 문장은 그보다 더 아름답다.
한은형은 자신의 소설 『거짓말』에 관해 이야기하며 “잔인하게 보기, 잔인하게 쓰기가 자신의 리얼리티이기에 계속 잔인한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소설가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세계문학에 대한 시선은 서늘할 수밖에 없다.
예리한 눈빛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가며 다시 촘촘하게 엮어내는 소설가는 세계문학 속 여성 인물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단순히 소설가라서 궁금한 게 아니다. ‘한은형’이기에 궁금한 것이다.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받은 느낌도 간편하게 진술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묘사해낸다. 한은형이 재해석하고 묘사하여 구축하는 세계는 견고하고 매력적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접해온 이야기, 고전문학이자 세계문학으로 불리는 소설 속에서 여성 주인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고전문학 목록에 여성작가가 등장하는 것은 근현대로 넘어와서다. 남성 소설가의 시선을 통해 재현된 여성 주인공들은 어딘가 납작하게 느껴지곤 한다. 남성 소설가의 세계 속에서 여성 인물들은 '전형성'을 띠고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렇게 납작하게 묘사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고전은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는 걸까? 오직 비판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작품인 걸까? 소설가 한은형은 지금의 우리가 고전문학을 어떤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답을 내놓는다.
한은형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어른들의 허위의식을 경멸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 <거짓말>로 제2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속 여자아이의 취미는 자살수집가였는데, 만약 이 아이가 자랐다면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를 쓰는 작가가 되었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