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OUT! 새로운 로큰롤 멤버 대모집!
대학교를 자퇴하고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나’는, 학원 제자이자 등교 거부 중학생 요시모쿠의 이름으로 휴대폰 인터넷 사이트에 록 밴드 멤버를 모집하는 광고를 낸다. ‘뜨거우면서도 쿨하고, 멍청하면서도 똑똑한. 새로우면서도 정겹고, 꼴사나울 정도로 멋진, 울면서 웃을 수 있는 로큰롤. 확대와 수축, 원리와 응용. 최고이자 최저의 멤버를 대모집. 19세. (요시모쿠).’ 보컬을 지망하던 ‘나’는 이 광고를 통해 중학교 시절 뚱뚱하다는 이유로 엉겁결에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게 되었다는 오자키, 도달할 수 없는 황금선율을 찾고 있는 기타리스트 데쓰로, 그리고 그의 듬직한 파트너인 드러머 치바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싶어 모인 이들은 스튜디오를 빌려 사전 연습 없이 비틀스의
끝난 것일까, 아니면 시작한 것일까
아득한 음악은 확실히 그곳에 있었다
단단히 또 단단히, 한 점을 바라보면서 이제부터 시작될 이야기를 상상하는 거야. 시작하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거야. 심플하며 힘찬 이야기가 좋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핑계처럼 들리는 이야기는 필요 없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야기. 판단하기 위한 정보와는 다른, 오직 믿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이야기. 깊이가 있고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가 좋아. 등에 균열이 갈 것처럼 뜨거운 거.
_「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중에서
강의실, 아르바이트, 음악, 비틀스, 오지 오스본, 휴대폰, 록 밴드.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에는 실제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던 나카무라 코우의 경험이 적잖게 녹아 있다(작품에 등장하는 ‘고마이누’라는 유니크한 밴드명 역시 나카무라 코우가 실제로 결성했던 밴드였다고 한다). 풋풋하고 달짝지근한 연애와 우정이 등장하는 여타 밴드 소설들과 달리, 교복을 벗은 후에도 자신의 로망을 위해 기타를 쥐고 휴대폰 사이트에 접속하는 ‘다 큰 어른’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는 노교수, 그 교수가 설명하는 황금비와 황금나선의 극방정식,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킬을 지닌 학원 원장 선생님, 사이좋은 두 여학생의 싸움, 그런 가볍고도 범상치 않은 에피소드가 미래의 밴드 동료들과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대화 사이로 하나씩 펼쳐진다.
“베이스는 일단 너하고만 맞으면 되지만, 보컬이 어렵다구. 때로는 격렬하게 흔들리듯이. 때로는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선명하게, 기운차게, 거친 혼과 온화한 마음으로, 우리를 팍팍 찔러내는 녀석이었으면 좋겠어.”
“그런 녀석이 있으려나?”
“있어. 만나기 어려울 뿐이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 녀석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 분명히.”
_「달에 짖다」 중에서
「달에 짖다」는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의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콤비, 데쓰로와 치바의 만남을 그린 사이드스토리. 미니라보를 만드는 공장에 근무하던 두 사람은 사내의 QC강좌를 듣던 중 미모의 여사원 오가사와라와 같은 그룹을 짜게 된 것을 계기로 의기투합하게 되고, 각자 기타와 드럼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른 파트의 멤버들을 찾아 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기타리스트는 직업이지만 드러머는 속성이라는 철학을 갖고서 “저는 드러머니까요”란 말을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치바와, 직장 동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벽을 쌓은 채 자신의 세계만을 고집하는 근성 있는 기타리스트 데쓰로의 캐릭터를 좀더 자세히 엿볼 수 있는 보너스 격 단편이다.
‘새로운 시작 3부작’의 전작들인 『이력서』와 『여름휴가』와 마찬가지로,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역시 언뜻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들이다. 그곳에서는 지금까지 생활하던 곳을 버리고 처음으로 서본 곳에 갑자기 눈부신 햇빛이 비춰드는 것과 같은 축복의 기운이 느껴진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그다지 대단치 않은 우울, 정해져 있는 커다란 길을 걸어가면서도 열심히 한눈을 팔고 샛길을 두리번거리며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려는 주인공들, 그리고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중 우연찮게 눈에 들어오는 한 컷의 영상처럼 아련하고도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장면들은,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나카무라 코우의 최고 걸작으로 꼽는 이유일 것이다.
그 시절은 실제로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를 손에 넣었다는 실감은 존재하죠.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 두근거림만은 마음껏 긍정하는 것이 좋다, 열아홉, 스무 살 때의 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_나카무라 코우(제26회 노마 문예 신인상 수상소감 중에서)
자기 나름의 리얼리티를 찾기까지 우왕좌왕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큐트하다.
_야마다 에이미(제130회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 중에서)
나카무라 코우는 악인을 그리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지는 흔치 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유머가 있고 리듬이 있고, 애틋함과 상냥함도 함께 공존한다.
원만한 흐름 속에서 현대사회를 무대로 한 작은 이야기가 채워진다.
좁은 무대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감의 깊이가 독자를 주관적으로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아닌 얘기 같지만 읽고 난 후 몸이 조금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_일본 아마존 독자평 중에서
나카무라 코우(中村 航)
1969년 기후 현 출생.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으며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광학기계회사에 입사하였다. 1997년 밴드 활동 중지 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이 년 후 퇴사, 2002년 『이력서』로 제39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어서 2003년 『여름휴가』가 제129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로 제26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100번 울기』 『절대, 최강의 사랑 노래』 등이 있다.
http://www.nakamurakou.com
옮긴이 현정수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상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졸업. 옮긴 책으로 『이력서』 『여름휴가』 『NHK에 어서 오세요』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 『잘린 머리 사이클』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 등이 있으며, 잡지 『파우스트』의 번역진으로도 활동중이다.
* 2007년 11월 2일 발행
* ISBN 978-89-546-0416-1 03830
* 124*184 | 212쪽 | 9,800원
* 담당편집 : 양수현(031-955-8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