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그리고 문화를 읽는 젊은눈
스스로를 아프게 통과하는 비판적 성찰의 젊은 눈들에 의해서 한 시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상처와 열광의 시간을 다시 좇으며 자신들의 몸에 새겨진 시대정신을 해석하고자 하는 젊은 지성들, 그들의 살아 있는 눈을 찾아간다. 먼저 젊은 사회학자 김종엽 한신대 교수의 『시대유감』이 출간되고 뒤이어 시인·문화평론가·록 뮤지션 성기완씨의 『장밋빛 도살장 풍경』이 나온다. 이후로도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다방면의 젊은 저자들이 이 시리즈를 채워갈 것이다.
젊은 사회학자 김종엽의 90년대에 대한 성찰
문화평론가이자 사회학자인 김종엽 교수의 『시·대·유·감』이 문학동네 젊은눈 시리즈의 시작을 열었다. 서태지의 동명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이 책을 "1963년생의 한 남자가 한국사회에서 가족과 사회와 학교와 대중문화와 정치를 경유하며 30대에 겪은 체험의 기록으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체험의 기록으로 그의 글을 읽기에 그의 글과 사유는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 기술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조화"되었으며 "풍요롭고 예리하며 고통스럽다". 그의 시선은 월드컵 열기, 영어 공용화론, 사회적 조울증과 냉소주의, 과외 금지 위헌 판결, 주식투자 등등 한국사회의 각종 현안을 짚어내고 움베르토 에코와 박수근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TV와 신문, 도서관과 동물원을 종횡무진 탐사한다. 그것은 90년대라는 조울증의 사회, 모든 말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는 냉소적 웃음의 사회를 바라보며 "시대의 결을 거슬러 솔질"하고자 했던 김종엽 교수의 아픈 유감일 터.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그의 글이 "영화와 책들, 심지어 자신만의 독특한 개인사마저도 모조리 재구성해야 하는 곤혹감을 준다"고 말하고 있으며,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이 땅에서 사회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고 평가한다.
문화의 겉과 속을 가로지르는 젊은 사회학자의 명징한 사유
이 책은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90년대 혹은 조울증에서는 중독증, 공주병, 사오정 시리즈, 월드컵과 도박, 신창원의 탈주극, 교수 채용, 폭탄주, 군필자 공무원 시험 가산점, 영어 공용화론 등의 사회적 현안을 풍자적 언어로 꼬집고 있다. 제2부 학교, 그 어두운 곳에서는 사람들은 왜 학교에 다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학교에서의 체벌 문제, 교권의 실추와 회복, 과외 금지법과 사교육 현장, 시험 문화, 스승의 날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제3부 관목숲, 대중문화는 TV 프로그램 속에 내재된 문화이데올로기를 찾고, 오양 사건, 『플레이보이』의 모델 이승희 등을 재조명하고, <식스 센스> <함정> <용가리> <쉬리> 등의 영화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읽어본다. 제4부 세계화, IMF 그리고 세기말에서는 세계화라는 슬로건이 품고 있는 모순과 IMF라는 국가적 위기와 세기말이라는 문화적 상황에서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읽는다. 제5부 미친 신문 병든 공론장은 언론매체의 부정적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며 제6부 에세이와 강연에서는 『푸코의 진자』와 박수근을 신선한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한편 동물원과 도서관에 대한 재기 넘치는 단상을 담았다.
저자 스스로 글의 영향력에 대해 "울림이 작은 매체이나 의미동일성을 구축하고, 공동의 삶을 향한 동기화를 유발하며, 합리적인 대화의 틀을 자아낸다"고 말한바, 이 책의 여섯 가지 단상이 그러한 나름의 힘을 발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에 대하여
사회학자 김종엽의 글과 사유는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인 기술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조화된 지네딘 지단과 같은 미드필더의 축구를 관람하는 것과 진배없는 지적 흥미를 제공한다. 그 더듬이는 폭탄주에서 촌지, 박수근의 그림에서 『푸코의 진자』까지 종횡하면서 90년대 한국사회 내면의 조울증을 유려한 서사적 풍경으로 재구성해낸다. 이 땅에서 사회학은 죽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뿐이다. ―강헌(대중음악평론가)
현명한 자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내 경우 이 명제는 오로지 김종엽과의 대화에서 참이 된다. 그의 담화는 풍요롭고 예리하며 고통스럽다. 그는 모래알로 우주를 성찰해내는 현자다. 그는 말의 진정한 뜻에서 르네상스맨이다. 그 까닭에 솔직히 대화하기 싫은 때도 많다. 그와 헤어지고 나면 나는 내가 체험한 영화와 책들, 심지어 나 자신만의 독특한 개인사마저도 모조리 재구성해야 하는 곤혹감을 느낀다. 도대체 난 무엇을 읽었단 말인가. 내가 읽었던 책은 김종엽이 읽은 책과 제목만 같았던 것이다. ―정윤수(문화비평가)
*2001년 12월 30일 발행/ISBN 89-8281-459-0 03810
*170*224/328쪽/값 9,500원
*담당편집: 김현정, 장한맘(927-6790, 내선 217, 214)
사회학자 김종엽의 글과 사유는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인 기술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조화된 지네딘 지단과 같은 미드필더의 축구를 관람하는 것과 진배없는 지적 흥미를 제공한다. 그 더듬이는 폭탄주에서 촌지, 박수근의 그림에서 『푸코의 진자』까지 종횡하면서 90년대 한국사회 내면의 조울증을 유려한 서사적 풍경으로 재구성해낸다. ―강헌(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