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의 빈 곳
- 저자
- 김수이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2-11-28
- 사양
- 456쪽 | 신국판
- ISBN
- 89-8281-607-0
- 분야
- 문학이론, 평론
- 정가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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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풍경 속, 충만한 빈 곳을 찾는 글쓰기
그러나, 풍경 속에는 언제나 빈 곳이 있다. 빈 곳은 풍경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충만을 돕는다. 때문에 시인은 풍경 속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주 비어 있는 자체로 드러낸다. 풍경과 함께 풍경 속의 빈 곳을 더듬는 비평가의 시선 역시 그 빈 곳으로 인해 활기를 얻는다.--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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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68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문학동네』 문예공모에 평론 「타자와 만나는 두 가지 방식--기형도, 남진우의 시에 관하여」가 당선되었다. 평론집 『환각의 칼날』(200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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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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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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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현장감각으로 늘 한 발 앞서 시인을 좇는 평론가 김수이의 평론집이 출간되었다. 『환각과 칼날』(2000) 이후 이 년 만에 묶인 이 책에서 그는 시인이 비워놓은 풍경의 빈 자리를 찾아간다. 시인이 풍경을 창조하면서 세계와 소통하고, 자신이 창조한 풍경과 다시 소통한다면, 비평가는 그 풍경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시인이 번역한 생의 풍경을 또다른 풍경으로 번역해내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나의 풍경에서 다른 풍경을 새롭게 읽어냄으로써 시인의 시선이 닿는 자리는 겹겹의 수많은 갈피를 지닌 끝없는 소통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풍경 속에는 언제나 빈 곳이 있다. 빈 곳은 풍경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충만을 돕는다. 때문에 시인은 풍경 속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주 비어 있는 자체로 드러낸다. 풍경과 함께 풍경 속의 빈 곳을 더듬는 비평가의 시선 역시 그 빈 곳으로 인해 활기를 얻는다.--책머리에
이 요약되지 않는 무한한 소통의 현장을,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늘 작고 숨가쁜 움직임들이 분주한 풍경의 내부를, 살아 있는 풍경 속의 충만한 빈 곳을 찾아, 김수이는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기를 쉬지 않는다.
풍경 속의 빈 곳을 찾아가는 이 평론집의 1부에는 오늘날 서정시가 처해 있는 운명과 미래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들을 모았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이라는 역설적인 명제를 전제로 한 1부의 글들은 전통 서정과 종래의 자연의 미학으로부터 오늘의 시가 계승해야 할 미덕을 통찰하고, 화해로운 동일성의 서정이 비동일성과 부정적인 동일성의 서정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을 진단한다. 동세대의 시인들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비동시적 시간의 공존 현상과, 자연의 전체성이 일정한 거리와 순간 속에서만 경험되는 현상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탐구하고 있으며, 특히 나무와 바다를 주제로 한 두 편의 글에서는 서정성의 역사적인 변모 과정을 추적한다.
2부에는 몸, 사랑, 죽음, 자아, 폐허, 탈주 등을 핵심어로 한 주제비평을 실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다른 시각을 지닌 시인들을 한 지면에서 만나는 것은 우리 시의 다양한 풍경들과 그 풍경들의 소통의 장면을 목도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다. 최승호, 김기택, 정희성, 이성부, 김정환, 김승희, 최승자, 김명리, 한영옥, 이윤학, 권혁웅, 유종인 등의 시가 다루어진다.
3부에는 독립적인 시인론을 모아놓았다. 최하림, 김명인, 강은교, 박서원, 정인섭, 이문재, 윤제림, 이수명, 유하, 안도현, 김철식 등은 현재 우리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로, 세대와 시적 지향성, 형상화 방식과 시어의 질감 등에 있어 다양한 편차를 보여준다. 이들의 시에 대한 개별적인 탐색은 현재 우리 시단의 깊이와 넓이를 탐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4부에는 주제비평의 형식으로 씌어진 계간평들과 구효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소설론을 싣고 있다. 어느 작품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인다.
천양희 시인의 말처럼, "물 속을 다 보여주지 않는 수면"과 같은 그의 글에서 우리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시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깊은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르듯이 물살이 깊이 감추고 있는 그의 글에는 내면의 깊이와 힘에서 우러나온 어떤 위엄이 있다. 그 위엄은 시인을 화나게 하지 않고 부끄럽게 하며 상처를 주지 않고 아프게 한다. 그럴 때 그의 글은 마치 삼 퍼센트의 소금 때문에 썩지 않는 바닷물 같다. 그러면서 또 그는 자연과 문명, 생활세계와 바깥세계,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개성적인 방식으로 조합해내는 시들로 시간의 박물관을 실하게 만들고 있다. 만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 속으로 풍성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시인의 자격이 시인을 발견하는 데 있다면 비평가는 시인을 발견할 시인을 발견하는 데 있을 것이다. 김수이의 발견 또한 그러리라 믿는다. 천양희(시인)
김수이의 비평에는 뛰어난 현장감각이 있다. 훈련이 잘된 이 비평가의 감식안은 좋은 시와 나쁜 시를 재빨리 구분한다. 그 기준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온성이다. 가라앉으려는 것은 들쑤시고 휘젓는 어떤 열정, 그가 기쁘게 발견하는 것이 그것이고 날카롭게 손가락질하는 것이 그것이다. 불온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굳건해야 하며, 얼마나 세련되어야 하는가, 그가 논리로부터 얻어들은 말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로 구축되어가는 말을 통해 표현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황현산(문학평론가)
풍경 속, 충만한 빈 곳을 찾는 글쓰기
그러나, 풍경 속에는 언제나 빈 곳이 있다. 빈 곳은 풍경의 결여가 아니라 오히려 충만을 돕는다. 때문에 시인은 풍경 속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주 비어 있는 자체로 드러낸다. 풍경과 함께 풍경 속의 빈 곳을 더듬는 비평가의 시선 역시 그 빈 곳으로 인해 활기를 얻는다.--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