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은 왜 돌하르방을 만들었을까? 장승은 왜 하나같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장독대에 버선본을 거꾸로 단 이유는? 금줄은 왜 왼쪽으로 꼴까? 문지방에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 있는 생활의 습관과 그 뿌리를 시골 할머니 댁으로 놀러간 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탐색한다. 가족 제사에서 마을 제례까지 전통 민간 신앙을 탐색하고 다양한 집안 지킴이들과 마을 지킴이, 그리고 그들을 모시는 의식들을 이해한다. 지킴이를 만들어 모시는 풍습을 단지 미신과 우상을 숭배하는 하찮은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전달한다.
민화(특히 세화)의 발생이 민간 신앙과 결부되어 있는 만큼, 지킴이에 가장 어울리는 삽화는 역시 민화풍일 것이다. 전통 한지 공예품에 쓰인 문양 위주로 4백여 종의 전통문양을 집대성한 대형 도판을 펴내 한지공예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금광복(한국민화작가회 부회장)의 삽화는 인물이나 채색에 있어 민화의 느낌이 물씬 살아난다. 전국 박물관과 시골 외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조사하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려 낸 다채로운 지킴이들의 모습은 익살스럽고 소박하며 꾸밈이 없다. 자유로운 구도와 강렬하고 알록달록한 색채, 그리고 단순화된 형체의 민화풍 그림은 토착 신앙에 담긴 조상들의 마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끔 도와준다.
정보책은 어린이들이 정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적절한 범위의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다룰 경우 산더미 같은 정보량에 아이들이 질리고 만다. 둘째, 책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가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형식면에서도 부록처럼 실리는 지루한 정보 전달 방식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는 재미난 이야기 속에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빽빽한 글씨와 도판으로 자칫 흥미를 잃기 쉬운 백과사전식 정보책, 빈약한 정보만 나열되어 있는 정보그림책의 한계를 벗어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보다 질 높고 유용한 정보책이 되도록 하였다. 이야기와 정보(시각 정보와 텍스트 정보)를 적절히 배합한 새로운 구성으로 흥미와 학습 효과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정보그림책이다.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주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훌륭한 문화 유산들이 많다. 그러나 이른바 화려하고 유명한 문화 유산이 아닌 이상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한두 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우리 전통 문화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어린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는 기획되었다.
우리 삶의 밑바탕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전통 문화의 우수성과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알기 쉽도록 소개한 정보그림책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는 어린이를 위한 참된 양서를 만들자는 한뜻으로 오랜 기간 국내외 아동 도서를 연구해 온 기획팀 청동말굽이 집필하였다. 아동 심리학, 문학, 교육, 미디어를 전공한 사람들의 모임인 청동말굽은 미디어와 어린이의 특성, 그리고 어린이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책을 구성하였으며, 현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이자 서울대 국사학과에 재직중인 한영우 교수가 적극 동참하고 감수하였다.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는 모두 10권으로 구성되었으며 겨루며 즐기기의 전통 무기와 전술· 생각하며 즐기기 민간 신앙·펼쳐 즐기기 옛 지도· 함께 즐기기 통과의례· 둘러보며 즐기기 경복궁 또 전통 음식·전통 인형·교육 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뤄질 예정이다.
소박하고도 찬란하며 과학적이고 또 투박하기도 했던 전통 문화의 참모습을 만나면서 어린이들은 진정한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