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풍수지리 사상에 입각해 땅을 살아 있는 생명으로 여기고 음양오행 사상에 따라 다섯 가지 색깔로 지도를 그렸다. 맨 꼭대기에 있는 백두산을 사람의 머리라 보고, 백두대간을 등뼈, 제주도와 대마도를 두 발로 여겨 산과 강 마디마디를 뼈대와 핏줄이 살아 꿈틀대는 것처럼 표현하였으며 바다의 물결마저도 두 손을 꼭 맞잡고 있는 형상으로 그려 넣었다. 또한 동서남북, 중앙의 땅을 푸른색, 흰색, 붉은색, 검은색, 노란색 등 각 방위를 지키는 신들의 색으로 표현하여 국토 수호의 마음을 담았다. 국보 제248호인 <조선방역지도>는 이러한 풍수지리사상과 오방색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우리 나라에 들어온 서구의 세계 지도
<곤여만국전도>와 우리의 세계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비교해 보며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알아보고 조선 땅덩이를 그린 전도를 통해 조상들의 지리관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각 고을을 그린
<도성도>나 <평양도>를 감상하면서 당시 지배 계층의 희원과 통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항공 기술과 인공위성, 측량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때에도 조상들은 실제 땅과 거의 흡사한 입체적인 지도를 만들어 냈다. 정확한 방위를 알아보기 위해 ‘범철’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다녔고 거리와 면적을 재기 위해 ‘기리고차’라는 수레와 삼각측량법을 이용하였다. 이를 토대로 풍수지리에 통달한 상지관과 나라에 소속된 화가들인 화원들이 함께 지도를 만들어 냈다. 조선 후기에는 고산자 김정호를 선두로 여러 뜻있는 학자가 백성들이 두루 쓸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이 <대동여지도>를 최고의 지도로 평가하는 이유는 풍부한 정보와 정확성뿐만 아니라 목판과 첩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일반 백성들이 소장하며 갖고 다니기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조선뿐만 아니라 머나먼 아프리카, 상상의 나라까지 담은 세계 지도, 우리 나라의 전도, 지방도, 도성도 등 국방의 용도로, 여행의 용도로, 때론 감상의 용도로 쓰인 옛 지도들을 백두에서 한라까지 꼼꼼히 밟아 보는 동안 어린이들은 우리 땅 구석구석을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아름다움과 그 땅을 사랑했던 조상들의 마음까지도 깊이 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수 한영우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를 감수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관장과 인문대 학장을 거쳐 현재 서울대 명예 교수,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 및 사적분과 위원장, 국사편찬위윈회 위원,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 교수로 있다.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 『조선전기 사학사 연구』 『조선후기 사학사 연구』 『조선시대 신분사 연구』 『정조의 화성행차 그 8일』 『명성황후와 대한제국』 『다시 찾는 우리 역사』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 『역사학의 역사』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