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전쟁을 허용하지 않고,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을 쓰지 않고, 그 어떤 이유로도 굶주리거나 병든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어떤 이유로도 내 욕심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_「작가의 말」 중에서
희망 없는 세상은 전쟁터보다 더 끔찍해!
『사라진 아이들』은 2000년 첫 책 『괴상한 녀석』(창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 남찬숙의 두 번째 장편동화이다. 『괴상한 녀석』이 현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면 『사라진 아이들』은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선 환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이다.
평범한 한 소녀가 폭설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미술 학원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소녀의 이름은 현아. 현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전날, 엄마의 전화 통화를 우연히 엿들은 현아는 자기를 오빠와 비교하며 골칫거리로 여기는 엄마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세상에 혼자 던져진 듯한 외로움을 느낀 현아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이 낯선 세계에 던져진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너무도 평온해 보이는 마을. 아이들은 저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현아는 차차 마을에 적응해 간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마을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현아는 마을의 비밀을 캐 보기로 결심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조사한다. 그리고 마침내 비밀의 정체를 밝혀낸다. 천국으로 보이는 이 곳이 전쟁과 폭력과 굶주림으로부터 도피한 아이들의 피난처라는 것을. 시간이 멈추어 버려서 아무런 고통 없이 그러나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세계란 것을. 현아는 결심한다. 현실로 돌아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전쟁과 폭력,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로. 그래서 사라지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힘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다!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고통과 그 치유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판타지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라진 아이들의 마을’은 더 이상 환상의 나라,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즐겁고 희망에 찬 세계가 아니다.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곳, 절망에서 아이들을 구원해 준 듯하지만 그 이상의 희망은 뿌리 내릴 수 없는 곳. 작가는 이 곳의 실체가 무엇인지, 앞으로 아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추리적 기법으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희망 없는 세상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만큼이나 끔찍한 곳이며, 그런 곳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 힘을 기르라고 말한다.
작가는 우리 나라 아이들의 현실뿐 아니라 기아에 허덕이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의 아이들, 억압과 무관심 때문에 고통받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현실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담아냈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사라진 아이들의 나라’가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새로운 희망을 찾게 하는 곳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글쓴이 남찬숙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MBC 창작동화대상에 「가족 사진」이 가작으로 선정되었다. 쓴 책으로 『괴상한 녀석』 『동자승의 크리스마스』 등이 있다.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바람이라고 한다.
그린이 강민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여왕이로소이다』 『작은 이야기』 ‘위험한 대결’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