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03년 한국문예진흥원의 창작지원기금을 받은 작품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우리 사회 빈곤층 아이들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영원한 외계인’으로 살지도 모른다는 기범이와 태수의 불안감에서 출발하는 『산곡 외계인』의 배경은 아파트숲 뒤에 가려진 달동네, 산곡. 산곡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난곡’에서 빌려 쓴 지명이다. 작가는 2년 넘게 달동네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글쓰기와 공부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팍팍한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들의 폭력에 상처받고 경제적인 소외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아이들의 아픈 현실을 과장 없이 그려 냈다.
“도둑이 되어서라도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고층 아파트 단지 옆에 자리한 산곡 달동네에는 각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이 있고, 쪼들린 살림에 치여 자식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못 주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기범이와 태수가 살고 있다. 엄마가 가출한 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기범이는 부자만 될 수 있다면 도둑이라도 되겠다고 말하는 학교의 문제아다. 그런 기범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이끌어 주는 유일한 친구는 병약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태수뿐이다. 두 아이가 깃든 곳은 구두쇠 할머니네 집 지붕 아래. 매일 되풀이되는 할머니의 잔소리와 학교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며 기범이는 희망의 끈을 잃어버리고 게임방과 밤거리를 방황하면서 남의 물건에 손까지 대게 된다. 신문 배달을 하며 가계를 돕고 있는 태수 역시, 밝고 건강하게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뜻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학교와 사회가 이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아니어서 기범이와 태수는 스스로 일어서 희망을 찾거나 아니면 맨 밑바닥 인생이 되어 자식들에게 부모로부터 받은 가난을 물려주게 될 수밖에 없다. 새끼 고양이의 죽음, 집주인 할머니와 전과자 아들의 만남과 이별, 쇼핑 센터 털이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치르는 동안 기범이와 태수는 홀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도둑질을 하다 들켜 파출소에 잡혀간 날, 기범이는 어둠 속에서 몰래 흐느껴 우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힘없는 아버지의 설움과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기획의 말」에서
기범이의 삶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온 것도 아니고, 아버지와 눈물겨운 화해를 한 것도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기범이는 여전히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그저 도둑질 대신 정직하게 신문을 돌려서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믿음직스럽다. 기범이 같은 ‘문제아’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 그리고 다시 가정과 학교를 박차고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작가의 의무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갈 어린 독자들과 이 책을 쥐여 주는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_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글쓴이 김숙
1964년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났습니다.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월간 『아동문학』 동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쓴 책으로 『나도 방을 갖고 싶어요』가 있습니다.
그린이 박은희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서정적이고 친근한 그림을 보여 주고자 언제나 고민 또 고민한다고 합니다. 그린 책으로 『여우와 포도』 『바다는 왜 파랗고 짤까?』 『토끼의 간』 『한석봉』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