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이를 따라 떠나는 골목 탐험, 우리 놀이 기행!
6회에 접어든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상이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소중한 작품 『어깨동무 내 동무』를 선보입니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한 옛 골목의 풍경은 어릴 적 친구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손짓할 것만 같고, 섬세하면서도 탄탄하게 쌓인 화면은 우리의 유년을 꿈결처럼 아름다운 기억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소현이와 함께 구불구불 골목을 탐험하는 동안, 우리는 잊고 있던 풍경, 우리의 놀이,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 소개된 여러 가지 놀이와 놀이 방법은 골목에서의 추억을 가진 어른들과 옛 놀이가 궁금한 어린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동네가 바로 놀이터였던 시절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공간감이 부각되는 구도를 통해 작가는 동네와 골목, 그리고 골목에서 이루어졌던 여러 가지 놀이를 보여준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다. _엄혜숙(그림책 비평가)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자취를 잃어가는 골목 안 풍경들이 이 한 권의 그림책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정확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모습을 담아 낸 그림책이 드문 터라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_유문조(그림책 작가)
못 찾겠다, 꾀꼬리! 오빠야, 나와라!
저녁이 다 되었는데, 오빠는 또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놀고 있는지 들어올 생각을 안 합니다. 이럴 때 오빠를 찾아오는 건 동생 소현이 몫이지요. 그런데 동네는 넓고 골목은 구불구불 여러 갈래니 어디부터 찾아 나서야 할까요?
‘또그르르 똑!’ 맑은 소리를 내며 구슬이 굴러갑니다. 그런데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 틈에 오빠는 보이지 않고, 아이들의 함성만 골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왕딱지로 친구의 딱지를 노리는 도훈이는 소현이가 성가신 듯 저리 비키라고 대뜸 핀잔부터 줍니다. “흥, 다 잃어 버려라!” 소현이는 얄밉게 구는 도훈이에게 한마디 톡 쏘아주고 옆 골목으로 갑니다. 그런데 동네 구석구석, 골목 곳곳을 다녀 봐도 오빠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박자박 모래를 두드리며 두꺼비 집을 짓는 아이들과, 신나게 달음질하여 말타기를 하는 아이들, 다방구를 외치며 도망가기에 바쁜 아이들만 있을 뿐입니다.
시간도 제법 지나고, 오징어 놀이를 보니 배도 고프고, 신나게 고무줄을 하는 언니들을 보니 이제 오빠 생각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간질 간질 간질 발가락이 간지러워 / 병원에 갔더니 무좀이래요. /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는 어떡해.” 소현이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을 넘는 동안, 오빠는 과연 어디에서 어떤 놀이를 하고 있었을까요?
골목에서 유년을 보낸 어른과, 옛 놀이가 궁금한 어린 세대에게
생명의 물줄기처럼 동네를 감싸고 이리저리 얽혀 있던 골목에 대한 기억, 다들 갖고 계시겠지요? 비록 다닥다닥 어깨를 맞붙인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끼어 있던 좁디좁은 골목이었지만, 유년의 눈에 비친 골목은 널따란 운동장이 부럽지 않은 너른 벌판이었습니다. 골목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지요. 특히나 골목에 점점이 찍혀 있는 전봇대는 골목의 추억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말타기를 할 땐 든든한 어깨가 되었고, 다방구를 할 때면 ‘진’이 되어 죽느냐 사느냐의 조숙한 고민을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고무줄을 걸어 줄 친구가 없으면 튼튼한 다리를 내어 주었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만 있으면 사방치기의 놀이판을 뚝딱 그릴 수 있었던 까칠한 돌바닥도 예전의 골목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마술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작가 남성훈은 『어깨동무 내 동무』를 통해 큰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단지 어렸을 적 즐거움과 함성이 가득했던 골목의 모습과 신나는 놀이 풍경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골목에 담긴 기억, 골목에서 싹텄던 우정, 골목에서 시작되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을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우리 놀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 뒤에 소개된 많은 놀이 중 하나를 골라 신나게 뛰어 논 뒤의 저녁 식사는 정말 꿀맛일 겁니다.
지은이 남성훈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일곱 살짜리 딸 소현이가 던진 “아빠는 어릴 때 뭐 하고 놀았어?”란 질문에 잊고 있던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70년대 골목길 풍경을 되살리고자 하나하나 자료를 수집하고,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 그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 오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무엇보다 딸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아 기쁘고 즐겁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