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샤를렌, 열여덟살. 감옥에 갇힌 지도 벌써 두 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소설은 감옥에 갇힌 샤를렌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족한 것 없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소녀, 왜소하고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자기 혐오에 빠진 소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자신을 파괴하려는 소녀. 그런 샤를렌 앞에 사라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사라의 모습은 샤를렌에게 열등감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 점점 더 자신을 학대하던 샤를렌은 마침내 자살을 결심한다. 천식기가 있는 몸으로 무리하게 달려 질식사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다. 병원에 실려간 샤를렌에게 그 아이, 사라가 다가온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라는 샤를렌의 삶을 빛으로 가득 채운다. 샤를렌은 사라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발견하고 환희를 느낀다. 사라는 샤를렌의 모든 것이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사라는 샤를렌의 기대를 저버린다. 샤를렌이 보낸 수십 통의 편지를 무시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린다. 샤를렌은 다시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자학을 일삼는다. 우여곡절 끝에 두 소녀는 다시 우정을 회복하지만, 사라는 제멋대로 굴고 심한 말을 하는 등 여전히 샤를렌에게 상처를 준다. 힘든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흐르고, 샤를렌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막심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같은 반이지만 거의 모르고 지내던 둘은 책과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다. 막심은 샤를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샤를렌은 난생 처음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느낀다. 불안하기만 하던 샤를렌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즈음 다시 사라가 다가오고, 일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샤를렌은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항상 목구멍에 걸려 있던 무언가를 제거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한밤중, 샤를렌은 사라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몰래 숨어들어간다.
성장하는 아픔과 혹독한 현실 사이에서
헤르만 헤세는 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아픔에 대하여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춘기의 샤를렌은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이 갇혀 있는 세계에서 나와 새로운 세계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 세계를 같이 찾아나가게 될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라에게 마음을 유린당하면서 파멸에 이른다.
『숨쉬어』는 자신의 성장기를 향수에 젖어 추억하는 어른들에게 일격을 가한다. 아이들의 세계 역시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게 폭력적이고 정치적이다. 미성숙함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때로는 어른들보다 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숨쉬어’는 물밑에서 숨을 참듯 고통을 견뎌내며 성장하는 또래들을 향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른다.
안 소피 브라슴이 영감을 얻은 것은 카뮈의 『이방인』이다. 그녀는 『이방인』을 읽은 후 “자신의 양심을 규명하는 한 여자 살인범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펜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숨쉬어』를 탈고했다. 이 소설은 그녀가 열여섯 살 때 써서 열일곱 살에 발표한 소설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게 하기 위해 쓴다”고 당차게 말하는 브라슴은 아직 얼굴에 젖살도 빠지지 않은 어린 소녀지만 성숙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안 소피 브라슴은 젊고 대담하다. 그녀의 첫 소설은 처녀작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결점을 비켜간다. 그녀는 이미 거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Le Monde
여기 끔찍하고 모든 것을 황폐케 하는 우정에 관한 기괴한 이야기가 있다. Elle
숨막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숨을 크게 내쉬게 된다. Voici
살인에까지 이르게 되는 편집증의 메커니즘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Paris sur la Terre
지은이 안 소피 브라슴Anne-Sophie Brasme
1984년생. 17세에 발표한 첫 소설 『숨쉬어』가 출간 사흘 만에 5천 부가 넘게 팔리면서 프랑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여섯 살 때 처음 글을 배우면서부터 남들에게 이야기 들려주기를 꿈꾸었다. 톨스토이, 보들레르를 감명 깊게 읽었고, 알베르 카뮈, 보리스 비앙, 파스칼 로즈 같은 20세기 작가들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스무 살이지만, 가끔은 혼자 있는 고독한 순간을 필요로 한다. 영감이 떠오를 때면 손에 잡히는 아무 종이에나 글을 끄적인다.
옮긴이 최정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연금술사』 『단순한 열정』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그림책 『내 나무 아래에서』 『키리쿠와 마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2004년 1월 30일 발행
* 145×210 / 176쪽 / 7,500원
* ISBN 89-8281-790-5 03860
* 책임편집 : 김지연(031-955-8860)
프랑스 최연소 소녀작가의 충격적 데뷔작!
내 이름은 샤를렌, 열여덟살
감옥에 갇힌 지도 벌써 두 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지만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