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다시 태어나는 월하 김달진 선생의 시와 삶
김달진 선생은 평생을 세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고고한 정신세계를 천착해 한학과 불경 번역에서 불후의 업적을 남겼으며, 동리·미당과 함께 『시인부락』의 동인으로서 시작(詩作)에서도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다. 1989년 6월 타계하기까지 선생이 이룬 빛나는 업적은 ‘김달진 전집’ 출간으로 이어져 현재 『詩 전집』 『산거일기』(산문전집) 『손오병서』 『장자』 『고문진보』 『한산시』 『법구경』 7종이 출간되어 있으며, 선생의 문학세계와 올곧은 정신주의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김달진문학상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며 활발히 이어져오고 있다. 또 1996년부터 해마다 선생의 고향 진해에서 열리는 김달진문학제는 문학을 중심으로 한 바람직한 지역 문화 정착의 전범으로 평가받으며 전국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뜻깊은 문화축제로 자리잡아왔다.
이에 덧붙여, 1999년에는 선생의 시와 삶을 그의 고향 진해를 중심 공간으로 하여 새롭게 조망해보는 특별한 시집 『당신의 마당』이 발간된 바 있다. 이 시집은 그간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김종길 최동호 송수권 유안진 이문재 박태일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김달진 선생과 그의 고향 진해에 대한 연모(戀慕)의 정을 담아 쓴 시들을 묶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펴내는 시집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는, 올해 김달진문학제 열 돌을 맞아 그 시의 마당을 더욱 넓혀 다듬고 제목을 바꾸어 출간한 것이다. 그사이 진해를 다녀간 고진하 박희진 서림 조정권 등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시 스무여 편을 새로이 보태고 고쳐 실었다. 그리하여 총 66명, 71편의 시들이 한 권으로 묶여 가슴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해가 갈수록 선생과 진해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더욱 불어나 새로이 책을 엮어내어야 할 만큼이 된 것이 흐뭇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집은 또한 하나의 도시를 시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우리 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귀중한 의미를 갖는다. 발문에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진해 하면 군항, 대통령 별장, 그리고 벚꽃 등을 떠올리곤 했다. 이제는 아니다. 진해 하면 곧장 시인 김달진이 떠오른다”고 했다. 진해는 시인 김달진과 이 시집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로 하여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을 품게 된 것이다.
문학의 기운으로 새로이 깨어나는 도시
이제 진해는 벚꽃과 군함만의 도시가 아니다. 월하 김달진 시인을 낳은 고장이며, 해마다 고인의 문향을 더듬는 ‘김달진문학제’를 기회로 전국의 문학인들이 모여 문학을 토론하는 흐뭇한 도시다. 이 시집은 여기에 모인 시인들이 하나의 도시를 노래한 국내 유일의 시집이다.
―김종길(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이 시집의 시들을 읽으며 새삼 우리들이 사는 도시를 생각한다.
도시는 무엇으로 태어나는가.
여기 문학의 기운으로 새로이 깨어나는 도시가 있다.
날개 퍼덕이며 재생의 꿈을 꾸는 도시, 진해.
꽃다운 시심들이 모여 이 도시의 기둥을 다시 세우고 있다.
―신경림(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대표)
* 2005년 11월 15일 발행
* 121*186|176쪽|7,500원
* ISBN 89-546-0046-8 02810
* 책임편집 조연주, 이상술(031-955-8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