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 저자
- 김영하
- 출판사
- 아트북스
- 발행일
- 2008-07-17
- 사양
- 304쪽| 153*194 | 신국판 변형 | 반양장본
- ISBN
- 9788961960137
- 분야
- 산문집/비소설, 여행/실용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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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정가
- 13,8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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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작가만의 도쿄를 담았다. 책에는 관광명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레스토랑 소개가 없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여행과 카메라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신작 소설 "마코토"가 있다. 도쿄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색과 맛과 향,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 여행이 주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고독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도쿄의 길거리와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의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식탁 매너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그들의 삶의 태도와 철학을 읽어낸다. 맥줏집에서 내오는 생맥주의 거품, 스쳐지나가기 쉬운 작은 옷가게들에서 일본인들의 장인적인 특성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발견하기도 한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도시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다.
작가의 신작 소설 마코토의 배경인 도쿄 또한 다정하고 따뜻한 삶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지영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는 2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일본인 청년 마코토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피부가 뽀얗고 얼굴이 갸름한 현주가 끼어들어 고백 한번 못 해보고 포기한다.
어느덧 서른이 된 지영은 선배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며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홀로이기를 선택했다. 그런 그녀가 일본의 긴자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코토와 재회하는데... 작가는 눈이 크고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종업원들이 일하는 시모키타자오의 와플가게처럼 유쾌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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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설가. 장편으로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사유를 담은 산문 『여행의 이유』와 시칠리아 여행기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으로 『보다』 『말하다』 『읽다』의 합본인 『다다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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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Short Story
2. Eyes Wide Shots in Tokyo
3.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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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여행자’시리즈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여행지였던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이어 이번엔 도쿄편이다.
‘여행자’시리즈는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영하가 전 세계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고, 각 도시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를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색다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도시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춰 매번 다른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독특한 형식 과, 사진에 녹아든 소설가의 남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 애호가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도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나열하며 관광명소들을‘안내’하거나 개인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대신, 여행의 영감으로 빚어낸‘소설’과‘사진’,‘ 에세이’로 한 도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덧입히고,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주어 색다른 여행담을 기다리던 여행자들의 반응도 컸다.
도쿄-가깝지만 먼, 익숙하지만 낯선
‘여행자’시리즈를 위해 지은이가 선택한 두 번째 도시는 도쿄이다.‘ 하이델베르크’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몇 차례에 걸친 여행과 촬영과 글쓰기가 이뤄졌다. 너무 가깝고 너무 많이 듣고 봐온 탓에 가보지 않았어도 이미 잘 아는 것 같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도 있고, 가봐도 전혀 낯설지 않을 것 같은 도시인데, 김영하는 그곳을 궁금해했고 몇 번에 걸쳐 여행을 떠났고 매번 아주 다른 것들을 글과 사진에 담아왔다. 그리고 이 책『여행자-도쿄』를 썼다. 가깝지만 멀고 익숙하지만 낯선,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도쿄가 담겨 있다.
카페, 길거리,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식탁 매너 등을 꼼꼼히 살펴 삶의 태도와 철학을 읽어낸다. 맥줏집에서 내오는 생맥주의 거품, 스쳐지나가기 쉬운 작은 옷가게들에서 일본인들의 장인적인 특성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발견한다.
눈에 띄는 장난감 가게, 유서 깊은 사찰, 향 좋은 커피를 파는 카페, 신기한 볼거리가 있는 장소들에 집중하기보다 거리를 거니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도시를 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말한다. 여행안내서들의 편견에서 놓여나, 관광객의 신분을 잠시 잊고 김영하가 생각하는, 진실에 조금 더 가까운 도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 쾌 한 무 관 심 의 도 시 , 도 쿄
김영하가 보여주는 새로운 도쿄, 그 첫 번째 발견은 바로‘개인’이다. 도쿄는 이상한 개인들로 넘쳐난다.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 범죄자, 펑크족,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 마약중독자 등 문제적 개인들이 다수의‘평범한’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기이한 장난도 기꺼이 받아줄 것 같고, 특히 외국인에게는
일시적으로 문화적 치외법권의 특권을 부여한 듯 더 관대하다. 지은이는 도쿄 시민들이 갖고 있는 이런 정신을‘유쾌한 무관심’이라 부른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되 그것에 대해서는 적당한 거리와 무관심을 유지한다.
그러나 문란함이나 방종, 무질서 따위가 끼어들 틈이 도쿄에는 없다. 마치‘잘 정리된 강박증 환자의 서랍’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소리 등의 관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튜닝’되어 있다. 아주 작지만 조금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팅되어 있는 호텔 방, 몇 백에서 몇 천의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도 부딪히는 사람 하나 없는 횡단보도 등 너무 완벽해서 편안하다고만 느낄 뿐, 처음엔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조화를 최우선으로 하되,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에 도쿄에서는 혼자가 자연스럽다. 낯선 세 명의 남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는 크레이프 가게, 퇴근길 챙겨온 문고판 책을 읽으며 목을 축이는 샐러리맨들의 맥줏집 풍경 등을 통해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개인들을 보여준다. 남을 의식할 필요 없는 그들은 여유롭고 자유롭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의 낭비도 없이 최선을 다해 만끽하는 모습이다. 도쿄에서는 누구나‘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눈 부 신 잉 여 의 도 시 , 도 쿄
김영하가 도쿄 호텔 방에 여장을 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근처의 생맥줏집을 찾는 것이었다. 기린, 아사히, 삿포로 등 도쿄에서 일본 맥주를 먹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도쿄 생맥줏집의 꼼꼼하고 섬세한 직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거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맥주의 거품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데 반해 그들은 오히려 거품을 생맥주의 본질로 본다. 그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거품을 가라앉히고 그 위에 새로운 거품을 얹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하고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낸다. 거품이 맥주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꽃꽂이가 꽃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수집벽이 그 물건의 가치를 초과하는 것, 지은이는 이런 일종의 전도야말로 일본 문화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의 이러한 장인적인 특성은 자신들의 취향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 덕분일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일본에는 골목골목에 숨겨진,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한 상점이 많다. 주인들은 친절하며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손님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5백 원짜리 연필에서부터 2천 원짜리 공책, 만 원짜리 모자와 2만 원짜리 액션 피겨, 30만 원짜리 빈티지 오메가 시계를 구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상점들이야말로 도쿄가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취향과 고집을 가진 인간들이 친절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본래 무리한 일이지만, 오직 도쿄만이 그 예외라고.
지 구 상 에 서 가 장 다 정 한 도 시 , 도 쿄
『여행자-도쿄』속 짧은 소설「마코토」는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는 2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지영’과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일본인 청년‘마코토’, 그리고 둘 사이를 훼방 놓는‘현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지영’은“잘생기고 상냥하고 유머감각 풍부하고”한일 간의 껄끄러운 관계쯤 아무 문제 되지 않을 만큼 넉살도 좋아 어딜 가도 인기가 많은‘마코토’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어느 날“피부 뽀얗고 얼굴은 갸름하여 남자깨나 홀리게 생긴”‘현주’가 끼어들고 심상치 않은 둘의 관계를 깨달은‘지영’은 고백 한 번 못해보고 포기하고 만다. 그 후로 몇 명의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만 고질적인‘짝사랑 병’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딱 한 번 회사 선배에게 배신당한 이후로는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다시 긴자 한복판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마코토’와 재회하기 전까지는.
한때“백석의 시나 장용학의 소설을 읽던 국문학도”였지만 이젠 선배가 창업한 작은 광고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과 밤샘에 시달리며 트렌드 관련 책이나 파고 있고, 같은 회사 선배, 연하 후배로도 모자라 아이돌 댄스그룹 멤버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 남자배우를 흠모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지영’.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루이뷔통 스피디백을 든 채 어디든 출동할 자세가 되어 있는 서른 살의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젊은 여성의 보편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도 웃으며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남자를 두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느니 깨끗이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차라리 홀로이기를 선택하고, 속마음을 내비칠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삶에 익숙해져 있다. 센 척, 강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쿨’함을 강요받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소설「마코토」는 그런‘지영’이 일생에서 가장‘쿨’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름으로써 결국 행복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결말을 갖고 있다. 가면으로 진심을 가리고 무대 위 배우로 평생을 살도록 강요받지만, 그래서 때로는 한낱 썰렁한 농담 같게만 느껴지는 인생이지만, 마음을 열고 진심을 보이면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다. 진심이라면, 가끔은 구질구질하고 촌스럽고 어설퍼도 괜찮으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위한 김영하식의 다독거림일지도 모른다.
『여행자-하이델베르크』의 소설「밀회」에서 김영하는, 자신을 만나러 오는 애인을 하늘 위에서 지켜보며 삶을 추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 욕망과 신의, 진실과 거짓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세워둔 채 인간의 고독과 모순을 생각해보게 했다. 무겁고, 외롭고, 어두운 하이델베르크의 광장과 네카어 강과 교회 첨탑이 높게 솟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소설이었다. 이번‘도쿄’편에서 그는 좀더 밝고 유쾌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이 크고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종업원들이 일하는 시모키타자와의 와플가게처럼, 뜨거운 크레이프와 구운 바나나,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오모테산도의 크레이프 가게처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다정하고 따뜻한 도시 도쿄를 보여준다.
마음에 위안을 주는 카메라, 롤라이35
‘도쿄’편을 위해 지은이가 선택한 카메라는 롤라이35이다. 지은이는 라이35를‘아주 불편한 카메라’라고 딱 잘라 말한다. 목측식이어서 다른 카메라들과 달리 초점을 정확하게 잡을 수가 없고, 화각이 고정되어 있으며, 줌도 안 되고, 렌즈 교환이 불가능하며, 노출과 셔터 스피드도 손으로 맞춰줘야 하고, 필름 교환이 어려운데다 심지어 카메라 안에 필름이 들어 있는지조차 느낌으로 알아야 한다. 초점이 나간 흐릿한 사진이 나오기 일쑤이고, 날이 어두워지면 아예 촬영을 포기해야 하며, 큰 공간을 한 컷에 담기도 어렵고, 멀리 지나가는 매력적인 피사체를 당겨서 찍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김영하는 롤라이35를 사용한다. 지은이에게 롤라이35는 마치 명절 때만 나타나는 문제 많은 삼촌 같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도태 중인 그를 그러나 사람들은 미워하지 못한다.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의 시대에‘문제 많은 삼촌’은,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에서‘롤라이35’는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바깥 환경에 예민해져야 하기 때문에 롤라이35는 일찍이 우리 육체가 기계에 내주었던 기능, 오래 전에 잃어버린 빛과 어둠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게 해준다. 빛이 나타나면 일을 시작하고 빛이 사라지면 쉬며, 오늘의 노동의 결과를 세월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는, 롤라이35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농부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 찍고 확인하고, 좋으면 저장하고 아니면 지우는, 모든 것이 즉각적이며 빠르고, 오직 현재의 미적 판단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대의 카메라들과는 다르다. 또 거리를 눈대중으로 맞춰야 하고 줌기능이 없기 때문에 실패작을 양산하지만, 대신 롤라이35는 뜻밖의 훌륭한 작품을 얻게 하기도 한다.
롤라이35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른 채 지나가기 일쑤이고, 알더라도 부담 없이 다가와 사진기의 요모조모를 살펴보고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은이는 가끔 찍곤 하는데, 그들의 발끝이 지상에서 약 5밀리미터쯤 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마음과 함께 몸도 가벼워지는 그 순간을 그는 느끼는 것이다.
텍스트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
카페로, 숍으로, 장난감 가게로, 도쿄를 안내하는 책은 많다. 지은이는 이 여행안내서들의 접근이 모두 흥미롭지만, 부분적으로는 옳고 전체적으로는 틀리다고 말한다. 도시에 대한 관점은 관찰자가 살아온 환경, 교육 정도, 관심 분야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행안내서들 자체가 여행자와 도시 모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배낭여행자를 위한『론리 플래닛』을 따라가면 금으로 추녀를 장식한 궁이나 다다미방이 있는 료칸 같은, 서양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도쿄를 보게 된다. 한편 디자인 전문 잡지가 만든『월페이퍼 시티 가이드-도쿄』를 보면 조명을 밝힌 크리스천 디올 빌딩과 오모테산도 힐스, 문구의 천국 이토야와 도쿄국제포럼 같은 21세기 도쿄, SF적 디자인의 도시로 도쿄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어쩌면 우리가 도시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행안내서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이델베르크’편에서와 마찬가지로『여행자-도쿄』에도 관광명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레스토랑 소개는 없다. 다만 도쿄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색과 맛과 향,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 여행이 주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고독과 행복, 그리고 한국에 있는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짧은 이야기 한 편이 담겨 있다.
김영하는 여행이란 포기하면서 만족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며,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보아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고 말한다. 길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봐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내고, 자신의 앎에서 자유로워질 준비가 된 그 순간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텍스트의 감옥을 벗어나 비로소 세상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김영하의‘여행자’시리즈는 진정한 여행을 시작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준비서이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작가만의 도쿄를 담았다. 책에는 관광명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레스토랑 소개가 없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여행과 카메라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신작 소설 "마코토"가 있다. 도쿄라는 도시가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색과 맛과 향,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 여행이 주는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고독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도쿄의 길거리와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의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식탁 매너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그들의 삶의 태도와 철학을 읽어낸다. 맥줏집에서 내오는 생맥주의 거품, 스쳐지나가기 쉬운 작은 옷가게들에서 일본인들의 장인적인 특성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발견하기도 한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도시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다.
작가의 신작 소설 마코토의 배경인 도쿄 또한 다정하고 따뜻한 삶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지영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는 2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일본인 청년 마코토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피부가 뽀얗고 얼굴이 갸름한 현주가 끼어들어 고백 한번 못 해보고 포기한다.
어느덧 서른이 된 지영은 선배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며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홀로이기를 선택했다. 그런 그녀가 일본의 긴자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코토와 재회하는데... 작가는 눈이 크고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종업원들이 일하는 시모키타자오의 와플가게처럼 유쾌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