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관광지로 번성했지만 개발계획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이제 쓸쓸하게 셔터를 내린 가게들만 즐비한 온천 마을에 위치한 ‘오쿠유모토 수국 호텔’.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와 천의무봉의 음식 맛, 그리고 안락하기 그지없는 노천온천 ‘극락탕’을 자랑하나, 손님들은 하나같이 자수를 앞둔 흉악범이나 막 형무소에서 나온 전과자들이고, 종업원들은 ‘뒤통수에 곰 발바닥이 할퀸 듯한 흉터가 있는’ 험악한 인상의 야쿠자. 마을 사람들은 이 호텔을 ‘프리즌(감옥) 호텔’이라 부르며 가까이 가기를 꺼리지만,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를 관광협회의 알선에 의해 ‘일반인’ 손님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한다……
쇠락한 온천 마을 구석에 고고하게 자리한 오쿠유모토 수국 호텔
그곳에는 조금 특이한 종업원과 손님들이 있다!
『프리즌 호텔』은 일본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사다 지로가 4년간에 걸쳐 발표한 장편 연작소설이다. ‘호텔’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그곳에 모이는 여러 인간군상을 특유의 철학과 유머로 그려낸 이 작품은 발표 직후 예상치 못한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애당초 한 권으로 끝날 계획이었던 것이 계절별 타이틀을 달아 총 4권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물이 되었고, 이후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는 『철도원』 『러브레터』 등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단편들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사실 아사다 지로 작품의 뿌리는 『번쩍번쩍 의리통신』 등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피카레스크 장르다. 『프리즌 호텔』 역시 야쿠자, 범죄자, 도박꾼 등 갖가지 반사회적인 인물들이 중심역할을 맡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소설이나, 그 속에서는 평범하다 못해 비루하기 그지없는 인생 속에서 재치와 감동을 찾아내는 아사다 지로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기억 때문에 비뚤어진 성격으로 자란 소설가, 엄격하게 자신들의 법도에 따라 살아가는 야쿠자, 뛰어난 실력을 지녔으나 고집스런 성품 때문에 특급호텔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지배인과 요리사, 과격한 술버릇 때문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찰 단체손님 등, 사회 안에서는 서로 대립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성격의 인물들이 한 건물 안에서 어깨를 맞대며 화해하고 어울린다. ‘프리즌 호텔’은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에 지쳐 휴식처를 찾아온 그들의 삶을 감싸안으며, 때로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왁자지껄한 소동으로, 때로는 콧등이 시큰거리는 감동으로 며칠간의 꿈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패배와 그늘을 아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순도 100의 웃음,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진한 페이소스와 인간미를 맛본 이라면, 이 소설을 아사다 지로의 또다른 걸작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각권 줄거리
<1권-여름>
비딱한 성격의 소설가 기도 고노스케는 유일한 혈육이자 야쿠자 보스인 삼촌 나카조가 온천 리조트 호텔의 오너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 교외의 온천 마을을 찾아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호텔을 ‘프리즌 호텔’이라 부르며 가까이 가기를 꺼려하는 눈치. 그곳은 다름아닌 야쿠자와 범죄자 전용의 호텔이었던 것이다. 특급호텔에서 좌천당한 지배인, 선대 때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괴팍한 요리사, 그리고 필리핀인 남녀 종업원들…… 이곳에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일가족과 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 손님이 찾아오면서 한여름밤의 대소동이 벌어진다!
<2권-가을>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가는 만추의 어느 날, 평화로운 호텔에 난데없는 비보가 날아든다. 어찌된 일인지 이날부터 이틀간 야쿠자 조직인 오소네 일가와 아오야마 경찰서의 위로여행단이 동시에 투숙하게 되었다는 것. 하나자와 지배인과 종업원들은 어떻게든 두 단체를 떨어뜨려놓으려 애쓰나, 이들은 결국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술자리를 벌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한편 다른 방에선 소설가 기도 고노스케의 가족사와 함께 나카조 오야붕의 옛 러브스토리가 공개되고, 거기다 애증으로 얽힌 전직 아이돌 가수와 매니저 손님까지 합세해, 사태는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3권-겨울>
대학병원의 응급센터 간호부장으로 매일 밤 피투성이 환자와 씨름하던 마리아는 평소 아끼던 소녀의 갑작스런 사고사에 충격을 받고 요양차 온천 마을을 찾는다. 그러나 ‘눈에 파묻힌 깊은 산의 조용한 여관’이라는 그녀의 청에 관광협회가 추천해준 곳은 공교롭게도 문제의 ‘프리즌 호텔’이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환자를 안락사시킨 사건에 휘말려 은신중인 옛 연인 하시모토와 뜻밖의 재회를 가진다. 이들 외에도 겨울 산을 등반중인 고독한 등산가와 그가 구조해온 소년, 원고 독촉을 위해 깊은 산 속까지 날아온 정리해고 직전의 편집자 등, 오늘도 프리즌 호텔의 밤은 사연 깊은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한데……
<4권-봄>
기도 고노스케의 작품이 문단 최고의 영예 ‘일본문예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의붓어머니 도미에는, 이제 더이상 여한이 없다는 말만을 남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평소 앙숙처럼 대했지만 내심 의붓어머니에게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상심한 마음으로 일단 프리즌 호텔로 가서 당선 소식을 기다리기로 하는데, 과연 결과는……? 52년간의 징역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전설의 야쿠자와 뜨내기 도박꾼, 연극배우 모녀, 소설가의 꿈을 간직한 고등학교 선생님 등 온갖 종류의 손님들이 모여 다시 한바탕 웃음과 눈물이 넘치는 밤을 엮어낸다
세상에서 도망쳐온 죄인들의 안식처
눈물과 감동이 공존하는 스페셜 투어!
여러분께서 이틀 밤을 보내신 ‘프리즌 호텔’은 내게는 소중한 꿈을 간직한 장소입니다.
거기에는 이상한 부(負)의 에너지가 가득 고여 있습니다.
조잡하고 포악하고 비상식적이어서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소.
그러나 때로 메이저 세계의 논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뇌가
마이너 세계의 에너지에 의해 간단히 계몽되고 해결되어버리는 세계.
이 세상에 흔해빠진 이런 현상을 묘사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_‘후기’ 중에서
100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100 구제불능인 사람도 없다.
어느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바닥을 경험했다 한들 반드시 아침은 오고,
언젠가 또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프리즌 호텔의 인간군상들이 증명해주듯이 말이다.
_나카이 미호(후지TV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