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치투자의 일인자로 꼽히며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까지 불리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의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인이 직접 투자했던 투자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가치투자를 길잡이해주는 내용이지만 전개는 첫 페이지부터 우리의 짐작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법은 아니다!”
책은 “나는 겁이 많다. 겁이 많으니 소심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치투자를 좋아서 한 것도 아니고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법도 아니라는 말로 이어진다.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불리고, 2000년 기술주 열풍 속에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의 시절을 보내면서도 가치투자의 원칙을 고수했던 사람이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법이 아니라니, 뜻밖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비싼 옷보다는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듯, 주식 투자도 유일하게 옳은 투자법은 없으니 ‘내 몸에 잘 맞는 투자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점이 ‘이채원 식 가치투자’의 전제인 것이다.
최고의 가치투자자가 진솔하게 털어놓는 투자의 비밀
책은 저자가 증권사에 입문하여 가치투자에 눈을 떠가는 과정(1장)과 저자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가치투자를 여러 각도로 조명하는 내용(2장), 그리고 가치투자는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3장), 가치투자에 대한 오해와 그 진실은 무엇인지(4장)를 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어떤 생각과 어떤 방법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2장.(모니터링 차원에서 출간 전에 원고를 살펴본 몇몇 투자자들이 “투자 노하우를 이렇게까지 다 이야기해도 괜찮은가?”라고 반문해올 정도였다.)
예를 들어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방식으로 공짜 주식이나 다름없는 삼성라디에터를 발굴했던 일, 가치투자의 최고봉 워런 버핏 방식으로 한국의 코카콜라를 찾아서 농심에 투자했던 일, 역발상으로 건설업종이 최악일 때 GS건설 투자로 성공을 거두었던 일 등 가치투자에 대한 접근법을 실제 투자 사례를 들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삶, 그 자체에 투자’하라(76쪽)든가 ‘비관론이 극에 달했을 때 투자’하라(120쪽)는 조언, ‘삼성전자는 가치투자자에게 어떤 의미인가?’(185쪽) ‘가치투자자는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할까?’(224쪽) 등 가치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보았을 궁금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가슴 뛰는 기업을 찾아서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여느 주식 투자 책들과 많이 다르다. 보통의 주식 투자 책들이 ‘이런 방법이 옳으니 이렇게 하라’는 식이라면, 이 책은 그저 저자 본인의 투자 경험을 적절한 분류 아래 알기 쉽고 소상하게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사례도 종목명과 차트 등과 함께 단편적인 내용을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자 아이디어에서 투자의 성패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 속에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치투자의 철학과 방법론을 설명하고 강조하려고 했다기보다 스스로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업을 찾아 고민하고 연구했던 기록과 열정을 겸손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모습은 책의 마지막에 있는 이런 문장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그동안 접해왔던 투자 대가들의 사고와 철학을 조각조각 짜 맞추고 그 위에 나의 지난 작은 경험을 더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실 내가 다른 이보다 조금 더 잘한 것이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것은 단지 벤저민 그레이엄이 선물한 ‘가치투자’라는 지혜의 안경을 빌려 세상을 잠시 바라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안경은 무지하고 소심했던 나에게 지식과 용기를 비춰 준 행운의 요술 안경이었다.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 방법이 아님을 인정하듯이 내가 주목했던 많은 기업들이 나에게는 가슴 뛰는 완벽한 주식이었지만 모든 이들에게 다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수많은 훌륭한 기업들이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 아직도 좁은 시야를 가진 나에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만일 여러분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고 그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기업이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 기업이야말로 독자 여러분에게 가장 완벽한 주식인 것이다.”
가치를 사고 철학을 파는 펀드매니저
저자는 현재 장기 가치투자를 운용 철학으로 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운용 총 책임을 맡고 있다. 펀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10년은 투자해야 한다는 이 펀드는 장기 가치투자 철학을 공유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3년 이내에 환매를 하면 높은 환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12월 29일 현재 펀드 수탁고 3,191억 원에 9.9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이 펀드는 금융감독원이 선정하는 ‘2006년 우수 금융 신상품 최우수등급’을 수상했으며, 저자 또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장기투자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업무 유공자’에 뽑혔다.)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고 장기 가치투자의 철학을 파는 저자의 집념이 시장에서도 드디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가치투자를 찾아가는 과정과 기업의 가치에 집중하여 투자의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투자법 뿐 아니라 투자 대가의 사고와 마음가짐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에는 사원 시절 만났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의 일화(30쪽),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었던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의 일화(47쪽), 대학생이었던 최준철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들과의 첫 만남(137쪽), 운전도 못하고 골프도 못 치고, 집안일에도 서툰 남편의 모습(72쪽)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도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재테크 ㆍ투자 전문가이자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부자들의 개인 도서관』의 저자인 이상건 씨와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