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잔잔하면서도 경쾌하고 깊이 있는 시선을, 아이들의 언어와 풍부한 색감의 그림으로 따뜻하게 담아낸 동시 그림책. 학생 시절부터 음악활동을 하고 오랫동안 동요를 만들어 온 신자와 도시히코의 동시와, 『폭풍우 치는 밤에』로 고단샤 출판 문화상 그림책 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도 상당수의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아베 히로시의 그림이 만났다.
비 때문에 소풍을 못 가 울적해진 아이를 달래 주는『아이와 무지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아이와 어린 동물들이 자란다고 얘기하는『별을 보며』,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누구라도 친구』처럼 자연의 이치, 섭리, 자연스러운 일상을 순간적인 관점이 아닌, 통찰력이 엿보이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제된 언어로 담아 냈다.
그림은, 시를 노래할 수 있는 것이 언어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베 히로시가 만들어 낸 화사하고 선명한 색감과 거친 것 같으면서도 섬세하고, 활달함이 느껴지는 붓질은 웅장한 자연을 넉넉하게 담아내기도 하고 생활의 소소한 풍경을 정감 있게 담아내기도 한다. 명암도 별로 없이 쓱쓱 자유롭게 그린 것 같은데 그림들은 모두 생동감이 넘친다. 주제에 맞게 대상을 배치하고 집중시키는 공간 구성력 역시 탁월하다. 그의 그림은 말로 다 해 줄 수 없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권마다 주조로 하는 색을 달리하여 저마다의 특징을 살린 것도 재미있다.
신자와 도시히코의 시들은 모두 아이들의 노랫소리같이 청아하고 꾸밈이 없다. 무지개, 친구, 별처럼 책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를, 빗대는 표현이나 수식어 하나 없이 평범한 말들로 노래했는데도 세 편의 시들은 하나같이 신선하고 산뜻하다. 하나하나의 시어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곱씹어 본 흔적이 여실하다.
별을 보며
아프리카의 코끼리, 남극의 펭귄, 북극의 북극곰, 바다의 고래, 그리고 중세시대의 공룡과 지금 여기 우리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별을 보며 자랐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제나 반짝여 온 별은 초월적이며 신비한 느낌이 드는 존재다. 신자와 도시히코는 그 별을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함으로써 웅숭깊은 대자연의 품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선명한 색감, 대담한 구도, 밤하늘을 찬연하게 비추고 있는 아름다운 별은 아이들 마음에 직접 가 닿기에 충분하다. 바닥에 등을 대고 드러누워 별을 바라보는 코끼리와 펭귄, 고양이 등 재미있고 익살맞은 요소들도 찾아보자. 도시에 살면서 별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와 자연과 세계와 우주를 모두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별에 대해 즐겁게 감상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