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바다로 가다
- 저자
- 김명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10-26
- 사양
- 240쪽 | 153*210
- ISBN
- 978-89-546-0230-4 03810
- 분야
- 산문집/비소설
- 정가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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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돌이켜보니, 시란 내게 있어서 스스로의 생을 점화시킨 불꽃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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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명인 1946년 경북 울진 후포에서 태어나 1969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이후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 영 대학과 러시아 연해주 소재 극동국립종합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동두천東豆川』(1979) 『머나먼 곳 스와니』(1988) 『물 건너는 사람』(1992) 『푸른 강아지와 놀다』(1994) 『바닷가의 장례』(1997) 『길의 침묵』(1999) 『바다의 아코디언』(2002) 『파문』(2005)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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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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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시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
한 사람이 간직하는 최초의 심상, 첫 경험, 그 기억의 아우라는 어떤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내 시 속에서 끊임없이 회오리치고 있을 그 저류(底流)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최초의 순수성일 그것들을 어떻게 불러내서 나는 무어라 그 동안 명명해왔을까. 필경 무의식의 심층에 가라앉아 반죽덩어리가 되어 있을 그것들을 나는 좀처럼 의식의 불꽃으로 피워올릴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잠재되어버린 그런 체험들에 내 시가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머리글로서의 어린 시절」 중에서
시인 김명인이 올해 갑년(甲年)을 맞아 산문집을 펴냈다. 1973년 “운좋게도” 시인이 된 지 어느덧 삼십삼 년이 훌쩍 지났고, 그 동안 펴낸 시집만도 여덟 권이지만 산문집은 처음이다. 이 산문집은 시인이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독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특별한 자리가 될 터이다. 돌이켜보면 서늘하고 막막한 감동에 이끌려 시를 써보려고 결심했던 시점에서 나는 어느덧 서른 해나 더 멀리 흘러왔다. 우연히 시를 만나 그 파문에 마음을 적신 뒤, 나는 필연처럼 거기 투신했었다. 필생을 던져서라도 돌파하고 싶은 감동의 자리라면 누군들 회피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스스로에게 못 박는 다짐은 멈추는 지점이 어디든 거기까지 시와 함께 흘러가자는 것이다. 선택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세상에 던져졌고, 시대를 살아왔다. 정말이지 시의 운명에 내가 의탁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숙명인 까닭에 힘들게 지고 갈 수밖에 없다. 헛되고 헛될 이 지상에서는 우리 모두 유한한 것들에 포섭되어서 함께 아름다운 것이 아니던가. ―「우연과 필연―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중에서
내 詩를 빚어낸 기억들을 찾아서 시인은 이제 그 “시가 빚지고 있는 체험들”을 불러오려 한다. 저 멀리 뒤돌아보려 한다. 이야기는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시인 또한 그 혼돈의 중심에서 비껴날 수 없었다. 전쟁은 작은숙부와 큰숙부, 큰고모부를 죽였고, 아버지의 삶의 의욕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렸다. 점점 기울어갔던 가세는 시인의 어린 시절에 지울 수 없는 그늘을 드리웠으니, 아마 시의 절망은 이때 이미 운명지워졌을 것이다. 시인의 고향은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사람도 땅도 생존의 거친 싸움에 길들여진 곳, 날마다 흉흉한 물결에 떼밀리면서도 한 발짝도 물러설 여지가 없는 곳, 파도에 목을 맨 부유의 생활이 간단없이 이어지는 그런 곳”이다. 유년 시절의 시인은 파괴되어버린 가계가 땅의 탓이라고 여겼고,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고향 바닷가를 떠나고 싶어 동네 뒷산 둔덕이나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탈향을 꿈꾸었다. 하지만 태생이 바닷가인 사람들은 바다의 굴레를 결코 벗어버릴 수 없는 법이라고 했던가.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파도가 넘실댄다. 기억의 사금파리에 아직도 살이 베인 듯 쓰라리다면, 고향은 적당히 탈색되거나 마모되는 추억의 공간이 아니다. 세월의 풍파를 견딜수록 더욱 날을 세우고 날카로워지는 지난날들. 고향 바닷가는 내 생의 출발점이자 경계선이었다. (……) 첩첩이 포개었던 컴컴한 체험들을 털어버리려고 애썼건만 부지불식간에 그때의 정서 속으로 나는 다시 빠져들곤 했었다. 그것이 나의 한계였고, 벗어버릴 수 없었던 내 시의 굴레였다. ―「흐드러진 해당화(海棠花)와 이글거리던 바다 노을」 중에서
의대에 가고 싶었지만, 장난처럼 지망했던 국문과로 가게 되었다. 잘못 선택했다고 믿었던 길이 시인의 평생 외길이 되었다. 조지훈 선생님의 시론 강의와 소월시집, 신경림 시집은 우연처럼 나타나 방황하던 그를 시인의 길로 이끌어주었다. 우연처럼 시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고통스러운 시쓰기를 시인은 숙명처럼 감내하여왔다. 시와 삶을 향한 치열한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아니던가. 김명인 시인은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을 타고났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시란 내게 있어서 스스로의 생을 점화시킨 불꽃 그 자체였다. 그러니, 내 삶의 밖에서 나를 어루만지는 운명의 손길이 나를 시인이라는 필연 속으로 밀어넣었다고 믿었을밖에! ―「스무 살 둠벙가에서의 낚시질」 중에서
시쓰기는 곧 ‘길 찾기’ 시인은 1973년 「출항제」라는 시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몇 년 동안 ‘신춘문예병’에 걸려 방황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후 동두천에서 짧은 교사생활을 하고 군대까지 마치고 난 뒤였다. 등단은 했지만, 시인은 관념에 치우친 시에 불만을 느꼈다. 시는 삶과 별개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뿌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하여 시인은 ‘반시(反詩)’라는 동인을 결성하고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데뷔를 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첫 시집 『동두천』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후 ‘펼쳐지는 사랑과 접히는 마음 사이의 갈등’이 너무나도 커서 시인은 근 십 년 동안 시쓰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가 미국 유타 주의 브리검 영 대학교에서 일 년간 교환교수로 체류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체험이 시인의 삶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서부 사막지역의 낯선 풍광 속에서 시인이 발견한 것은 자기 내면의 상처였다. 결핍투성이 세계에서 얻은 상처는 그 자체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시인이 얻은 것은 마음의 아득한 풍경이었다. 그 풍경은 회의와 반문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얻은 대가였다. 이 시기를 전후로 하여 시인의 시는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고, 그후에 출간된 『물 건너는 사람』부터 본격적으로 시인의 내면화의 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시쓰기는 애초부터 길 찾기의 한 모습이었다. 첫 시집 『동두천』에서부터 작년에 출간된 여덟번째 시집인 『파문』에 이르기까지 그 도정은 아직도 이어져오고 있다. 다만 연륜을 더할수록 삶의 표면으로부터 점차 마음속을 더듬는 내면화의 길로 바꿔져왔을 뿐이다. 내 시는 결국 실존의 지평을 확인하기 위해 마음의 목측(目測)으로 등고선을 긋고 삶의 변경들을 잇대놓은 신산스러운 자기 확인의 지형도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그 지도는 계속 그려졌지만, 아직도 완성된 부분이 없다. ―「우연과 필연―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중에서
소금바다로 가다 시인이 살아온 지 육십 년, 시를 써온 지 삼십삼 년, 그 긴 세월 동안 시인과 늘 함께해온 것은 바로 바다였다. 바다는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란 시인이 처음으로 접한 최초의 세계였고, 유년 시절의 넘어야 할 벽이었으며, 시를 쓰면서는 시인의 상처를 어루만져준 마음의 고향이었다. 시인은 “출렁거림이 할 일의 전부란 듯이 저렇게 고즈넉한 바다”의 앞에 서서 자신의 삶을 이루어온 시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실존의 시간이지만, 우주의 시간에 귀속되어 있는 시의 시간을.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금 시쓰기를 다짐해본다. 1973년 시로 향했던 출항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쓰기란 내게 무엇인가. 그 갈등은 견딜 만한 값어치가 있었던가. 나날이 시가 무화되어가는 시대 앞에서, 내 서정은 또 무슨 굴곡으로 마음들의 굽이에 사무치려 드는가. 어떤 위안조차 거기 내재하지 않다고 해도, 나는 시를 통해 가야 할 포구 어딘가 깜박거리는 불빛을 본다. 아직도 하릴없이 열정에 부풀며 방황에로 이끌린다. (……) 마음의 세로(細路)를 따라가며 내 서정도 나날이 낡아갈 테지만, 끝끝내 그리워할 시가 있으므로, 나는 길 위에선 결코 멈춰 서고 싶지 않은 시인이다. 그러니 시로 향했던 출항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끝없는 출항」 중에서
김명인 1946년 경북 울진 후포에서 태어나 1969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이후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 영 대학과 러시아 연해주 소재 극동국립종합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동두천東豆川』(1979) 『머나먼 곳 스와니』(1988) 『물 건너는 사람』(1992) 『푸른 강아지와 놀다』(1994) 『바닷가의 장례』(1997) 『길의 침묵』(1999) 『바다의 아코디언』(2002) 『파문』(2005)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초판발행 │ 2006년 10월 26일 * ISBN │ 89-546-0230-4 03810 * 153*210 │ 240쪽 │ 9,0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고경화(031-955-8865, 3561)
돌이켜보니, 시란 내게 있어서 스스로의 생을 점화시킨 불꽃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