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의 줄거리
“만약에 뿡뿡이 나를 배신하면, 그때는 죽일 테니까 각오해~”
자신이 살해한 가족의 시체와 함께 거금을 폐허가 된 된장공장에 묻어놓았다는 정체불명 청년. 그 증언을 확인하러 폐공장을 찾아간 뿡뿡과 아이들! 뿡뿡과 아이코는 일행과 떨어져 위험에 처하는데… 카고시마로 떠나기로 한 아이코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까봐 마음 한구석으로 내내 불안한 뿡뿡. 그런 가운데 입원한 뿡뿡의 엄마가 계단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이 온다. 그것도 아이코와 카고시마로 떠나기로 한 바로 그날!
본문 한 마디
“있지 뿡뿡. 아무리 서로 갈구하고 상처를 주고받아도 완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대체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_71쪽
뿡뿡이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세상의 외톨이였습니다. _146쪽
●아사노 이니오의 변화, 예측불허의 과감한 유머 코드
『잘자 뿡뿡』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황당하면서도 과감한 설정이다. ‘지극히 평범한 초딩’ 뿡뿡과 그의 가족들은, 사람의 형상을 한 여타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새를 닮은 정체불명의 생명체로 그려져 있다. 게다가 뿡뿡은 고민이나 의문이 생길 때마다 하느님(!)을 불러내어 면담하곤 한다. 뿡뿡의 요청에 여지없이 판타스틱하게 등장하는 하느님은 웃는 얼굴을 하곤 대책 없는 대답만 남발하며 어린 뿡뿡의 고민을 쉽사리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그밖에도 중심 이야기의 흐름에서 살짝 비껴가며 진행되는 예측불허의 엇박자 유머 코드들은 읽는 이에게 묘한 통쾌감을 안겨준다.
●여전히 진심으로 꿈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작가가 겉으로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지만, 작품의 밑바닥에는 여전히 그가 꾸준히 다뤄온 ‘절망과 희망’이란 주제가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소위 ‘이태백’이라 불리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이십대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왔던 작가는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작가의 예전 작품들에서 절망과 소외감으로 인한 고통의 한가운데 서 있던 주인공들과는 달리,『잘자 뿡뿡』의 주인공 뿡뿡은 구제불능의 어른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세상의 고통에 물들지 않은 유난히 맑고 순수한 소년이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구속이 되었을지언정 뿡뿡은 아빠가 야구시즌을 놓치는 것을 걱정하고, 짝사랑 하는 아이코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학자가 될 것을 꿈꾸는 천상 아이이다. 반면에 뿡뿡이 짝사랑하는 아이코는 어린 나이에 짊어지기 힘든 절망을 품은 아이다. 소녀 아이코는 세상이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임을 이미 알아버렸기에 ‘별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어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바보 같지만 진심어린 꿈을 이야기하는 뿡뿡에게 끌리는 ‘어른아이’다. 두 아이의 풋사랑은 순수함과 절망이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고민만 많은 백수 유이치 삼촌, 폐인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증오하며 불량한 척 자신을 포장하는 어린 소년 세키, ‘응가신’과 접신이 가능한 어수룩한 시미즈 등 어린 뿡뿡의 주위에는 저마다의 고통과 문제를 지닌 다양한 어른과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사노 이니오는 다양한 아픔과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제각각의 방식을 보여준다. 절망의 한복판에서 자신을 잃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놓아버리고 변질될 것인가…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을 제시하는 것은 아사노 이니오 특유의 전개방식이다.
1권의 막바지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새로운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가. 일본 현지에서도 연재중인 『잘자 뿡뿡』의 뒷이야기는 작가만이 알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펼쳐질 ‘어른들의 세계’에서 이 아이들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고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작가 아사노 이니오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기에 더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