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인들의 추천사
김동호 위원장이 그만둔다고 한다. 부산영화제를 떠난 후에 서예도 하고 영화도 만들겠다는 등, 하고파 하는 것이 많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은 그가 하고파 하는 것을 하게 놔두지 않을 것 같고, 그는 또 부지런히 뛰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속에 묻혀 살 테지만, 그런 괴물도 같고 인간도 같고 한편으로는 그도 저도 아닌 신비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한 김동호라는 사람의 흔적이 부산에 종종 보여야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는 너무나 강하게 각인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영화감독 임권택
나에게 김동호는 온화하며, 술을 즐기지만 단 한 번도 취하지는 않는 사람. 그는 만물을 일깨우는 봄과 같은 사람, 한국영화의 견고한 밑돌을 놓은 사람. 혹자는 “문학이란 비문학적인 것에서 오고, 영화란 비영화적인 것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러니 김동호는 비록 영화인은 아니지만 진정한 영화인이라 하겠다.(金東虎先生對我而言, 是個溫馴的長者, 能喝酒從不醉, 他像春天, 春天來了萬物滋生, 韓國電影因他而尊定了堅固的基石. 云“文學要從非文學處來, 電影要從非電影觸來.” 而金東虎就是一位非電影人的眞電影人.)
- 대만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
나는 그를 알게 된 것과 그가 부산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하나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노력 덕분에 나는 금세 부산과 한국 그리고 한국영화를 알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는 김동호를 금세 좋아하게 되고, 그가 세계 영화계의 강력한 인사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금방 이해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란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야 한다. 아니, 그의 나라가 그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김동호는 이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몇 년 전부터 그는 그의 나라에서 배출하는 위대한 시네아스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그 자체가 되었다.
-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émaux)
부산의 레드카펫은 칸의 그 유명한 레드카펫보다 크기는 작지만 길이는 훨씬 길다. 개막식이나 폐막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관객석에 앉아 있노라면 거대한 화면에 비쳐지는 유명인사가 지역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차례로 전도유망한 젊은 남녀배우들이 우렁찬 환호 속에 카펫에 발을 들인다. 해마다 수천 명의 환대를 받는 젊고 유망한 스타를 실은 새로운 마차가 도착한다. 내국인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환호할 때, 외국인들은 그저 그 광경에 놀라워할 뿐이다. 더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일수록 아는 스타는 더 적어진다. 그러나 유명한 젊은이들의 입장이 끝나갈 무렵, 환호는 더욱 커지고, 게다가 장내는 깊은 존경심까지 채워진다. 드디어 장내는 진지해 보인다. 바로 저기서 그가 걸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사내, 이 군대를 이끄는 장군, 부산의 나폴레옹. 이 사람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알아보는 사람이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베니스에서 로스엔젤리스까지, 칸에서 예레반까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 위대한 김동호, 보스의 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 네덜란드 영화평론가 피터 반 뷰렌(Peter van Bueren)
당신이 떠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당신은 부산영화제를 세계영화제 지도상에 등극시켰고 한국영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위대한 성과를 이뤄냈다. 나는 여러 번 부산에 초대되어 당신의 영원한 에너지, 우정 그리고 프로페셔널 정신을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당신과 함께한 그 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충심으로 감사한다.
- 베를린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Dieter Kosslick)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이 이야기해주는 영화제의 이모저모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는 김동호 위원장이 지난 20여 년간 영화와 인연을 맺고 세계 각지를 돌며 기록한 영화제와 영화계 안팎의 이야기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를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영화제를 만들고 이끌어가는지, 지구상의 영화들이 어떤 유통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같은 여러 문제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저자는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를 통해 영화제가 단순히 영상을 쏘아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행사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그곳에선 사람이 모이고 만남이 생겨난다. 영화를 생산한 사람들(제작자, 감독, 배우 등)과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관객, 영화사 구매자(buyer), 언론사 기자 등)이 한데 모이고, 이들 사이에 나름의 성격을 지닌 교류가 이루어진다. 영화제란 영화를 매개로 펼쳐지는 지극히 현대적인 축제이다. 20세기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영상매체의 대표 주자이자, 산업과 예술의 반인반수 같은 기이한 존재인 영화가 있고, 영화를 둘러싸고 갖가지 욕망을 채우려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영화제인 것이다. 산업이자 예술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영화, 모두가 이 영화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영화의 본질적 측면 중 하나인 거대한 상업적 기제를 예민하게 인식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영화제는 영화란 매체의 예술적 가치를 인증하는 동시에 산업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다. 김동호 위원장의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스템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확인시켜주면서, 영화 그 자체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까지도 구체적으로 그려준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영화제들이 어떤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자신만의 풍경을 자아내는지, 저자는 수십 년간 영화제를 탐방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관련 상식들과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상세히 풀어 이야기한다.
영화의 환상이 주는 것보다 더 크게, 사람이 주는 감동의 이야기
김동호 위원장이 소개하는 수많은 영화제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폴란드 크라쿠프 오프플러스카메라 국제독립영화제의 사례다. 영화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올 4월 10일 러시아로 향하던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와 최고위층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가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부근에 추락해 96명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건 말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초에 폴란드를 침공한 러시아가 폴란드의 재건을 막기 위해 지도층 인사 2만2천 명을 처형했던 ‘카틴 숲 대학살’의 7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던 길이었다. 비극의 현장을 추모하려던 일정이 또하나의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16일에 영화제는 개최하려던 영화제 개막은 19일로 연기되었다. 열흘로 예정된 영화제 기간도 일주일로 단축됐다. 설상가상 닷새 뒤인 15일에는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유럽의 하늘을 뒤덮었다. 영화제에 참석하려던 주요 게스트들은 줄줄이 일정을 취소했다. 필름 운송수단도 끊겼다. 김동호 위원장 역시 처음에는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나 좌절하고 있을 젊은 순박한 28세의 청년 집행위원장 시먼과 영화제 스태프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혀 결국 그는 항공기 결항이라는 악조건을 헤치고 폴란드의 작은 도시 크라쿠프까지 찾아간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혜를 발휘했다. 상영관마다 디지털상영 기기들을 확보했고, 필름을 가져오는 일은 인공위성을 통해 파일로 전송받아 102편의 영화들을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것이다. 국가적 재난과 불가항력의 자연재해 속에서도 크라쿠 영화제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영화제가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기능을 떠맡고 있는지를 보여준 값진 본보기라는 생각이 든다. 김동호 위원장은 이 신생 영화제에 불참을 통보해놓은 뒤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고 쓰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예정대로 길을 나섰다는 것이다. 고난과 역경에 주저앉지 않도록 젊은이들을 격려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동기감응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 2010년 크라쿠프 영화제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그곳에 참석한 김동호 위원장의 사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만큼 그들에게도 김 위원장의 방문은 고마운 일이었던 것이다.
영화 상식과 영화제 관련 정보를 수록한 작은 영화 백과사전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30여 개의 주요 영화제에 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수록된 영화제만으로도 세계 영화제 전체의 흐름을 알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동호 위원장의 연륜과 경력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충실한 내용을 지닌 포괄적인 영화제 소개책자를 다시 만나기도 쉽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일상에 관해 49년간 빼곡하게 메모를 해왔다는 그의 기록벽(癖)이 아니었다면 한국영화가 어느 영화제에 진출하여 어느 부문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그렇게 소상히 풀어낼 수 있었을까. 훗날 이 책은 세계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국내 저자의 첫 번째 책이자 한국영화의 세계 영화제 진출 성과를 기록한 유용한 사료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가치 외에도 각 영화제마다 관련 도판들을 실어 영화제 직접 발을 딛고 참석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으며, 흥겨운 축제의 마당인 영화제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해당 영화제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을 빠짐없이 덧붙였다. 또한 영화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영화 상식이나 영화사 관련 에피소드, 영화감독 등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짬짬이 따로 지면을 구성했다. ‘퍼블릭 시스템 시네마’ ‘극장 앞에서 줄서기’ ‘배지(badge)
’ 등 영화제와 직접적으로 연련된 정보만이 아니라 ‘알프레드 히치콕’ ‘잉마르 베리만’ ‘오가와 신스케’ ‘요리스 이벤스’ 같은 영화감독들의 필모그래프, ‘뤼미에르 영화의 체코 상영’ ‘브라질의 시네마 노보’ 등 영화와 영화사의 요긴한 정보들도 함께 수록해 독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끝으로 책의 말미에는 ‘김동호 위원장이 소개한 세계 영화제’ 전부에 관한 압축적인 개요를 수록해 세계 영화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김동호 위원장의 정성과 손길이 가득한 이 책으로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길 바란다.
* ISBN 978-89-546-1296-8 03680
* 140*225 | 376쪽 | 값 16,000원
* 초판 발행 | 2010년 10월 15일
* 책임편집 | 고원효 (031-955-2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