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시간, 끝나지 않는 사랑
봄의 기운과 함께 찾아온 생애 최강의 연애사건
카나리아 무리 같던 중학생 시절과 쿨한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대학에 들어오면서 ‘나’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진지하게 건축 공부를 해야지,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남자친구를 만들자. 궁도부 활동으로 키운 찰나를 포착하는 집중력, 시력 2.0의 나에게 그 녀석 ‘오노’가 걸려들었다. 공대생인 오노는 그 안에 꽤나 촌스러운 마인드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좋다.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면 그만 다른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 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나 항상 같이 있고 싶은 이 거대한 마음을 품고는 학교와 아르바이트 등의 착실한 개인시간을 지켜나갈 수 없다. 이렇게 계속 사귀어나가는 건 힘들다. 지금은 공감과 공진보다도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나에게 오노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전부 정해버리자고! 전화하는 요일과 시간, 그리고 만나는 날까지. 그렇게 전부 정해버리면, 우리 계속될 수 있을까?
연애란 스탬프 카드 같은 것!
『절대 최강의 사랑노래』는 이시다 이라, 이사카 고타로 등의 작가가 참가한 앤솔러지 『I LOVE YOU』에 실렸던 단편 「뛰어넘어라」에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덧입혀 구성한 작품이다. 「스크램블」과 「뛰어넘어라」에서는 지루한 재수생활을 끝내고 막 대학에 입학한 ‘오노’를 둘러싼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지금까지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들과 사건들이 캠퍼스에 펼쳐진다. 괴팍한 선배 키도 씨와 밤새 자취방에서 술자리를 열고, 소심한 동기 사카모토와는 그의 짝사랑 상대를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리고 대학 축제에서 처음 만난 ‘그녀’와의 교제를 통해, 담담하고 어렴풋한 두근거림을 맛보게 된다.
“전부, 정해버리면 돼.”
수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녀는 말했다. 그것은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 대사였다.
“전부라니, 뭘?”
“우리의 가까운 미래. 연인 사이다운 일 같은 거.”
떠다니는 개복치를 따라, 우리는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해갔다.
“일 년 뒤에 하자.”
그녀는 개복치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일 년 뒤에 하자.
나의 여자친구는 가끔씩 굉장한 소리를 한다. 장난스러운 얼굴을 한 개복치가 우리를 아무런 감개 없이 바라보고 있다.
_본문 48쪽에서
「봄방학」과 「최강의 사랑노래」는 오노의 여자친구이자 복잡다단한 감성 구조를 지닌 ‘미트’의 이야기. 완만하게 진행되는 캠퍼스 커플의 연애는 종종 잔잔한 파문과 맞닥뜨린다. 공강 시간을 항상 함께 보내고,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와 주말에도 만나고, 만나지 못하면 전화를 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더이상은 이렇게 지내기 힘들다는 그녀에게 오노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만나는 시간과 날짜, 전화하는 시간까지 정해버리자는 것. 이윽고 연애 초기와는 또다른 느긋하고 담담한 교제가 시작된다. 일주일에 세 번의 전화와 한 번의 데이트. 전력질주를 끝내고 편안하게 걸으면서, 나란히 트랙을 돌고 있는 듯한 그런 연애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학생을 가장하면서도 항상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시선을 유지하던 어른스러운 성격의 미트는, 처음에는 규칙적인 일상의 방해꾼처럼 다가오던 연애라는 감정이 어느새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사랑은 스탬프 카드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키스를 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서로에 대해 알고, 다정한 기분에 감싸이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스탬프를 찍는다. 혼자서 찍을 때도 있고, 둘이서 찍을 때도 있다. 스탬프가 다 모이면 다음 카드를 받으러 간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비밀스런 기분으로 나는 생각한다. 이 카드는 언젠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떤 것과 교환할 수 있다. 그런 날이 분명히 온다. 그날까지,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다. 최강의 사랑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_본문 219쪽에서
마지막 파트 「후지 산에 이르라」는 오노의 친구 사카모토의 짤막한 후일담. 대학 시절 짝사랑 전문이던 그가 직장 후배의 적극적인 작업 덕분에 겨우 고백에 골인하는 모습이 흐뭇하게 그려진다.
마냥 낙천적으로 보이면서도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을 잊지 않는 주인공들은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쿨과 센티멘털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청춘의 자화상 속에 그들은 서 있다. 때로는 들뜬 기분의 시나몬 롤처럼, 때로는 느긋하게 떠도는 개복치처럼. 『절대 최강의 사랑노래』는 그런 청춘들을 위한,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경계를 걸어가는 젊음을 위한 아련하고 쌉싸래한 성장의 기록이다.
언뜻 보기에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주인공, 엉뚱하면서도 개성적인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 가만히 지켜보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페이지를 계속 넘기며 이야기 속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_옮긴이의 말에서
나카무라 코우(中村 航)
1969년 기후 현 출생.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으며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광학기계회사에 입사하였다. 1997년 밴드 활동 중지 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이 년 후 회사를 퇴사, 2002년 『이력서』로 제39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어서 2003년 『여름휴가』가 제129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로 제26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100번 울기』 『당신이 있어준다면』 『별하늘 방송국』 등이 있다.
http://www.nakamurakou.com
옮긴이 현정수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상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졸업. 옮긴 책으로 『이력서』 『여름휴가』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NHK에 어서 오세요』 『잘린 머리 사이클』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 『목 매다는 하이스쿨』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 『전장의 걸스 라이프』 『하트비트』 등이 있으며, 잡지 『파우스트』의 번역진으로도 활동중이다.
* 2008년 3월 3일 발행
* ISBN 978-89-546-0509-0 03830
* 124*184 | 256쪽 | 9,800원
* 담당편집: 양수현, 유정민(031-955-8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