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미적분, 지수.로그함수… 수학이 어렵다고?
수학,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수학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인 『수학의 유혹』의 2편인 이 책은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수학 선생님과 학부모까지,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이달의 청소년도서, 책따세 권장도서, 서울시교육청 추천도서에 뽑히기도 한 『수학의 유혹』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 내용은 더욱 심화되었고 즐거움의 강도는 더욱더 세졌다.
야구의 타율을 통해 배우는 순환소수부터 「어린왕자」 속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을 보며 떠올리는 ‘푸비니의 정리’까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미적분, 방정식, 함수 등을 이용해 풀어내는 생활 속 수학의 즐거움은 시종일관 재미를 잃지 않고 이어진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보며 흥분과 감동에만 머물지 않고 선수들이 달린 거리와 속도의 변화를 계산해보기도 하고, 영화 <아이큐>를 보며 순환소수를 떠올리기도 한다. 또 도함수를 이용해서 스포츠센터의 시간 경과에 따른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기도 한다. 2009년 가을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이리스> 속의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키스를 보면서는 다소 엉뚱하게 김태희의 입 속에 들어간 사탕의 크기가 얼마인지 몹시 궁금해 한다. 그래서 결국 저자는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통해 사탕의 가장 적당한 크기를 찾아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큰 사탕을 입에 집어넣어야 김태희 입안에 그걸 전해 넣을 때쯤 적당히 크고 맛있는 모양이 될까? 너무 작으면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고, 너무 크면 입안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자,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병헌은 처음엔 걷다가, 그 다음엔 뛰다가, 모퉁이를 돌아선 뒤엔 다시 걸었다. 왜 그랬을까? 그건 바로 이병헌이 “미분계수는 변화율을 뜻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사탕을 사서 선술집으로 돌아오며 반지름이 10밀리미터인 사탕을 골라 입에 넣었다. (…) 이병헌은 5초 동안 달리면서 여기까지 생각한 뒤 달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사탕의 반지름은 1초에 0.1밀리미터씩 줄어든다. 지금까지 15초가 지났으니 1.5밀리미터가 줄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15초 동안 버텨도 사탕의 반지름은 1.5밀리미터 더 줄어들 뿐이다. 그러면 사탕의 반지름은 7밀리미터가 될 것이다. (…) 다시 한번 느껴보라. <아이리스>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사탕키스’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미분계수는 변화율’이라는 사실이, 그리고 ‘합성함수의 미분법’이 결정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수학은 이렇게 가장 아름다운 것, 가장 감동적인 것들의 배후에 존재하고 있다. -111~118쪽
네이버에 연재한 웹툰 <견우와 직녀>를 보면서는, 빛의 왕에 의해 1년에 한 번씩만 만나게 된 견우와 직녀를 안쓰러워한다. 그래서 직녀가 유배된 행성 베가와 견우가 사는 하늘나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것이 언제인지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을 통해 구해본다.
직녀가 유배형을 받은 곳은 머나먼 동쪽 나라의 행성 베가(Vega)다. 견우가 살고 있는 ‘하늘 나라’로부터 무려 3조 2164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한다(어둠의 왕이 그 말을 하던 순간에는 그렇다는 얘기다). 어둠의 왕은 “공간을 지배하는 건 어둠의 힘”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솔직히 온 천지 까마귀를 끌어모은다 해도 3조 2164억 킬로미터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어둠의 왕이 믿고 있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수학의 힘이다.
견우가 살고 있는 ‘하늘 나라’는 작은 원을 돌고 있는 별이다. 이것은 하늘 나라의 태양을 중심으로 반지름이 1조 킬로미터인 원을 따라 돌고 있다. 반면에 불쌍한 직녀가 유배를 떠난 베가는 하늘 나라의 태양으로부터 3조 킬로미터 떨어진 점을 중심으로 하고 장축의 길이가 5조 킬로미터, 단축의 길이가 2조 킬로미터인 타원을 따라 돌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베가가 도는 속도는 무진장 빨라서 하늘 나라도 베가도 태양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다(그걸 사람들은 ‘1년’이라고 부른다). -153~154쪽
교토로 여행을 가서는 카페 요지야에 들러 말차라테를 마시다 말차라테 속 녹차로 만든 교노온나(京の女) 소녀의 머리 부분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미적분학의 기본정리를 통해 계산해본다. 차 한잔 팔아서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 알기 위해서는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법이다.
‘교토 여인’의 모습을 감상하자. 녹차가루를 뿌려 머리칼과 눈, 코, 입 등을 그린 건데 어떻게 저렇게 특이한 매력이 있는 얼굴을 생각해냈는지 그저 경탄할 따름이다. 그런데…… 역시 ‘수학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은…… 저기 저 머리카락 부분은 넓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엄숙하고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뭐? 문제를 위한 문제라고? 아니, 커피 한 잔 팔아서 얼마나 남는데? 녹차가루가 얼마나 들어갈지 원가를 계산하는 건 비즈니스의 기본 아냐? -181~182쪽
이렇듯 저자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따라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며 계산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아름답고 도도한 그녀(수학)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두려움을 벗어던진 용기와 관심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용기로 향하는 쉬운 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수학 문제를 만들어서 스스로 풀어보는 경지에 이를 즈음 이미 수학과 깊은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