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귀를 뻥,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 드립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톡톡 튀는 재치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리리 작가의 신작 저학년 동화 『뻥이오, 뻥』이 나왔다. 김리리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은 이번 작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한바탕 웃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뻥이오, 뻥』의 주인공 순덕이는 삼신할머니의 실수로 귀에 말이 드나드는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아 말귀가 어둡게 태어난 아이다. 순덕이는 아빠가 장갑을 찾으면 ‘장화’를 가져오고, 할머니가 “동생이 장롱에 숨겨둔 꿀을 못 꺼내 먹게 해라”고 당부하면 “그럼 장롱 ‘안’에 들어가서 먹으면 괜찮나유?” 라고 반문해 사람들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순덕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진다.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건 물론이고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할 때면 친구들에게 ‘바보 순덕이’ ‘멍텅구리 순덕이’라고 놀림받기 일쑤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삼신할머니는 순덕이의 귓구멍을 뚫어 주기 위해 자신의 심복 생쥐를 지상세계로 보낸다.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 참되게 ‘말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 주는 이야기
뻥튀기 기계의 큰 소리를 이용한 생쥐의 야심찬 아이디어로 귓구멍이 뚫린 순덕이는 말귀가 밝아지고 똘똘해졌는데, 구멍이 너무 크게 뚫린 나머지 동물들의 말소리까지도 듣게 된다. 그래서 벌의 속삭임도 알아채고, 지렁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순덕이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물가에 엄마 무덤을 만든 청개구리의 진짜 사연,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토끼의 숨은 계획 등을 동물들로부터 직접 듣는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이 와전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덕이는 동물들의 억울한 사연을 주변에 알리고 진실을 바로잡으려 애쓰지만, 사람들은 ‘뻥쟁이 순덕이’라며 손가락질할 뿐이다. 오해에 지치고 외로움에 시달리던 순덕이는 결국 세상을 향해 입을 닫아 버리고, 삼신할머니는 다시금 고민에 빠지는데…….
『뻥이오, 뻥』은 캐릭터의 힘, 특히 주인공의 매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엉뚱하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순덕이의 말과 행동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며 활발하게 서사를 이끈다. 순덕이는 구수한 이름과 순박한 사투리만큼이나 마음도 푸근한 아이다. 편견 없이 제 곁의 존재들을 진심으로 위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진정한 의미의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행위를 넘어,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것임을 순덕이는 환기하고 있다. 그리고 진실은 때론 ‘이야기’와 같은 여러 껍질들을 겉에 두른 채 숨어 있다는 것. 작가란 세상을 떠도는 진실들을 엮어, 그것을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사람임을 『뻥이오, 뻥』은 넌지시 말하고 있다.
두 콤비의 유쾌하고 따뜻한 동화
실제로 어릴 적부터 말귀가 어두웠기에 순덕이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한다는 김리리 작가는 ‘뻥’이라는 말의 다양한 의미들을 작품에 버무려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순덕이의 입을 빌려 작가가 풀어내는 이 능청스러운 이야기는 왕성한 식욕으로 서사를 흡입하는 아이들, 특히 ‘마을에 제일가는 이야기꾼 순덕이’처럼 작가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또한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에서 이미 한차례 김리리 작가와의 뛰어난 조합을 선보인 적 있는 오정택 화가는 『뻥이오, 뻥』에 꼭 맞춤한 생생한 그림으로 책을 더욱 빛내 주었다. 두 콤비가 열정으로 빚어낸 책 속의 세계에서 한바탕 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유쾌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