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사라져가는 세상, 오직 황제의 보석만이 달빛을 되살릴 수 있다!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토르모 헤우겐이 그려낸 환상적인 이야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토르모 헤우겐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청소년소설 작가로, 1973년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스무 권이 넘는 작품을 집필하며 노르웨이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반도 전역에서 커다란 사랑을 받아왔다. 스칸디나비아 의회 문학상, 노르딕 학교 사서 재단상 등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명성을 쌓은 그는 1990년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크게 공헌한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토르모 헤우겐의 열네번째 소설인 『황제의 보석』은 사라져가는 달빛, 달빛을 되살릴 수 있는 힘을 지닌 아름다운 보석, 보석에 얽힌 전설, 몽골의 신비한 사원과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평범한 열 살 소년의 고민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담아낸, 모험소설과 성장소설의 특징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황제의 보석’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가지고 있던 일곱 개의 보석으로, 보석 하나하나가 그 탄생과 관련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의 올멕족, 바빌론의 공중정원, 그리스신화의 미노타우로스 등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망라하는 보석의 전설은, 달빛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몽골의 수도자 엘리암, 황제의 보석을 되찾는 임무를 맡은 노르웨이 소년 니콜라이의 이야기와 함께 플롯의 큰 축을 이루며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일곱 개의 보석에 얽힌 일곱 개의 전설,
그리고 황제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와 배신.
노르웨이에 사는 열 살 소년 니콜라이는 자주 집을 비우는 엄마 아빠 때문에 언제나 큰 집에 혼자 있다.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아빠 막심은 사실 다이아몬드 밀수업자이며, 골동품과 보석을 수입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엄마 리디아는 늘 이런저런 회의로 바빠 집을 비우지만, 사실 그녀가 집을 비우는 진짜 이유는 남편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가족을 떠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외롭고 불안한 니콜라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흔이 넘은 증조할머니 플로린다뿐. 러시아에서 태어난 플로린다는 노르웨이 뱃사람인 남편을 만나 노르웨이로 건너왔으며, 사십 년 전 가족을 두고 홀연히 노르웨이를 떠난 딸 이둔(막심의 어머니)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몽골에 있는 반달의 성의 수도자 엘리암은 ‘달의 거울’이라고 불리는 호수를 관찰하다 그곳에 달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깜짝 놀란 그녀는 대사제들을 찾아가고, 달이 빛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대로 두면 달빛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달빛이 사라진다면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달빛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달의 힘을 지니고 있는 황제의 보석을 찾아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칠 일뿐이다. 엘리암은 특별한 의식을 통해 황제의 보석은 노르웨이에 있으며, 보석의 소유자 플로린다의 증손자인 니콜라이가 보석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달에게 선택받은 자이자 거울을 통해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엘리암은 보석을 찾기 위해 노르웨이로 가야 한다. 한편, 황제의 보석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수도자 다이 치는 황제의 보석을 차지하려 하는 정체 모를 남자에게 붙잡힌 채 매일 밤 황제의 보석에 얽힌 전설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그사이 니콜라이에게는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원에서 검을 든 천사를 보기도 하고,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더니 베 짜는 소녀, 검은 재규어와 같은 황제의 보석과 관련된 전설 속 존재들이 니콜라이의 방에 나타나 황제의 보석을 찾아 달빛을 되살려달라고 부탁한다. 니콜라이는 도움을 얻기 위해 증조할머니 플로린다를 찾아가고, 플로린다에게서 과거 그녀의 아버지가 러시아 황제로부터 일곱 개의 황제의 보석을 하사받은 사실을 듣는다. 그러나 그 보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플로린다 역시 알지 못한다. 한편, 막심과 리디아는 각자 알 수 없는 세력들로부터 황제의 보석을 찾아내라는 협박을 받고, 니콜라이의 삼촌과 숙모 들까지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황제의 보석을 찾아 커다란 부를 얻고 싶은 욕심에 빠진다. 과연 니콜라이는 보석을 차지하려는 정체 모를 세력들과 주변 사람들 속에서 무사히 황제의 보석을 찾아내 달빛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어린 시절을 통해 이끌어낸 어른과 아이의 소통,
가족의 진정한 의미.
안데르센상 수상 이후 한 인터뷰에서 토르모 헤우겐은 “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해서도 소설을 쓴다. 어른들 또한 어린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야말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어린 시절을 향해 한발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낸다면, 우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고통과 영혼의 갈망,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소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토르모 헤우겐은 청소년 독자와 성인 독자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그는 서로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열망하는 인물들을 소설에 등장시켜왔는데, 『황제의 보석』의 주인공 니콜라이와 그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곁에 있어주지 않는 부모로 인해 늘 외로움을 느끼는 니콜라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이둔과,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지 않은 할머니 플로린다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사는 막심. 가족을 향한 사랑과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리디아. 작가는 각자의 고민과 고통을 안고 있는 이들 등장인물을 통해 이들이 열망하는 관계, 즉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환상적인 사건들이 더해져 모험소설이면서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한 이 책의 독특한 정체성이 완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