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등의 고전이 현대에 재해석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새롭게 또 다른 모습으로 생각의 폭을 확장시킨다. 그 이유는 동화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전래동화가 품고 있는 권선징악의 교훈은 어린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삶을 보여주는 기능을 넘어서, 지금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자는 사회 담론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5월에 개봉 소식을 알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백설공주를 내다버리는 소임을 받았을 뿐인 소외된 캐릭터 사냥꾼, ‘헌츠맨’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이야기를 면밀히 살펴보면 원작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새엄마는 약자들의 “심장”을 원하는 ‘권력자’로, 백설공주는 일곱 난장이의 멘토링을 받아 새엄마에게 맞서는 ‘순결한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요즘 동화를 재해석하는 방식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목회자 활동을 해온 김민웅이 동화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발견하며 위로한다. 동시에 동화가 아주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던 보통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프레시안」 편집위원이자 성공회대 교수이기도 한 지은이가 찾아서 보여준다. 동화는 ‘오늘’과 만나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동화 속에 숨겨진 역설과 반전의 핵심을 읽는다
지은이는 이 책에 서양 전래동화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동화 그리고 성서 이야기까지 넘나들며, 총 10편의 동화를 새로이 해석해 삶을 통찰하는 법을 담았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는 우리가 이 동화에서 흔히 읽는 ‘자존감 회복’의 키워드 이외에도 미운 오리 새끼가 둥지를 떠나 만난 인연들을 모양새를 찾아내, 완성되지 않은 자아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데렐라>에서는 신분 상승의 캐릭터인 신데렐라 분석을 뛰어넘어, 재투성이 소녀를 무도회의 주인공으로 세운 왕궁의 전략을 소개한다.
<인어공주>는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어공주와 만난다. 디즈니의 인어공주에 가려져 있던 사춘기 소녀의 성적인 자각과 여자의 성(sex)이 사회와 충돌하는 면을 살핀다.
<토끼전>에서는 별주부보다 토끼에게 초점을 맞췄다. 토끼가 용궁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고 다녔기 때문인데, 그렇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위로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솝우화>에서는 특히 ‘양치기 소년과 늑대’편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방만하게 대처했던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탓하는 요즘의 구도에서 벗어나볼 것을 권하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그레텔’의 지혜에 주목한다. 처음에는 오빠 헨젤의 기지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마녀에게 잡혔을 때, 그리고 탈출했을 때 그레텔이 보여준 모습에서 상생의 삶을 읽는다.
<바보 이반>편은 세상에게 ‘바보’라 조롱받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장이다. 그리고 ‘바보’라 조롱하는 사람들이 자멸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현대인들이 매달리는 성공의 조건과 실패의 원인을 살피기도 한다.
<바보들의 나라 켈름>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아이작 싱어의 대표작으로, 이 동화는 한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행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짚어내는 작품이다. 현대인들이 수시로 직면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이 동화의 독법을 통해 지은이는 제시한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심청전>의 옥황상제는 심청이를 연꽃에 태워 돌려보냈다. 이것이 갖는 권선징악의 의미보다 ‘인당’의 의미에 더 주목한다. 희망의 메시지를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흘려들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불러 모아, 아주 꼼꼼하게 살펴서 속뜻을 전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지은이의 이런 태도는, 타인의 의견을 속단하여 비난하며 반목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타인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참된 행복을 전달하는데 의의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