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문학(當代文學)’이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즉 중국 사회주의 체제하의 문학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20세기 중국문학의 흐름과 구체적 현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이다. 이 책 『중국당대문학사』는 현재 중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인 천쓰허 푸단 대학 교수가 당대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견지하며 써내려간 노작이다.
작품 읽기 중심의 새로운 당대문학사!
이 책은 문학작품이 중심인 문학사이다. 기존의 당대문학사는 대부분 단순한 문학사 지식을 바탕으로, 시대별 주요 문학운동과 창작사조 기술이 주가 되어 정작 문학작품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문학사 지식을 최소화하는 대신 작품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치중한다. 창작 현상을 소개하고 작품이 품고 있는 예술적 의미에 서술의 초점을 맞추며, 작품의 감상과 분석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창작사조나 문학장르를 부각시키는 대신 창작의 공시성(共時性)을 주장하며 기존 문학사와의 차별점을 드러낸다. 그간의 문학사가 특정 시대의, 가장 커다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작품을 그 시대의 주요한 정신 현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공개적으로 출판된 작품들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비공개적 글쓰기 현상 또한 주목하며, 정신 현상의 다층적인 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의 풍부한 해석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문학작품의 다의적 해석을 중시하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당대문학은 현실정치, 특히 시대의 중심 조류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에 있는바, 특히 5, 60년대 중국문학의 주류는 국가 주도하에 정치 노선과 선전적 색채를 지니고 있었고 오늘날엔 더이상의 문학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당시에도 일부 작가들은 시대 상황과의 불화를 민간 문화를 통해 은밀하고 완곡하게 표현함으로써 나름의 정체성과 미적 가치를 획득했다.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작품의 선전 요소뿐만 아니라 예술의 민간적 생명력까지 고찰함으로써 문학사의 내적 통일성을 기하려 한다.
모두 2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당대문학의 정신적 발원지라 할 수 있는 ‘5.4 신문학 전통’에서부터 20세기 말의 ‘인터넷 문학의 성장’까지를 서술하는데, 시기별 문학의 흐름이나 사조를 설명하기에 적당한 문학작품을 중심에 놓는다. 각 장마다 주제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네다섯 작품을 선별하여 감상, 비평해나가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대부분의 당대문학사에서 구체 작품이 충분히 소개되지 못한 데 따른 궁금증을 일부나마 해소시켜주고 작품으로써 시대정신의 윤곽을 드러내 보여준다. TV 드라마 등의 매체문학과 인터넷 문학까지 문학사의 자장으로 끌어들여 문학 텍스트의 범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문학과 문학 생산방식의 현실적 관계에 대한 인식까지 보여주는 것 또한 신선한 부분이다.
사실 역사적,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국문학은 오랫동안 국내 독자들에게는 변방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위화, 쑤퉁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에 따라 동시대 중국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또한 늘어가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중국문학 전공자나 연구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문학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은 일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현대 중국문학 전반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