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에 남자는 ‘터닝 포인트’를 생각한다.
만약 당신에게 ‘마흔을 준비하는 10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남자에게 마흔은 여자의 서른과 같다? 남자는 누구나 나이 마흔을 앞두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유독 마흔 즈음에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행로를 새로이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온라인서점 검색창에 ‘마흔’이라는 단어를 한번 넣어보라.
‘마흔’이라는 나이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화두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길어진 인생에 비해 앞날이 너무 불안한 탓일까.
국민프로그램 <1박 2일>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남들보다 젊은 나이에 성공의 정점에 선 것 같았던 나영석 피디.
그도 역시 이러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서른일곱이란 아무래도 그런 나이인 것 같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라도,
조금만 액셀을 더 밟으면 레이스에서 곧 1등을 할 것만 같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잠시 차를 갓길에 멈추고 시동을 끄고 차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먼지라도 툭툭 털어줘야 할 것 같은 나이.
달리면서 내가 혹시 다른 사람을 친 것은 아닌지, 길을 멀쩡히 걸어가던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물을 튀긴 건 아닌지, 잠시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나이.
그리고 다시 시동을 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앞으로 30년은 더 달려야 한다.
하이고, 많이도 남았다. _들어가는 글 <어차피 우리의 레이스는 길다>에서
<1박 2일>을 그만두고 별다른 활동이 없던 그가 돌연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몇 개월간 그는 어디에서 뭘 했을까?
“안 되겠어, 이대로는!”
올해 나이 서른일곱, 나영석 피디 ‘나’를 찾아 떠나다
이명한 피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다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 프로그램은 국민프로그램이라 불리며 여기저기서 상을 휩쓸었다.
그렇게 상을 휩쓸고 유명해지는 동안 이제 네 살 된 그의 딸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빠를 서먹해하고
아내는 길거리에서 사인 요청을 받는 남편을 창피하다고 모른 체하며 아이를 안고 저 멀리 앞서 가기 일쑤였다.
5년간 방송에 온 시간과 정신을 쏟아붓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어느덧 이 시대 여느 가장(家長)들처럼 서글픈 얼굴을 한 예비중년이 되어 있던 것이다.
30대를 오롯이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 하나에 바친 그였다.
마음도 몸도 지칠 대로 지쳤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다 해도
또 욕심에 겨워 다른 사람을 쥐어짜고 자기 자신을 쥐어짤 것이 분명했다.
결국 그는 미련 없이 회사를 관두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프로그램이 종영되고도 <1박 2일>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던 인터뷰와 미뤄두었던 개인적인 약속이 해일처럼 그를 덮쳤다.
이러다간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커녕 달콤한 휴식마저 어영부영 사라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그는 덜컥 배낭을 꾸려 낯선 나라로 휴가를 감행한다.
그것도 웬만해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는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보면 왠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든다.
거기서 오로라를 본 후 마음속에 짊어진 편지와 각종 선물과 5년의 세월을 눈밭에 파묻어버리고 돌아와야겠다.
결정은 그다음이다. 그래. 여행은 여행일 뿐. 결정은 그다음에.
여행을 떠나서는 오로라만 생각하자. 판단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사실…… 난 이번 여행을 마치고 뭔가 큰 결정을 할 생각인 것이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아주 큰 결심을. _<어디로 가는 게 뭐가 중요해>에서
내 인생의 오로라는 <1박 2일>이었다!
낯선 길 위에서 하나씩 헤아려보는 것들
모든 걸 떨쳐버리겠다고 20시간 비행기를 타고 먼 이국까지 날아왔건만,
민박집에서 이케아 냄비에 삼양라면을 끓이다 프로그램 시청률을 검색하는 그였다.
여행중에 만나는 이국의 낯선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자꾸 <1박 2일>의 기억들만 끄집어냈다.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오로라 사진 밑의 ‘VARIETY’라는 글자를 보고
‘버라이어티 정신’을 주야장천 외치던 강호동을 생각하는 식이다.
그는 결국 지난날을 돌이켜보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1박 2일>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복기하기 시작한다.
예능계의 승부사, 강호동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등등.
나영석 피디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낯선 길 위에서 하나씩 풀어놓는다.
시청률이 40, 50%를 찍었던 황홀한 날들뿐 아니라, 멤버의 갑작스런 탈퇴나
예상을 벗어난 시청자들의 비난 등으로 아찔했던 순간들도 빠짐없이 책 속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