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소개】
“중국 근현대문학의 기점과 범위는 무엇인가”
―담론’과 ‘타자화’를 통한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기점과 범위 설정에 대한 재고
우선 제1부는 총론 격으로, 현재 주요 담론으로 부상한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시기와 범위 설정의 문제를 두 편의 글을 통해 살펴본다. 「20세기 중국문학과 두 날개 문학」과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기점과 범위」가 그것이다. 첫째, 「제1장 20세기 중국문학과 두 날개 문학」에서는 ‘신문학’, ‘셴다이문학’, ‘진셴다이 100년문학’, ‘20세기문학’, ‘셴당다이문학’, ‘두 날개 문학’ 등 계속 변화해온 이 기표를 일단 ‘근현대문학’으로 고정시키고, 5-4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된 ‘근현대문학사’에 관한 담론과 그 내부에 온존하고 있는 ‘타자화의 정치학’을 규명한다. 둘째, 「제2장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기점과 범위」에서는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문학사 기점과 범위 설정을 문제삼는다. 기점 면에서 보자면, 첸리췬 등의 20세기중국문학사가 1898년을 기점으로 상정하는 반면, 판보췬은 1892년으로, 옌자옌은 1890년으로, 왕더웨이는 1851년 태평천국 시기로서 서로 상이하다. 범위 설정 문제에서 보자면, 삼분법 시기의 셴다이문학사는 좌익문학사였지만, 20세기중국문학사에서는 우파문학을 복권시켰고, ‘두 날개 문학사’에서는 통속문학을 복원시켰다. 이로써 저자는 현대까지 자가변신하며 초국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이론적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통찰하고 있다.
“중국문학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서”
―중국 근현대문학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주제별 접근
제2부 주제별 접근은 총4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제3장 언어와 장르」에서는, 중화민국 초기의 문학운동인 5-4백화문운동에서 제기된 구두어와 그 실체의 문제점을 살피면서 이에 대한 비판으로 전개된 대중어운동과 라틴화운동을 고찰한다. 「제4장 대중화의 실용이성」에서는, 그동안 통속문학으로 치부하여 신문학사에서 배제된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중국 근현대문학 대중화의 허실을 짚어낸다. 아울러 리쩌허우가 ‘중국인의 지혜’이자 문화심리 구조의 작동 기제로 파악한 ‘실용이성’을 바탕으로 진융 무협소설에서 그 전형성을 보여주는 작중인물인 위군자의 권력욕망과 진소인의 생존본능을 분석한다. 「제5장 중체서용과 지식인의 문화심리 구조」에서는, 중국 지식인 계층에서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외래의 비판적 수용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있는지, 특히 중체서용에 대한 일반적 해석, 한국 역사학자 민두기의 새로운 해석, 리쩌허우의 서체중용 등을 비교하며 문화심리 구조면에서 두루 살핀다. 「제6장 동아시아 문화 횡단과 공동체의 가능성」에서는,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파급과 확산 속에서 포스트한류와 한국문학 등과 연계한 동아시아 공동체로서의 시야를 비판적으로 훑어낸다.
이로써 저자는 횡적, 종적 탐사로서의 주제별 연구를 통하여 중국 근현대문학사가 어떻게 그 내연과 외연을 확장해나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총체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 각각의 주제들은 중국의 동시대문학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로서, 문학사 구성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지점을 사유하게 한다.
“포스트시대에 확장된 중국문학의 범위와 주변 담론들”
―포스트사회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포스트냉전 시기 상하이, 타이완, 홍콩, 한국 등과의 비교 분석
제3부 쟁점들은 총7장으로 구성된다. 즉 포스트주의 또는 포스트학이 출현하면서, 그 이전 시기에 당연시되던 것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지점들을 쟁점화하여 파헤치고 있다. 「제7장 성찰적 글쓰기와 기억의 정치학」에서는, 문화대혁명기의 글쓰기를 ‘상흔’과 ‘성찰’로서 파악한 후 성찰적 글쓰기와 이에 각인된 폭력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가오싱젠의 작품을 ‘고통의 기억, 기억의 고통’이라는 측면에서 부각시킨다. 「제8장 포스트사회주의 시기의 문학 지도」에서는,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사회주의 사회를 새롭게 바라본 포스트사회주의 시기 즉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문학 지도를 그려보고 있다. 「제9장 무협소설 전통의 부활과 근대성」에서는, 1949년 이전에 성행했던 구파 무협소설의 연장선상에서 개혁개방 시기의 신파 무협소설을 조망하면서, 애국계몽과 상업오락, 한족 중심과 오족공화, 다양화와 혼종성에 초점을 맞춰 고찰했다. 「제10장 상하이 글쓰기와 도시공간 담론」에서는, 포스트사회주의 시기의 급속한 도시화와 관련하여 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도시문학론이다. 더불어 왕안이의 『장한가』를 ‘상하이민족지´로서 살피면서 문학인류학적 가능성을 사유한다. 「제11장 포스트냉전 시기 타이완 문학/문화의 정체성」에서는, 오늘날까지 주요한 논점인 포스트냉전 시기 즉 계엄 해제 이후 중국문학사에서 타이완문학사가 어떻게 기술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진정 타이완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제12장 홍콩문학의 정체성과 포스트식민주의」에서는, 마찬가지로 홍콩문학을 기존의 시선에서 탈피해 포스트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제13장 한국의 중국 근현대문학 연구」에서는, 1970년대까지를 연구의 전사로, 1980년대를 개척기로, 1990년대를 발전기로 설정하되, 마지막 1990년대를 중점으로 주요 흐름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랜 세월 중국문학, 중국문화 연구의 현장에서 작업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오늘날 각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근현대성을 문학사적 측면에서 통찰했다. 오늘날 문사철 정신이 승한 중화민족이 그 정체성을 형성해온 문학사적 지평은 어떠했는지, 격동기의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의 실체는 이로써 어떤 연관관계 속에서 그 공동체를 형성해내고 있는지, 문학적 문화적 자장 안에서 총체적으로 부각시켜놓고 있다.
【본문 보기】
1949년 이후 본격화된 셴다이문학사 연구 단계에서 연구자들은 5․4 이래의 셴다이문학을 ‘좌파문학’으로 축소 해석했다. 그 결과 셴다이문학은 혁명문학 논쟁 이후 급속하게 좌경화되었고 동반자문학이나 우파문학은 그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특히 ‘옌안 문예좌담회’에서 제출된 ‘인민문학’이 광범하게 수용되면서 라오서, 바진 등의 이른바 ‘민주주의 작가’들조차 셴다이문학사에 발붙이기 어려웠다. 이는 1949년 이후 ‘좌파문학’ 독존의 관점에서 1917-1949년까지의 문학을 해석한 것이다. 류짜이푸는 이런 시대 분위기를 ‘독백의 시대’라고 개괄했다. 이 용어는 1949년부터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종결까지의 시기를 개괄한 것이다.(25쪽)
문학이 국가 또는 국족에 휘둘려온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문학이 언어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를테면 ‘민족문학의 근대적 전환’이라는 주제의식으로 기점론을 고찰한 한국문학자 최원식은 식민지, 역사적 근(현)대와 문학적 근(현)대의 문제, 증거가 될 만한 작가와 작품, 언어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갑오경장설, 3-1운동설, 18세기설, 북한의 1866년설 등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애국계몽기(1905-1910)설을 제기했다.(52-53쪽)
시의 ‘전위성’과는 대조적으로 희극의 경우에는 “‘관중의 수용’을 그 생존조건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무대, 배우, 극단 조직, 경제적 지원 등 물적 조건의 제약을 직접 받기 때문에 ‘모순의 주요한 측면’은 희극 자체의 탐색에 있다기보다는 관중 소양의 제고에 있다.” 이렇게 볼 때 근현대희극 창작은 적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입센의 영향을 받아 이론적 모색은 다른 장르류 못지않았다. 이 방면에서 서양과 중국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후스였다. 그는 「입센주의」에서 입센주의를 ‘정신으로서의 리얼리즘’과 ‘방법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리얼리즘 창작원칙과 건전한 개인주의적 인생관으로 개괄하고 그것을 높게 평가했다. 후스는 먼저 리얼리즘 창작원칙을 ‘눈을 부릅뜨고 병든 사회를 보는 것’이라고 인식했다.(100-101쪽)
‘대중화를 기축으로 하고 국족화와 근현대화의 세 가지 힘의 총합이 중국 근현대문학 발전의 추동력’이라는 가설은 단계별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 특징을 가지게 된다. 신문학운동기는 ‘서유럽화로 기울어진 근현대화’가 주요한 축이었다면, 프로문학운동기는 ‘소련화에 치중한 대중화’가 중심축을 형성했고, 항일민족문학운동기는 ‘중국화를 지향하는 항일민족문학운동의 국족화’가 중심축을 형성했다.(112쪽)
그러면 중국은 어떠한가. 아리프 딜릭은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실패를 고하고 자본주의에 투항한 이후에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견지하는 중국 현실에서 포스트사회주의를 해석하려 한다. 그는 우선 중국의 사회주의의 기본 모순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그 자본주의적 지구성 사이의 모순, 사회주의의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의 모순, 역사 사업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그 원역사의 예측 사이의 모순이 그것이다. 그런데 중국 관방이 주도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주로 이데올로기적 선전으로 사회주의를 민족화함으로써 그 민족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194쪽)
1985년 제기되어 중국 대륙에서 광범한 호응을 받은 ‘20세기 중국문학사’ 담론에는 타이완문학의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제출된 ‘한어문학’ 담론에서는 타이완문학을 홍콩문학 등과 함께 적극 포섭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타이완문학을 중국 근현대문학의 일부로 취급하면서 문학사의 마지막에 한두 장을 안배해 서술하기도 했지만 이는 타이완문학을 중국 근현대문학의 유기적 구성요소로 파악하기보다는 당위적으로 또는 정책적으로 통합한 인상이 강하다.(267쪽)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 호미 바바, 아르준 아파두라이 등이 중동과 인도의 포스트식민문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면, 중국·홍콩 등의 동아시아에 대한 포스트식민주의 연구 분야에서는 레이 초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민지 홍콩 출신의 외국인’(초우 2004, 86쪽)임을 자처하는 그녀는 “홍콩의 근현대사는 처음부터 중국적 아이덴티티의 추구가 불가능한 역사로 쓰였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홍콩은 홍콩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홍콩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최근의 포스트식민 논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변론”하는데, 그 관건은 “홍콩이 잉글랜드의 식민주의 종식 후에도 영토 주권상의 독립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이다.”(291쪽)
그러나 1980년대 한국의 중국 근현대문학 연구는 분명 중국의 연구경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혐의가 짙다. ‘리얼리즘 독존론’, 근현대문학사 삼분법(진다이: 1840-1917, 셴다이: 1917-1949, 당다이: 1949년 이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하여 한동안 저들 교과서의 평가를 그대로 따랐고 저들이 거론하던 셴다이문학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연구 지평을 제한하기도 했다. 저들의 진다이문학과 당다이문학을 껴안은 것은 199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문학운동 및 이론에 대한 연구가 한국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한국민족문학연구와의 교류는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303쪽)
중국문학의 근현대화는 상호연계되고 상호대립되는 두 가지 측면으로 동시에 전개되었다. 이른바 ‘유럽화’(사실은 ‘세계문학화’)와 ‘국족화’가 그것이다. 이처럼 서로 대립되면서 서로 연계되는 힘든 행정에서 루쉰이 지적한 것처럼 내외의 이중 질곡 또는 이중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모두 우리의 ‘뒤늦음’에 의해 야기된 것이었다. 세계의 문학예술이 이미 ‘유럽 중심주의’를 극복했고 각 국족의 척도로 자기 국족의 예술을 측정하는 시기에, 우리는 오히려 옛것이 좋다고 잘못 생각함으로써 3천년의 진부한 내부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321쪽)
‘새로움의 추구’는 새로운 생장점을 찾는 것이고 ‘변화의 추구’는 국족화의 기초 위에서 근현대화를 하는 것이다. 1920년대는 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들은 협사狹邪소설의 의발을 계승할 때 ‘인정’과 ‘인도’의 빛을 그 안에 스며들게 했다. 당시 인구에 회자되던 비이훙의 『세상의 지옥』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들은 민국 무협소설의 기초를 다졌는데, 일시를 풍미했던 핑장부샤오성의 무협소설이 그 대표작이다. 지식인작가가 계속 단편소설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틈타, 이들은 도시의 풍경을 그린 일단의 사회소설을 추동했다. 즉 지식인작가가 고향 풍물을 추억하는 향토소설을 쓰고 있을 때 ‘도시-향토소설’을 자신의 강점으로 삼아 시민대중에게 소개했다.(350쪽)
문학의 다원성을 승인하는 중국 ‘셴다이’문학사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과거 지식인담론을 주도적 시각으로 삼은 중국 ‘셴다이’문학사에서 장기간 누적되어온 뿌리 깊은 굳은 사유의 틀을 타파하고 다원적인 중국 ‘셴다이’문학을 위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식인문학과 대중 통속문학의 ‘상호보완성’을 밝혀야 한다.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사를 독립적인 연구체계로 건립하고 그것을 독립 자족적인 체계로 삼아 전면적으로 연구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 필요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