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죽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있잖아요.”
“누구나 죽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보험금을 위해 아내를 죽이려는 남편, 십 년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형으로부터 일흔의 노모를 해방시키고 싶은 동생, 수전노 외삼촌의 유산을 하루라도 빨리 물려받고 싶은 조카……. 서로를 기묘한 닉네임으로 부르는 네 명의 사내들이 계획하는 것은 ‘교환 살인’이다.
교환 살인이란, 말 그대로 서로의 살해 대상을 바꾸어 동기와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완전 범죄 방법의 하나. 대개의 미스터리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만한 동기를 가진 여러 용의자들이 등장하고, 그 용의자들 사이에서 범행이 가능한 사람을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교환 살인의 경우는 단순히 살해 동기만을 쫓아서는 용의자를 찾기조차 힘들다.
오랜만에 돌아온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교환 살인의 난이도를 최고로 끌어올렸다. 바로 ‘다중’ 교환 살인. 서로 접점이 없는 네 사람이 접점이 없는 표적을 죽인 경우 난이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수적 논리로 따지면 동기와 기회가 제각각일수록 덜미를 잡힐 일이 없”다. 물리적 증거와 살해 동기만을 가지고 회색 뇌세포를 움직이는 과거의 명탐정에게 승산은 없다. 의뢰인, 표적, 사건 장소와 일시, 살해 방법 등 모두 네 가지, 네 명의 범인들은 네 개의 표적과 네 가지의 알리바이를 만들며 사건을 마음껏 얽어 놓는다. 하지만 완전 범죄가 될 줄 알았던 계획은 누구도 계획하지 않았던 일로 사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데……. 그때부터 범인 대 노리즈키 콤비의 진정한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범인도 동기도 모두 안다. 그럼에도, 충격적 결말!
『킹을 찾아라』는 1부에서 범인들을 드러내고 범행 동기와 계획까지 밝히는 ‘도서(倒敍)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도서 추리의 성격상 초반부는 범인들에게 공감하여 범행의 각 단계를 흥미진진하게 따라 읽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토리는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하는 두뇌 싸움의 성격을 띠게 되는데, 속임수가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빨리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다가 크게 쾅!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 믿었기 때문에 후반부의 전개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명탐정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종류의 미스터리는 아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답게, 불필요한 요소들은 없애고 추리 과정과 플롯, 트릭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괜스레 비비 꼬거나 치사한 속임수로 독자를 우롱하는 법이 없다. 스토리도 플롯도 트릭도 변화구 없이 직구로만 승부한다. 그렇기에 미스리딩(misleading)도 복선도 최대의 효과를 보인다. 작가와 승부하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펜과 노트를 준비할 것!
노리즈키 린타로 월드의 최전선에 있는 미스터리
“『킹을 찾아라』는 네 장의 트럼프 카드(체스가 아니라)가 말하는 살인의 사중주입니다. ‘A’, ‘Q’, ‘J’, ‘K’의 4부로 구성되어 새 카드를 넘길 때마다 사망자가 늘어나는……. 경찰 소설과 프로파일링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의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본격 미스터리를 목표로 했습니다.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노리즈키 린타로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탐정이자 추리 작가인 아들 노리즈키 린타로와 그의 아버지 노리즈키 사다오 총경이 등장하는 본격 미스터리 연작. 미국 미스터리의 거장 엘러리 퀸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작가의 대표 시리즈다.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필명과 등장인물의 이름이 같은 것 또한 엘러리 퀸의 영향을 받은 것. 아버지에게 ‘자택 경비원’이라 놀림받는 추리 소설 작가 린타로와 수사1과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 노리즈키 총경의 논리적 추리는 그래서 퀸을 닮아 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야쓰지 유키토, 시마다 소지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다.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와 논리적인 소거법을 이용해 차근차근 범인을 좁혀 나가는 재미까지 더해 일본 추리 소설계에 새로운 흐름을 던진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 작가에 추리 소설 이론가를 겸하고 있다. 일찍이 그는 “사건과 해결만으로는 장편을 쓸 수 없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서스펜스와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재미라고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말을 했는데, 『킹을 찾아라』는 그의 그런 의지가 가장 잘 발현된 최전선 미스터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