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
그 재미와 감동 고스란히 30여 년 만에 완간되는 김주영 장편소설 『객주』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편대하소설 『객주』가 마지막 10권을 내놓으면서 마침내 완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객주』는 마지막 10권이 올해 4월 서울신문과 인터넷 교보문고에 동시 연재를 시작하며, 6월까지 세 달에 걸쳐 기존의 9권까지의 개정판이 모두 출간된 바 있다. 그리고 8월 말, 5개월의 연재를 마치고 드디어 10권이 출간되면서 30여 년 만에 의미 있는 완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10권은 1, 2, 3권 제1부 외장(外場)과 4, 5, 6권 제2부 경상(京商)에 이어, 7, 8, 9권 제3부 상도(商盜)에 속하며 그 끝을 맺고 있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객주』는 19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김주영 작가는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지 않았고, 스스로 완간이라 말하지도 않았다. 주인공 천봉삼을 원래의 구상대로 죽음으로 이끌지 못하고 산 채로 이야기가 끝났던 것도, 후에 더 마무리 짓고자 한 이야기가 남아 있어서였다. 그러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진짜 객주를 끝맺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울진 죽변항에서 내륙 봉화까지 소금을 실어나르는 길인 이 십이령 고개가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30여 년 만에 드디어 『객주』 10권이 씌어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 한국문학사에 남을 만한 뜻깊은 연재에 맞춰 기존의 『객주』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옷을 바꿔 입었다.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조선후기의 시대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낸 소설 『객주』는 정의감,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리고 있다. 피지배자인 백성의 입장에서 근대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객주는 금융업, 유통업, 창고보관업 및 물류업을 하던 장소이자 그런 행위를 하는 상인을 말한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에서는 도가, 접소, 도방이라고도 불렀고, 객주의 성격에 따라 물산객주, 해물객주, 젓갈객주 등으로 불렀다. 상도덕에 대한 규율이 강해서, 매점매석과 강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여인네를 범하는 일이 엄중히 다스려졌다.
보부상은 보자기 보(褓)자와 짊어진다는 부(負)자가 합쳐진 것으로, 신체가 건장하고, 지름길을 많이 알며, 기억력이 좋고 셈이 밝은 사람들이 종사했다. 정보 수집에도 능해 어떤 물건이 달리고 넘쳐나는지 파악해 물건을 공급했기 때문에 물가를 조절하는 일종의 중앙은행 같은 역할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흥선대원군은 보부청을 만들어 보부상 조직을 장악하려고 했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보부상들이 정부 편에서 토벌에 가담했다. 1898년 독립협회를 와해시킨 황국협회는 보부상들이 중심이 된 단체였다. 김주영의 『객주』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조선 후기 혼란한 개화기 상황에서 보부상의 생활풍속과 이들의 경제활동,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5년간의 사료 수집, 3년에 걸친 장터 순례, 2백여 명의 취재로 완성된 한국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객주』의 완간은 오랫동안 기다린 시간만큼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며, 이 작품을 처음 만나는 젊은 독자들에게는 재미와 의미가 모두 충족되는 잘 짜인 역사사회소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가 새로운 보부상의 길이 발견되면서 10권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했거니와 『객주』 10권은 앞서 출간된 9권까지의 이야기와는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길이 달라졌으니, 그 길에 담긴 또다른 이야기가 있을 터. 지난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매력으로 채워질 것이다. 앞선 이야기들의 중심에 있었던 천봉삼의 행보도 이 새로운 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역사와 허구의 이종교배를 달성한 한국어 서사물로서 『객주』는 위대하다. 소설 연재 당시의 시점에서 한국사 연구가 다다른 가장 높은 수준의 실증과 추리를 바탕으로 보부상 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민중 생활의 박물지를 작성하는 동시에 음모와 폭력이 꼬리를 물고 의리와 애욕이 장단을 맞춰 흘러가는 토속적 로맨스를 완성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세대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심오한 상실을 경험하는 가운데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배양한 노스탤지어, 그것의 장대하고 순정한 문학적 표현이 여기에 있다. 한국의 서민은 고향을 잃어버린 대신에 『객주』를 얻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무엇보다도 한국 고유의 언어를 복구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대대로 전수된 옛말과 속담의 활용, 민간에 유통된 비유와 사설의 구사, 민중 풍속에 밀착된 재담과 육담의 연출이라는 면에서 『객주』를 능가하는 소설은 없다. 더욱이 그것은 다양한 대중서사 장르의 혼성물이다. 신분과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인들의 모험은 피카레스크 소설 코드, 숱하게 많은 모략과 복수의 이야기는 의협 활극 코드, 계급과 장소에 특유한 인생살이 묘사는 풍속소설 코드, 작중 곳곳에 박힌 격언과 요설과 타령은 구술 연희 코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객주』는 고유 언어의 보물창고일 뿐만 아니라 대중서사의 백과전서이기도 하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객주』 1 줄거리
-숙초행로(宿草行露)-
천봉삼, 최돌이(최가), 조성준, 깍정이 두 명까지 총 다섯 명은 새재를 넘는다. 조성준은 최가와 일행이 되어 중노미와 사통하여 떠난 계집을 찾아나선다. 고사리에서 계집을 찾은 조성준은 계집의 발을 작두로 내려치고, 중노미 송만치의 부샅을 자른다. 조성준은 깍정이들과 하직할 작정으로 엽전 백 냥을 내놓으나 깍정이들과 시비가 붙는다. 봉삼이 끼어들지만 깍정이의 공격에 세 사람 모두 쓰러진다. 가까스로 눈을 뜨니 전대고 괴나리봇짐이고 깍정이 두 놈의 행적이 묘연하다. 조성준과 최가는 봉삼을 들쳐 업고 문경길로 접어들어 주막에서 몸을 추스린다.
조성준은 상주로 떠난다. 최가는 주모(매월)가 잠든 부엌방에 기어들어가 술상을 봐오게 한 후, 수작을 부려 일을 치른다. 그때 매월이를 찾아온 장한이 있었으니, 바로 송만치였다. 송만치는 최가를 죽기 무릅쓰고 뒤따르니 최가는 그를 벗어나 고모산성 동쪽 기슭까지 당도하였다. 최가는 조성준의 행방을 좇아 황석배의 집을 찾는다. 최가는 황석배의 객줏집 봉놋방에서 꼬박 이틀을 지새우지만 조성준은 나타나지 않는다. 최가는 황석배의 집 밖에서 서성이던 방물장수에게서 방물고리를 훔쳐 줄행랑을 친다. 사흘만에 최가는 주막으로 돌아온다. 매월은 돌아온 최가에게 접근해 동침한다. 다음날 매월이 방물고리와 함께 사라진 걸 알게 된 최가는, 수교와 사령을 붙잡고 자초지종을 얘기하지만 되려 화근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한다.
방물고리를 훔친 매월은 마음에 두고 있던 봉삼과 방터골까지 간다. 봉삼은 희자(선돌)가 펼치는 판을 지켜보게 되고 그들은 일행이 되어 예천에 간다. 그 객점 봉놋방에는 석가란 자가 봉삼을 알아본다. 석가는 봉삼과 선돌이 잠들자 매월을 불러낸다. 매월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봉삼과 선돌은 석가를 매타작한다. 주막을 하직한 세 사람은 한 주막의 도부꾼에게 최가의 안부를 듣는다. 봉삼은 최가에게 가 보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지만 일단 안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 나타난 석가는 선처를 구하고 그들과 동행한다.
봉삼은 매월과 동침한다. 봉삼은 선돌에게 최가와 조성준을 찾으러 다녀온다고 말한다. 그사이 석가는 매월이를 욕보이려다 양물을 잘린다. 선돌과 매월은 남문 어름에 이르고 떡전 각설이패에서 최가를 발견해 황급히 빠져나간다. 선돌이는 전도가에 들러 차인을 만나고 나온다. 선돌은 매월이 최가에게 시달리는 것을 발견하고 최가는 선돌의 발치에 엎드려 사과한다. 매월은 봉삼을 찾으러 병문으로 나가지만 그를 찾지 못하고 방터거리까지 간다. 선돌은 전도가의 차인꾼을 만나 물대를 지불한다. 선돌이는 그곳에 나타난 장한 셋에 봉변을 당하고 자신이 거래한 물화가 장물임을 알게 된다. 전계장 조순득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어 선돌과 차인은 곳간에 갇힌다.
봉삼은 최돌이의 종적을 수소문하다 매월이와 중화를 먹었던 주막에 들러 최가를 물으니, 늙은 주모가 화를 낸다. 그저께 최가가 주모와 내침하고, 평생 해로하기로 약조하고 도망친 것이다. 봉삼은 최가를 대신해 사죄한다. 주막을 나선 봉삼은 떡전 좌판 앞에서 매월을 발견한다. 봉삼은 매월을 떼내려는 속셈으로 주막으로 돌아가 최가의 행방이 안동이 아닌 상주라고 거짓말한 뒤 도망간다.
이튿날 이송천나루에서 봉삼은 최가와 재회한다. 최가는 봉삼에게 선돌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다. 조순득의 전도가를 찾은 봉삼은 계집아이와 함께 대문을 나서는 여인을 뒤따른다. 봉삼은 이튿날 전도가 초입의 팥죽집에 들어가 그 여인이 남편을 잃고 집으로 돌아온 조순득의 딸이며, 곧 서울 화주 첩실로 들어갈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봉삼은 여인을 업어 오자는 계략을 최가에게 털어놓는다. 최가는 탐탁지 않지만 함께하게 된다.
최가는 계집아이를 전도가 인근에 날라다놓고 조가놈을 찾아가 여인과 동패를 바꾸자고 할 작정이었다. 봉삼과 최가는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 여인과 계집아이를 덮친다. 봉삼은 여인을 짊어지고 팥죽집 할미의 집으로 들어선다. 여인은 봉삼에게 첩실로 들어앉는 것보다 홀애비 아내 되는 것이 낫다고 고백한다. 여인은 자신의 몸을 거두지 않으면 자진하겠다고 한다. 봉삼은 여인을 안아버린다.
여인과 이틀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방을 나선 봉삼은 전도가 앞에서 기다리지만 최가는 나타나지 않는다. 봉삼이 직접 조순득과 대면하고 전대와 포목짐, 동패를 내놓으라 한다. 조순득은 뜻에 따른다. 풀려난 선돌은 몸을 가눌 형편이 아니다. 전도가를 나서 봉삼과 선돌은 동문거리에 다다르지만 주막에도 최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틀을 꼬박 선돌의 구완에 정신없던 봉삼은 조순득의 여식과 약조한 날이 밝자 이송천나루로 향한다. 신석주의 일행이 나타난다. 행차의 가마 안에 여인이 있는 게 분명하나 만날 도리가 없다. 봉삼은 행객들을 따라 배에 오르고 가마 안에 들릴 큰 소리로 행로를 묻는다. 봉삼은 배에서 비틀거리며 걷다 가마 부근에서 넘어지는 체하며 한 손을 잽싸게 가마로 디민다. 여인의 손바닥이 헝겊 조각에 똘똘 만 무엇을 쥐여준다. 신석주는 나루를 떠나고 봉삼은 주막으로 돌아온다.
선돌에게 봉삼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사오일 후에 먼달나루로 소금배가 오는데, 그들이 찾는 게 포목이나 담배라는 것이다. 소금배는 썩 앞당겨 이튿날 밤중에 와닿는다. 봉삼과 선돌은 먼달나루로 나가 늙은 뱃놈에게 흥정을 붙이다 서로 시비가 붙는다. 구경꾼이 몰려들고 그 중에 있던 석가가 선돌이를 대신해 도사공을 손본다. 그들은 도사공을 술국집으로 불러내 달랜 후 다시 흥정한다. 소금섬을 건네받아 동문거리 주막으로 건너온 그들은 발행할 채비를 차린다.
세 사람은 산골의 향시들을 거쳐가기로 작정한다. 각산 어름에 묵고 있을 최가를 만날 요량이었다. 가랫골주막에서 쉬던 중 선돌은 봉삼에게 잿길로 올라가는 행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괴이하게도 내려오는 행객은 보이지 않는다며 오늘은 여기 묵고 다음날 발행하자고 말한다. 이튿날 새벽, 세 사람은 가릿재를 오른다. 고갯목에서 적변당한 십수 명의 행객을 발견한다. 세 사람은 대강 수습을 끝내고 관가에 사람을 보낸다. 진보 장판에 닿아 최가를 찾으나 보았다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봉삼의 예상과는 달리 최가는 안동 마전내 부근에서 월이라는 계집아이와 초례를 치렀다. 최가와 월이 역시 진보 땅으로 넘어가 각산 역말 부근 주막을 샅샅이 뒤지며 수소문하나 봉삼 일행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이튿날로 그들은 남각산 황장재 아래 주막에서 봉삼 일행을 기다린다. 이레가 지나 봉삼의 일행과 상봉한 최가는 성례를 치러 달라고 소원한다. 최가와 월이는 주막에 차려진 신방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봉삼은 월이에게 산호비녀를 준다. 산호비녀는 월이의 상전이자 봉삼과 정분을 나눈 조순덕의 여식이 증표로 준 귀물이었다.
『객주』 2 줄거리
-초로(草露)-
초겨울, 세 사람이 발길을 재촉한다. 조성준과 젓장수 길소개, 이용익이란 젊은이었다. 세 사람은 논산장으로 가는 도부꾼을 따라가기로 한다. 연산장에는 길소개 혼자 나서고 젓갈을 팔러간 주막에서 양반들과 시비가 붙는다. 책상물림들이 돈을 물어주기로 하고서야 마무리가 된다. 이용익은 어둑해져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강경에 가 조성준이 귀뜸한 김학준의 집을 수탐하고 온 것이다. 세 사람은 강경으로 향한다. 김학준의 집에 들어가는 방도를 모색한다.
길소개를 양반 행색으로 꾸민 세 사람은 잔치가 벌어지는 김학준의 집을 찾는다. 김학준에게 길소개는 자신의 출신을 둘러댄다. 보비위하며 환심을 산 길소개는 밤늦게까지 김학준과 대작한다. 길소개는 객점에 돌아가야 된다고 말하고 김학준은 전송하겠다고 나선다. 길소개가 소피를 보며 주의를 끌고, 밖에서 기다리던 이용익은 김학준을 부축하여 당나무 뒤로 끌고 간다. 그곳에서 조성준은 김학준을 부담롱에 처박고 고샅길로 나귀를 몬다. 길소개 위장이 탄로나 쫓기게 된다. 대나무숲이 우거진 안채 뒤꼍에 몸을 숨긴 길소개는 때마침 대숲으로 걸어오는 계집을 발견해 위기를 모면한다. 길소개는 입을 막으려 계집과 몸을 섞은 뒤 김학준의 비첩에게 안내하라 다그친다. 비첩 천씨는 길소개와 동행하려 마루로 나선다. 그때 대여섯 명의 노속들이 초주검이 된 이용익을 데리고 들어서 길가는 붙잡히게 된다. 천씨의 물음에 시종일간 모르쇠로 버티던 길가는 손가락이 잘리고 만다. 길가는 천씨의 물음에 아는대로 답한다. 천씨의 이름은 천소례로 천봉삼의 일점 혈육이었다. 김학준의 안사랑에서 바느질감을 맡겨와 소례는 김학준의 집에 드난살이를 하게 되고 결국 김학준의 첩실이 되어 눌러앉고 만다.
그해 여름, 조성준은 김천 우시장에 내려갔다 장마에 갇혀 달포간이나 회정이 늦어진다. 김학준은 조성준으로부터 소식이 끊기자 그에게 대부한 장체계백 냥의 환수가 미심쩍다 하여 조성준의 소유인 농우소 스무필을 임의로 팔아넘기고 조성준의 내권을 겁간한 뒤 뒷탈을 염려해 송만치와 어거지로 합환시켜 객지로 내쫓은 것이다. 안채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천소례는 두 사람을 놓아준다. 이용익은 의원을 불러 길소개를 구완한다. 이용익은 중노미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초가에서 길소개에게 겁간당했던 운천댁 새마님을 만난다. 여인은 안채에 불을 지른 것이 자신의 짓이며 나귀 두 필을 사놓았으니 그것을 타고 떠나라 한다. 이용익은 길소개에게 전후사를 털어놓고 길을 나선다.
-반상(班常)-
그들은 새말주막거리에 숫막을 얻어 든다. 양반 행차를 보고 달려나간 나무장수와 배행꾼 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결국 말에 앉은 도포짜리가 땅으로 굴러떨어진다. 담배장수 한 놈이 느닷없이 가로막고 서 도포짜리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훼방을 놓는다. 정신 없는 틈을 타 담배장수는 엽전 한 꿰미를 훔쳐 울바자 사이에 흘린다. 도포짜리는 손재를 당했다며 이 둘을 닦달하지만 증거가 없자 담배장수는 도리어 나무란다. 길소개는 이들을 넘겨주면 닦달하여 결판을 짓겠다고 하지만 도포짜리는 물러나지 않는다. 도포짜리 앞으로 솟대쟁이 패거리에 끼어 있던 계집이 달려나와 살려달라 울음을 터뜨리며 꿰밋돈을 준다. 계집이 꿰미를 내놓자 주막의 상단들 전부가 허물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난감해진 길소개는 상단들에게 행수가 누군지 묻는다. 행수와 길소개는 결국 장문을 놓기로 하고 담배장수들은 궐자를 두고 이곳을 뜰 채비를 한다. 담배장수들이 발행하는 것을 기다려 길소개와 이용익은 숫막을 뜬다.
길소개와 이용익은 조성준 일행과 만나 김학준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나눈다. 삼경이 가까운 시각, 두 명의 장교와 세 명의 나졸들이 뜨락 안으로 들어서 화적 일당이 이곳에 들었다며 삽짝을 봉쇄하며 소란을 피운다. 나장이들은 원래 목적이었던 부담롱을 꺼내 메고 천소례에게 가져간다. 천소례 일행은 회정에 올라 새말주막거리에 당도하여 몸져누운 오득개를 구완하던 난녀를 만나고 천소례는 그 둘을 데리고 떠난다.
천소례의 농간에 빠져든 것을 깨달은 조성준 일행은 구례에서 만날 것을 약조하고 헤어진다. 길소개는 김학준과 천소례에게 앙갚음을 하려 강경으로 향한다. 숫막에서 길소개는 소매치기와 솟대쟁이패 계집이 천소례와 한 패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길소개는 강경 인근에 도착해 운천댁 새마님을 만난다. 본인의 운명을 탓하던 궐녀는 길소개에게 안긴다. 두 사람은 숫막 어름에서 다시 보기로 약조한다. 길가는 김학준의 방에 쳐들어가 천소례에게 삼천 냥을 내놓지 않으면 김학준을 즉살하겠다 한다. 돈을 챙긴 길가는 황산나루로에서 장한에게 갓개까지 데려다달라고 흥정을 붙인다. 약속 장소에서 궐녀와 만난 길가는 배에 오른다. 장한은 궐녀에게 수작을 걸어 길가가 가진 것을 반반으로 나눠 먹자 한다. 길가는 결국 궐자를 죽이고 갈밭에 시체를 버린다.
그때 이용익과 조성준은 길가를 따라 신리 세거리를 뜨고 있었다. 길가와의 약조대로면 두 사람은 지금쯤 남원 부중에 내려가 있어야 하나, 길가의 딴 배포를 눈치챈 조성준은 길소개를 떠나보내고 두식경이 지나도록 갈밭에 숨어 있었다. 조성준은 김구례와 안면을 트고 천봉삼과 최돌이란 자를 만나면 동무를 수소문하라는 전갈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조성준은 길가의 뒤를 밟음과 동시에 천소례로 하여금 그 거금이 자신의 수중에 있지 않다는 것과 길가의 계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 조성준은 이용익 만큼이나 힘이 장사인 금점꾼 탁명길을 만나 동패하자 하니 궐자는 흔쾌히 그러겠다 한다. 강경에 당도한 세 사람은 김학준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탁명길은 우선 길가놈부터 물고를 낸 뒤에 계집을 치자고 한다. 모두 자리에 누운 지 한식경이 지나고 탁명길이 반몸을 일으키더니 두 사람이 잠든 것을 확인한다.
탁가는 봉노를 빠져나와 한 가게를 찾아간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천동이놈입니다”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방 안의 사람은 조성준에 대해 물어온다. 조성준의 동패들이 전주 인근 주막에서 포박의 수모를 당할 적에 장교 복색으로 행세하던 위인 중의 한 놈이었다. 그는 천둥이가 구차하게 되면 합세할 은밀한 사람을 뒤따라 보낸다고 한다. 천동이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그 궐자는 오득개였다. 천동이와 오득개에게 은밀한 명을 내린 사람은 바로 길가와 어울려 야반도주를 한 계집의 본부였다.
조성준 일행은 도선으로 가 만장이의 뱃사람과 수작을 건다. 오득개는 배에 올라 창막이 판자에 쌓인 곡식섬에 몸을 가리고 앉는다. 잠시 후 배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들이 있었다. 문경새재에서 그들에게 찍자를 놓고 전대를 털어 장달음을 놓은 깍정이들이었다. 배에 탄 사람들의 전대를 털던 깍정이들은 탁가의 행전을 뒤지다 어음표를 빼앗는다. 네 놈은 갈밭 사이로 난 외길을 타고 몸을 숨기었으나 한식경도 채 못 지나서 졸개 한 놈이 조성준에게 다가와 진서글을 볼 수 있는지 묻는다. 어음표는 천소례의 수결이 있는 2백 냥짜리 어음이었다. 궐한들은 조성준을 알아보고는 신세갚음을 한다며 어음을 건넨다.
배가 남당진을 빠져나와 갓개에 닿을 때까지 조성준은 탁가에게 아무런 눈치도 보이지 않는다. 도선목에서 내린 그들은 술국집으로 들어간다. 조성준은 탁가에게 어음을 돌려주며 천소례의 사주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힌다. 탁가는 엎드려 눈물을 흘린다. 조성준을 뒤따라온 용익은 어쩌자고 천동이를 행중에 그냥 두는 것인지 묻는다. 이는 천둥이의 뒤를 밟기 위한 계략이었다. 길소개는 천둥이에게서 어음을 빼앗는다. 도선목 어름에 있는 숫막에서 눈을 붙이던 궐녀는 채비를 서두르는 길가를 따라나온다. 시간이 되어 세선단이 닻을 올리고 배들을 띄운다. 이제 평생 이 땅을 밟아 보기 글렀다며 눈물을 흘리는 궐녀에게 길가는 배자를 벗어 계집의 어깨를 감싸준다.
『객주』 3 줄거리
-난전(亂廛)-
선돌이와 봉삼, 최돌이 내외와 석가는 진주를 떠나 하동으로 향한다. 물화를 맡기고 임치표를 받은 봉삼은 포주인으로부터 조성준이 김학준을 참살한 뒤 잠주하여 강경 임방에서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최가는 낮에 만났던 과부의 집으로 가나 쫓겨나고 궐녀가 여각의 포주인과 관계를 맺는 광경을 목격한다. 최가는 과부에게 다시 동참을 요구한다. 돌아가지 않으면 자진하겠다는 궐녀와 다투다 무명 두 필을 받아 집을 나선다. 석가는 혼자 있는 월이를 보고 최가를 찾겠다며 뒤져보나 감감무소식이다. 석가는 월이를 흠모하고 있던 것이다. 월이 생각을 하며 돌아오다 최가와 마주치고 싸움이 붙는다.
천봉삼은 전주에서 내려온 상단 행수를 찾아간다. 그는 조성준이 삼개 염전머리가 아니면 송파 장터에서 만나자고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천봉삼은 조 행수가 사람을 참살할만한 성품이 아니라며 계략이 있을 거라 한다. 봉노로 돌아오니 최가는 보이지 않는다. 이튿날에도 최가의 행적은 묘연하다. 그 무렵 도부꾼 사내 하나가 갈밭에서 참살되어 발견된다. 무명 두 필을 베고 누운 사체는 뒷덜미가 돌로 찍힌 흔적이 역력하다. 관아의 이방은 무명필의 임자를 찾고 과수가 지목된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궐녀는 여각의 포주인 박치구가 증거해 줄 거라 하고 박치구는 과수댁과 사통한 일은 있으나 살인을 방조하진 않았다고 한다. 포주인은 이방에게 뇌물 바칠 것을 약조한다.
소몰이 상단의 행수는 선돌이에게 포주인이 이방에게 인정을 쓴 것은 과수댁을 백방한다는 밀약 때문이라는 것을 알리며 진주 목사에게 가는 보장을 빼앗자고 한다. 봉서에는 실족해서 목숨을 잃었다는 거짓 내용이 담겨 있고 사내들은 분개해 그들은 이방의 처소로 향한다. 그들은 이방과 사또를 발가벗겨 풀뭇간 천장에 매단다. 그 시각 포주인은 풀려난 과수와 합환하려던 차에 선돌 일행이 찾아온다. 박가는 그들에게 4백 냥짜리 어음 한 장을 건넨다. 어음을 받아 나온 두 사람은 섬진강 줄기를 따라 그 상류에 있는 구례까지 닿는 노정으로 고쳐 잡는다. 천봉삼은 자신의 새끼손가락 마디를 자르며 석가에게 자문을 하라고 한다. 최가를 죽인 자신의 모살이 탄로난 석가는 사실대로 자백하고 자살한다. 석가의 시신을 대강 묻은 세 사람은 바삐 나귀를 몬다.
신석주 수하의 차인 행수인 맹구범은 전주에 당도한다. 맹구범은 지물객 변승업의 전도가에 든다. 신석주의 소실 탑골댁은 맹구범에게 천봉삼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형편이 어떤지 알아보고 간구한 신세면 은근히 밑천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고 전한 것이다. 때마침 변승업의 전도가에 물건을 팔러온 월이를 맹구범은 잡아 가두고 몸에 흠집을 내려 한다. 불과 사흘 전에 상부한 몸인 월이는 사정을 호소했지만 결국 완력을 이기지 못한다. 맹구범은 월이에게 장삿일이 끝날 때까지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선 안 된다고 이른다.
매월이는 다리 장수 박안성과 볼일을 보고 처음 흥정과 달리 다리 다섯 꼭지를 내놓으라는 배짱을 부린다. 내놓지 않으면 임방 객주로 찾아가 여상단을 범했다고 발고하겠다는 말에 내주고 만다. 매월이는 안침술집에 이르러 젊은 마님에게 각좆을 주고 산호반지 한 쌍을 받는다. 매월이는 산호반지와 포은으로 다리 마흔 꼭지를 전부 사들인다.
변승업의 지물객주를 찾아낸 매월이는 겸인에게 수작을 튼다. 매월의 자색에 반한 맹구범은 매월의 다리를 임치시키고, 명토 박아 임치표를 써준다. 그리고는 매월이에게 앵속(양귀비)을 하동 두치 장터에 박치구란 포주인에게 넘겨 달라는 중임을 맡긴다. 월이의 행방을 수탐하려고 변승업의 객주에 찾아간 두 사람은 봉욕만 당하고 쫓겨난다. 그들이 한지를 매점한다는 소식을 접한 봉삼과 선돌은 지소를 찾아가 맹구범을 배행해 온 차인이라 속여 태지 다섯 바리를 얻는다. 소동이 커져 맹구범이란 위인이 나서면 지물은 넘기고 월이를 찾아낼 심산이었다.
저잣거리로 나선 맹구범은 숫막에 들어 봉삼, 선돌과 합석한다. 맹구범은 두 사람에게 월이를 보여주지만 궐녀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들과 동패할 의향이 없다고 한다. 맹구범의 수하에 있는 차인 하나가 그들이 송광사 지소에서 산 태지 다섯 바리를 산 값의 세 배까지 얹어 주겠다 하지만 그들은 지물을 내어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차인이 돌아가자 수작을 엿보던 부상들이 두 사람에 다가와서는 지물을 자기들에게 넘길 수 없느냐고 속내를 떠본다. 봉삼과 선돌은 결국 천삼백 냥의 포은을 받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지물 다섯 바리를 넘겨받은 장사치들은 물화를 꾸려 그날 밤으로 쫓기듯 숫막을 뜬다. 처음에 봉삼과 선돌을 찾아와 흥정을 트던 맹구범 수하의 차인놈이 보부상들이 떠나는 것까지 지켜보고는 맹구범에게 전부 고한다. 이는 모두 맹구범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매월은 하동 박치구에게 물화를 건넨다. 박치구는 앵속 세 근 모두 안조품임을 눈치채고 관아에 고변한다. 매월이는 동헌에 끌려가 구초를 받는다. 매월은 옥졸 한 놈에게 변승업이 써준 임치표를 내주고는 찾을 길이 없겠느냐고 묻는다. 옥졸은 임치표를 바꾸어 오면 사오십 냥을 받기로 한다. 그 말을 매월이는 믿지 않았다. 매월이가 노린 것은 방자 간 사람이 전주로 가서 하동까지 되짚어 올 사흘간의 말미였다. 사흘째 밤, 매월은 기지를 발휘해 옥졸에게서 도망친다. 매월이는 이틀을 물만 마시며 전주에 당도해 맹구범 일행의 뒷소식을 듣는다. 그들이 전주 지물전은 물론이요 지소들이 감추어 놓은 한지들까지 싹쓸어 강경으로 갔다는 것이다. 매월이도 강경으로 향한다.
강경에 당도한 천봉삼 일행은 쇠살쭈들이 많이 드나든다는 숫막에 머문다. 경기 인근의 장사치들로 보이는 사내 셋에게 송파의 조성준을 아느냐고 묻는다. 그들에게 소식을 들은 봉삼은 궐자를 앞세워 조성준의 무덤에 간다. 그곳에서 지체하다가 숫막으로 돌아온 봉삼은 쇠전꾼 패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봉삼과 힘을 합쳐 억울한 동무의 원혐을 갚아주기로 작당한다. 김학준이 어떻게 칼을 맞았는지 알고 있다는 사람이 없다. 저녁거미가 내릴 때쯤 사내 하나를 만나 그에게 첩실이 탕제에 비상을 넣어 김학준의 죽음을 도모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봉삼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김학준의 첩실을 내치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 봉삼의 머릿속에는 헤어진 누이 생각이 가득했다.
소례는 오가의 집으로 어린 봉삼을 데리고 시집간다. 소례의 현명한 처신으로 오가는 장사에 눈을 뜨게 되고 4년이 지난 후에는 갑부 축에 끼이는 자산가가 된다. 그참에 이르자 오가와 시어미의 구박이 심해진다. 봉삼과 소례는 오가의 간계에 빠져 집에서 쫓겨난다. 둘은 서로 나이가 그만하니 대처로 나가도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기에 고갯마루에서 길을 달리한다. 남매가 헤어진 지 이제 10년이었다.
봉삼과 선돌은 쇠전꾼 셋과 김학준의 첩실을 결딴낼 방도를 모색한다. 봉삼 일행의 협박을 받은 소례는 변복하고 집을 나서 마름 집에 피신하지만 선돌이와 일행은 끝내 소례를 보쌈해간다. 그들은 군산포로 뜨는 임선을 타고 가다가 보쌈한 계집을 복물처럼 꾸며 강심에 빠뜨릴 작정이었다. 선돌은 오래 두고 속을 썩이다 변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심산에 계획보다 일찍, 보쌈한 것을 강심에 떨군다.
『객주』 4 줄거리
-한강
송파장 쇠전머리에서 한 사내는 쇠전꾼들의 행보를 가로막고 맹꽁이타령을 늘어놓는다. 쇠전꾼 하나는 사내에게 그의 내자와 동침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여인의 완연한 병색에 사내는 동침하고픈 마음이 가신다. 본디 여인은 송만치와 눈맞아서 떠난 조성준의 계집이었던 것이다. 여인은 송만치가 송파 저자에서 벌이는 행패에 대해 털어놓는다. 쇠전꾼은 여인을 업고 도망한다. 그들은 배를 타고 뚝도나루로 간다. 쇠전꾼은 여인을 길소개에게 인도하고 길소개는 여인을 가마에 태워 흥인문으로 간다. 수문군과 실랑이가 붙자 길소개는 임기응변으로 호통치고 졸개는 물러난다. 가마를 떠나보낸 길소개는 그들이 멀리 새경다리를 지나 고샅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돌아선다.
길소개는 운현궁을 지나 재동으로 들어가 김보현의 저택으로 향한다. 바둑을 복기하던 선비가 길소개에게 바둑을 두겠냐고 묻고 길소개는 바둑 둘 줄 모른다고 답한다. 그 선비는 유필호로, 길소개가 직첩하려는 상인배임을 알아챈다. 유필호는 길소개를 이용해 재물을 얻을 궁리를 꾀한다.
김보현은 뇌물로 명성 황후의 오라비인 민승호의 환심을 사 총애를 받는다. 김보현은 이조 판서로 발탁되고 선혜청의 당상관으로 있으며 모리를 취한다. 병자년 봄에는 백성들이 굶어죽기 시작했다. 관직과 과거를 파는 폐습이 생겼다. 광대나 잡배라 할지라도 도포를 입고 외양만 의젓하면 모두 선비 행세였다. 과거장은 싸움질에 욕지거리마저 파다했다. 유필호는 길소개에게 회시 치를 것을 제안하고 유필호의 사주로 글도 모르는 길소개는 소과에 급제한다.
길소개는 김보현의 서찰을 받아 신석주의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길소개는 맹구범과 만나 그도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맹구범은 길소개를 신석주에게 데리고 가고, 서찰을 전달한 둘은 기방으로 향한다. 맹구범은 길소개에게 신석주의 삼천 냥짜리 어음을 주며 그를 꼬드긴다. 돌아오는 길에 길소개는 송만치와 마주치고 그에게 위협당하며 여인을 숨겨둔 운천댁의 주막으로 향한다. 여인이 없자 송만치는 패악을 부리고 길소개는 송만치에게 동사할 것을 제안한다. 바로 은자 이천 냥을 받고 선혜청의 세선에 총대선인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서슬퍼렇던 송만치는 길소개에게 맥을 못추고 시키는 대로 한다. 여인은 정지 바닥의 물독에 숨어 있었다. 길소개는 여인이 조성준의 내자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송파 저자의 술국집에서는 쇠전꾼의 귀를 자른 송만치에 대한 공론이 돈다. 선돌이를 포함한 여섯 사람이 송만치가 있다는 투전방으로 몰려가 그를 끌고 와 모둠매를 친다. 그들은 송만치가 장안의 권문세가에 끈을 달고 있으며 수하에 십수 명에 달하는 잡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송만치의 수하들은 쇠전 어름을 뒤지고 그 소란이 관아에까지 퍼진다.
우피장수들과 선돌, 봉삼 일행은 서강까지 가는 시선을 얻어 탄다. 봉삼은 송만치를 새재에서 마주친 적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헤어지기 전 봉삼 일행은 술을 마시고, 간밤에 선돌은 잠든 봉삼에게 은자 사백 냥을 주고 떠난다. 외톨이가 된 봉삼은 성내로 향한다. 성내에서 난전을 벌이던 봉삼은 차인배와 시비가 붙어 봉욕을 당하여 붙잡히나 기지를 발휘해 도망친다. 봉삼은 월이와 상봉한다. 월이는 봉삼을 다락에 숨기지만 맹구범에게 들켜 둘 다 포박당한다. 봉삼은 난전을 벌인 이유가 형수인 월이를 찾아오기 위함이었음을 밝힌다. 봉삼의 결기에 호감을 느낀 맹구범은 천봉삼의 상태를 조 소사에게 보고하고 그의 뜻에 따라 봉삼을 풀어주고 월이더러 구완하라 이른다.
맹구범은 길가를 사주해 송만치를 죽인다. 길소개는 음모를 꾸며 조성준에게 살인 혐의를 덮어씌운다. 봉삼은 송파 저자의 왈패들을 거두어 새로이 행수가 된다.
-출신
천봉삼의 뒤를 밟던 매월은 세 끼 밥을 구처하는 일이 지난해 연이 닿은 신굿어미 집에서 살림하며 지내게 된다.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신석주로 인해 봉삼에 대한 조 소사의 그리움은 깊어간다. 신석주는 외로움을 달래주려 궐녀를 굿판에 동행시킨다. 서강 갯나루에서는 풍신제가 벌어지고 조 소사는 그곳에서 몰래 천봉삼과 만난다. 봉삼은 조 소사의 배종 들던 월이가 행랑에 있다며 만나보라 이른다.
김보현은 신석주를 만나 유필호를 선인 행수로 추천한다. 신석호는 맹구범에게 조 소사와 봉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신석호는 맹구범을 믿지 않고, 때마침 나타난 월이의 이야기에 맹구범을 장방에 가둔다. 신석주는 월이에게 봉삼을 데려올 것을 명한다. 월이는 봉삼에게 달아나라 권하지만 봉삼은 신석주의 집으로 향한다. 봉삼은 그곳에서 길소개, 유필호와 만나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봉삼은 조 소사와 함께 있고 신석주의 속내를 몰라 어리둥절해한다. 신석주는 자신의 후사가 없는 것을 염려해 둘을 합방시킨 것이었다.
조성준은 유필호와 길소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길가를 만난다. 길소개와 조성준은 단둘이 배를 타고 나간다. 길소개를 죽이려던 조성준에게 길가는 조성준의 내자를 수발하고 모셨던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의 말을 믿은 조성준은 배를 개펄에 대었다가 방포를 맞는다. 대장간에 몸을 숨기었으나 핏자국을 따라온 선인들에게 들키게 되었다. 조성준은 온데간데 없고 대장장이 득추만 곤욕을 치른다. 득추는 전주 감영으로 호송되던 중에 구출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봉삼과 만난다.
『객주』 5 줄거리
-모리
군산포 최재걸은 옥구의 현감의 총애를 받는 도서원의 형리다. 그는 꾀를 써서 김풍헌을 잡아들이고 풀어주는 명목으로 은자 200냥을 받아낸다. 죄인을 압송하던 중 놓친 죄목으로 최재걸은 압상당하기 직전에 처한다. 길소개는 세곡선단의 행수 자격으로 현감을 만나 묘책을 제시한다.
현감은 관기인 모화에게 유필호의 수청을 들게 한다. 봉삼은 유필호를 찾아와 그간 있었던 조성준과 길소개에 관한 일을 이야기한다. 조성준은 자신을 구완하는 여인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천소례임을 알고 놀란다. 장물아비가 궐녀를 구해주었던 것이다. 조성준은 자신의 동패가 경난에 빠졌을까 염려한다. 소례는 그 동패가 바로 천봉삼임을 알게 된다. 소례는 장물아비에게 자신이 김학준의 측실이었음을 밝히고 강경에 다녀오도록 한다. 조성준은 봉삼과 만나 그간 이야기를 주고받고, 소례는 바라지 틈으로 봉삼을 엿보지만 끝내 아는 체 하지 않는다.
길소개는 봉은사 행중들을 배에 태운다. 선단이 해구에 정박하자 길가는 굿중패에게 굿청을 차리라고 한다. 굿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 한 선인이 비명 소리를 듣는다. 길가는 곡식을 밀매하고 있었다. 수상하게 여긴 선인들이 소금막을 뒤지어 길가의 속셈을 알아채고 죽은 사람들을 발견하여 봉삼에게 보고한다. 선단은 항을 떠나고 유필호와 봉삼은 길가의 세곡 횡령에 어떻게 맞설지 궁리한다. 음모를 폭로한 유필호는 길소개 일행에게 포박당하고 구출하러 달려온 봉삼 일행도 위기에 처한다. 유필호와 천봉삼은 형조의 포리들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사실 그 형리들은 신석주가 그들을 구하려 보낸 것이었다.
-난비
봉삼의 아이를 밴 조 소사는 정인의 소식이 끊겨 걱정하고 월이는 혼자 송파로 나선다. 배를 탄 월이는 맹구범의 수하에게 붙잡히나 수하의 혀를 깨물어 놓여난다. 월이는 봉삼의 수하에 있던 사내를 만나고 조 소사가 배태하였음을 알려준다.
신석주는 길소개와 만나고 그를 내친 후 온갖 귀중한 물목을 구해 민겸호의 집으로 향한다. 민겸호가 곧 선혜당상으로 승탁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민겸호는 신석주를 물리치고 신석주는 청지기에게 돈을 주고 길가와 민겸호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염탐하도록 시킨다.
민겸호는 길소개를 불러들여 신석주의 거래 규모와 가산의 정도를 캐어오라 시킨다. 길소개는 신석주에게서 쫓겨난 맹구범을 찾으나 도리어 맹구범에게 발목을 잡힌다. 맹구범은 쳐들어온 패거리에게 맞아 죽고 길가는 초일기를 구해 민겸호에게 바친다. 길가는 불안한 마음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는데 그가 바로 매월이었다. 매월은 길가에게서 천봉삼의 환형을 읽는다. 운천댁 역시 매월을 찾고 매월은 그이에게 부적을 쥐여 내보낸다. 매월은 신석주를 찾아가 그간 있었던 일을 아뢴다. 봉노에 든 매월은 월이를 만나고, 간밤에 벌어진 추궁으로 신석주와 조 소사, 천봉삼 사이의 비밀을 짐작하게 된다. 매월은 신석주가 남자 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민겸호는 신석주를 불러들인다. 신석주는 민겸호가 알아낸 자신의 가산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둘은 서로의 뒷배를 봐주기로 의기투합하고 길소개는 민겸호에게 불려가 곤장을 맞고 어육이 된다. 운천댁은 매월이의 점괘가 잘못되었다고 내치나 매월이는 보름 뒤에 다시 찾아와 길소개에게 신석주가 모해한 것을 죄다 토설한다.
봉삼은 신석주의 어음으로 옛날 조성준이 벌였던 마방을 되찾는다. 천봉삼의 동패들은 화적떼에게 시달린다. 선돌은 송파에 와서 봉삼과 만나,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선돌은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여편네는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선돌이는 호통치며 그를 놓아주나 계집은 비상을 먹고 자진한다. 선돌이는 젖먹이를 안고 여기저기 떠돌지만 아이 역시 죽고 만다. 선돌은 행패를 부리다시피하며 봉삼 곁에 머물지만 봉삼은 다 참아낸다. 선돌은 장공속죄하는 셈치고 살곶이에서 다락원까지 행보 나서기로 한다. 선돌이는 무사히 소들을 넘기고 꿰밋돈을 받아 서울로 회정한다. 객점에 머물던 중 다른 패거리와 시비가 붙고 선돌은 그곳에서 이용익을 만나 호감을 느낀다. 무녀를 기롱하다 모둠매를 맞는 선돌을 구해준 이용익은 함께 길을 떠난다. 객점에서 이용익이 신석주의 입전으로 가져가던 부담짝들을 도둑맞는다. 선돌이는 침입자들에게 들키어 애꾸눈이 되지만 누구의 짓인지 입을 열지 않는다.
『객주』 6 줄거리
-발군
이용익은 민영익을 찾아간다. 만금의 금괴를 궁가에 아무 대가 없이 바치겠다는 것이었다. 민영익은 이용익에게 열흘 후에 다시 들르라고 한다. 이용익은 신석주를 만나 도둑맞은 밀매품에 대해 상의한다. 신석주의 집을 나서는 이용익에게 매월은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청한다. 둘은 관계를 맺고 매월은 용익에게 이 일에 범접하지 말라고 권한다. 용익은 선돌을 만나러 송파로 떠난다. 이용익은 천 행수를 찾아가는 김몽돌을 만나 짝패가 된다. 선돌은 애꾸눈이 되어 봉노에 처박혀 있지만 총기는 가시지 않아 용익에게 곧 있을 공사에 대해 일러준다. 때마침 광주 부중에서 공사를 열어 관아의 비호를 받는 최가와 천봉삼이 접장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 것이다. 과천패와 송파패로 나뉘어 시비가 붙고 결국 과천패는 천봉삼을 내놓라며 떼지어 몰려간다. 그 앞을 선돌이가 막아서서 그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그때 나타난 천봉삼의 연설에 감화된 무리들은 함께 술판을 벌이고 의기투합한다. 공사날이 되어 전날 소란을 벌였던 선돌과 좌또출, 우맹서는 곤장을 받아 결딴난다. 천봉삼은 자신이 접장으로 차정된 게 선돌이의 술수 덕임을 알게 된다. 그날 밤 자정, 선돌은 세상을 떠난다. 봉삼은 용하다는 만신을 부르고 매월과 만난다. 매월이 굿을 하고, 상을 치르는 중 장교가 들이닥쳐 봉삼은 광주 관아로 압송된다. 그곳에서 봉삼은 유 노인을 만난다. 매월은 봉삼이 잡혀간 사실을 조 소사에게 말한다. 조 소사는 신석주에게 봉삼을 구해달라 청하지만 신석주는 도리어 천가를 없애려 한다. 관아에서는 봉삼에게 곤장을 내리고 신석주의 서사는 육천냥의 어음을 이방에게 갖다준다. 이방의 약점을 잡은 유필호는 어음을 빼앗고 봉삼을 내놓으라 으름장을 놓는다. 유필호는 봉삼의 수하와 함께 조 소사의 집으로 찾아가 조 소사에게 은신처로 떠날 것을 권한다. 조 소사는 석쇠의 집에 숨는다. 풀려난 봉삼은 유 노인의 임종을 지키고 유필호에게 자초지종을 듣는다. 유 노인의 장례를 치른 두 딸은 봉삼을 따라나선다. 조 소사는 아들을 낳고 김몽돌 일행은 신석주의 집주변을 살피지만 아무 일도 없다. 천봉삼은 쇠전꾼을 모아 관동으로 간다.
길소개는 민겸호에게 고을살이 자리를 청한다. 봉삼 일행은 복계골 쇠전거리로 간다. 봉삼 일행에게 왈짜들은 텃세를 부린다. 황가가 찾아와 토비들에 맞서 물화를 날라주라는 뜻을 내비친다. 봉삼 일행은 지물 도가에 찾아가 물화를 받고 채비하여 발행한다. 봉삼 일행은 자신들의 뒤를 밟는 토비 셋을 잡아 족쳐 그들의 계획을 듣는다. 봉삼 일행은 강수터에서 배를 타고 건너던 중 토비들의 공격을 받아 다섯 동무를 잃는다. 봉삼은 화적 중에서 새로이 위인을 선발하고 길을 나선다. 객주에 머물던 중 화적을 알아본 장사치와 곰배는 시비가 붙고 또다른 토비는 여인을 겁간하려다 붙잡혀 천봉삼에게 엄중한 치죄를 받는다. 봉삼 일행은 무사히 물화를 지물객주에 전달한다. 포주인은 봉삼에게 이천 냥짜리 어음표를 수결하여 건네준다. 봉삼은 조성준을 만나러 가 그간 소경사를 말한다. 조성준은 관아가 왜상의 행패 거조를 바라보고만 있음을 기탄한다. 봉삼은 북어를 사들여 평강으로 돌아간다. 전도가 주인은 크게 환영하며 상단이 머물 집을 지어준다. 조 소사 역시 가마를 타고 평강에 득달해 봉삼과 만난다. 봉삼은 상단의 안사람을 마련해줄 궁리를 하다 색상을 통해 왜국으로 팔려가는 처자들을 구하기로 한다. 강쇠는 일행들과 함께 길에 매복했다 색상을 덮친다. 겁에 질린 처자들을 강쇠를 따라나선다.
『객주』 7 줄거리
홀로 남은 신석주는 수발을 들던 월이를 속량시키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육의전 대행수 자리를 내놓는다. 그의 재산을 물려받은 월이는, 그녀를 곁에 두려는 송파 마방의 유필호를 떠나 평강에 처소를 정한다. 평강 처소 사람들이 길소개를 유인하기 위해 안변에서 운천댁을 납치해오지만, 길소개는 개의치 않고 관고의 거금을 모조리 챙겨 떠나버린다. 그는 민겸호에게 동정을 얻어 선혜청 창관 자리를 얻는다. 한편 천봉삼은 거금을 노린 추쇄에서 월이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어음표를 돌려주려 하나, 신석주는 이미 세상을 하직하고 난 뒤다. 이에 유필호는, 왜세와 민문을 몰아내고 대원위대감을 옹립하려는 이재선에게 자금을 대주자고 제안한다. 이 일로 강쇠와 천봉삼이 평강 처소를 비운 사이 조소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슬픔에 허덕일 겨를도 없이 천봉삼은 다락원과 송우점, 철원, 원산 사이를 잇는 상로를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왜상들의 난입이 군데군데 목격되면서, 이재선의 계획이 조정에 누설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임오년(1882년) 5월 하순, 궁중과 척신들의 탐학에 불만이 쌓여 민심이 수상한 가운데, 민겸호 수하 길소개의 농간으로 유발된 군병들의 격노로부터 임오군란이 시작되고, 유필호는 성 밖의 난전꾼들도 응당 군정들과 합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기를 약탈하고 권문세가를 약탈하는 군정의 무리는 운현궁의 대원군을 추대하고자 한다. 왜국의 공사관과 의금부 등이 유린되었다는 소식에 조정을 발칵 뒤집히고 민겸호, 김보현 등이 척살되는 가운데 대원군이 사실상 정권을 잡게 된다.
『객주』 8 줄거리
민비는 난군들을 피해 궁궐을 떠나 민영익과 이용익의 도움으로 피신 생활을 한다. 이용익은 천봉삼을 찾아가 난국 평정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천봉삼은 이를 거절한다. 민비에게 반드시 궁궐로 돌아가게 될 것을 예고했던 만신 이씨녀 매월이는, 청군의 개입으로 대원군이 잡혀가고 민비가 다시 입궐하게 되자 진령군이란 작호를 얻는다. 곧이어 제물포 조약과 수호 조규 속약 체결로 청상과 왜상이 활보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조정을 다시 민씨의 척신들로 채워진다. 보부상이 혁파된 상황에서, 천봉삼은 송파에 조성준을 거취하도록 주선한다. 천봉삼이 중신을 선 유필호의 혼사로 평강 처소가 들떠 있을 때, 금강산 절로 들어갔다는 천소례가 조성준을 찾아오고 드디어 천봉삼과 천소례 남매가 상봉한다. 민비와의 교분으로 궁궐의 내탕금 사용의 실권을 잡게 된 이용익은, 시전과 향시의 난전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모략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려 애쓰지만 여의치가 않다. 한편 민영익은 군란 중 천봉삼의 행적을 괘씸히 여겨 징치하여 가둔다. 이에 천소례가 매월이를 찾아가 천봉삼을 구해달라고 간청하자 매월이는 조건부로 천소례에게 몸종 노릇을 명한다. 그사이 천봉삼이 스스로 탈출에 성공했음에도 매월이는 천소례를 놔주지 않는다. 알거지가 되어 쫓기는 길소개가 송파의 조성준에게 활인을 사정한다. 길소개는 조성준에게 죄를 탕감받기 위해 매월이를 찾아가 천소례를 놔달라고 간청하지만, 매월이는 조소사를 살상한 자신의 죄상을 알고 있는 길소개의 혀를 잘라 내쫓는다.
『객주』 9 줄거리
다락원 득추의 집에서 우연히 상면하여 천봉삼과 합금을 이룬 월이는 그의 아이 갖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월이는 매월이의 집으로 가 천소례 대신 몸종이 될 것을 자청한다. 매월이는 천봉삼을 구슬리기 위해 인삼 판매 허가서를 미끼로 던지지만 통하지 않는다. 천봉삼은 풀려난 누이와 조성준의 혼인을 주선하고, 조선의 상권이 청상과 왜상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원산포로 발행한다. 그는 평강 처소에서 친동기처럼 지내온 곰배와 강쇠와 함께 왜상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얼마 안 있어 왜인들이 포구 근처에서 척살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천소례는 월이가 키우던 천봉삼의 아이를 데리고 가 매월이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월이는 풀려나게 된다. 왜상들을 침탈하던 일행 중 말 못 하는 길소개가 붙잡히자, 천봉삼은 처소와 동무를 구하기 위해 자복하여 의금부로 압상당한다. 이용익과 천소례가 나서서 구명운동을 벌이고 매월이 또한 민비에게 간청하지만, 길소개만 방면된 채 천봉삼의 예정된 효수형은 취하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국을 파악한 매월이가 술책을 짜내어 마침내 천봉삼은 구명되고 월이와 함께 멀리 떠나게 된다.
『객주』 10 줄거리
갑신년 2월 하순, 정한조 행수가 이끄는 소금 상단 일행은 십이령 내왕길에서 혼절한 사내를 발견한다. 정한조 일행은 그를 월천댁의 숫막으로 데려가 구완을 맡긴다. 월천댁에게 사내의 행방을 수탐하는 수상한 승려가 나타나고, 소금 상단 일행은 조기출 행수가 이끄는 건어물 상단과 동행하여 고개를 넘는다. 내성장에 도착한 정한조는 반수 권재만을 찾아가 십이령길에서 구한 사내의 정체에 대해 논의한다. 그의 정체가 적당일 거라고 추측한 정한조와 권재만은 그를 미끼로 적당의 소굴을 알아내어 소탕하기로 계획한다.
소금 상단 일행은 어물 도가 포주인 윤기호와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의 단골이라는 색주가를 찾아가지만 그곳의 무뢰배들에게 행패를 당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정한조는 윤기호의 농간일 거라 의심한다. 한편 적변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조기출 일행이 소금 상단을 찾아온다. 십이령길에서 구급한 사내는, 정한조에게 자신이 송파 쇠살쭈였던 천봉삼이라 정체를 밝힌다. 천봉삼에게서 화적의 실세를 파악한 정한조는 내성의 임방을 찾아가 통문을 돌려 부상들이 발기할 것을 요청하고, 권재만은 이를 해결하려 울진 관아로 찾아간다. 곽개천은 십이령 절간을, 길세만은 윤기호를 염탐하라는 임무를 받고 각각 길을 떠난다. 척후로 떠났던 곽개천은 목을 매어 자문하려던 조기출을 구해 정한조에게 데려온다. 정한조는 그에게 십이령길에서 구했던 사내가 천봉삼이 아니라 적굴의 일당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뿐 아니라 포주인 윤기호가 도둑의 접주 노릇을 하며 자신들의 행적을 소상하게 일러바쳐왔다고 말한다.
곽개천 일행은 정한조의 계책대로 한나무재 계곡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우며 일부러 산적을 끌어들여 그들을 포박한다. 정한조 일행은 내성으로 떠나 먼저 잠행 온 길세만을 찾아보지만 그는 온데간데없다. 밤중에 어물 도가로 쳐들어간 정한조 일행은 윤기호를 잡아 작둣간으로 데려가고, 윤기호는 자신이 그동안 적당의 와주 노릇을 해왔다고 실토한다. 정한조는 기세를 몰아, 색주가에 머물던 무뢰배들도 소탕하는 데 성공한다. 곽개천은 천봉삼을 사칭한 자를 호령하여 산채의 위치를 알아낸다. 적당의 두령은 속임수를 발휘하여 달아나고, 소금 상단 일행은 승려 행세를 하던 이가 진짜 천봉삼임을 알게 된다. 적굴을 소탕한 소금 상단 일행은 윤기호를 임소로 끌고 와 멍석말이하고 회술레를 돈다.
배고령은 정한조에게 길세만을 찾아내라는 분부를 받고 동분서주하던 중, 월천댁의 숫막에서 구월이와 만나 무덤가에서 육허기를 채운다. 구월이는 월천댁이 자신을 만기와 맺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말하고는 하루빨리 초례를 치르지 않으면 자문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정한조는 천봉삼을 앞세워 두령을 추쇄하기로 하고 한나무재에서 잡아온 적굴 사람들을 사처 잡고 수용한다. 만기는 정한조에게 배고령과 구월이가 정분을 나눈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기가 앞장서 둘의 혼인을 주선하겠다고 한다.
내성 색주가에 머물던 길세만은 적당의 두령에게 붙잡혀 곁꾼으로 끌려간다. 울진 현령은 소연을 베풀어 소금 상단 일행이 적당을 소탕한 것을 치하한다. 적굴 두령은 길세만을 데리고 쑥밭이 된 산채로 찾아가고 길세만이 잠든 틈을 타, 암자 마룻장에 숨겨둔 장물을 확인한다. 마대자루를 들고 올라오던 두령을 길세만이 붙잡아 아갈잡이하고 정한조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월천댁은 만기가 남장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기에게서 구월이가 배태했으며 아비가 배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결국 배고령은 구월이와 혼례를 치르고, 장물을 고스란히 넘겨받게 된 정한조는 도회를 열어 돈과 패물의 처치에 관해 논한다. 각자 갖고 있던 밑천까지 하나로 모아 적굴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땅을 사주기로 하고 사통팔달의 길지, 생달 마을에 정착한다. 천봉삼 내외는 생달에 객주를 열고, 생달 일대의 드넓은 묵정밭은 꿀이 흐르는 문전옥답으로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