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을 떠나 개미들의 변호사로!
“진정한 승리는 결국 진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어느 무모한 변호사의 대담한 소송!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연대와 열정으로 빚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교과서
#1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장부는 좁고 부채는 많았다!
한 CEO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개미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진취적이고 글로벌한 이미지를 믿고 쌈짓돈을 털어 주식투자를 했다.
그러나 훗날 그 기업의 회계장부와 실사 사이에는 무려 42조 9천억 원의 차이가 있었고,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가 자행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주주명부상 개미주주는 약 7만여 명, 잠재적인 피해자들은 10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2 애국심에 호소한 초대형 펀드의 위선
‘한국 경제를 확신합니다!’ ‘이 나라를 일으키는 펀드’ ‘우리나라 경제회복의 결실을 고객들에게 돌려줍니다’ 저돌적인 마케팅과 일반 서민들의 애국심을 겨냥한 이 펀드는 한때 가계자금을 싹쓸이하다시피하면서 12조 원에 달하는 설정액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활황을 틈타 그룹계열사였던 투신사는 부실자산을 정리하고자 투자금에 대한 불법 운용을 감행했고, 이렇게 큰돈이 몰리면 무슨 문제가 터질 거라 확신했던 한 변호사의 추적 끝에 문제가 발각되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지금 그걸 드러내면 회사도 망하고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인다’고 읍소했다.
#3 심판대에 오른 재벌총수의 재테크
한 재벌그룹이 자사 비상장계열사의 주식을 수차례에 걸쳐 사고팔며 수상한 주식거래를 시작한다. 주당 5500원에 그룹총수 일가에 넘긴 비상장계열사의 주식을 3년도 되지 않아 세 배 가격인 15000원에 고스란히 되사주는 등 ‘꼼수 거래’가 범람한다. 이 거래를 통해 그룹총수 일가가 남긴 자본차익은 무려 2640억 원. 그러나 해명을 요구하자 그룹측은 ‘하자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위의 사건들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그리고 야금야금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빼먹으며 몸집을 불려온 배짱기업들의 실제 사례이다. 첫번째 사례는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두번째는 한때 애국심 마케팅으로 한국 펀드시장을 뒤흔들었던 바이코리아펀드 불법 운용 사건, 그리고 세번째는 LG화학의 수상한 주식거래로부터 비롯된 LG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기업의 브랜드 네임을 철석같이 믿고 그 기업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훗날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기업의 배신’으로 피눈물을 흘린 수많은 개미투자자들, 그리고 그 개미주주들을 등쳐먹은 기업들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받아내고자 분투한 어느 무모한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다수의 이름 모를 개인들이 기업을 믿고 찔끔찔끔 모아준 투자금이니 야금야금 파먹거나 유용해도 되는 돈이었을지 모르지만, ‘개미들의 변호사’에게 그것은 주부, 은퇴자, 노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모은 쌈짓돈이자 반드시 보상받아야 할 눈물과 땀이었다.
작전 짜는 기업, 주식투자로 삶을 통째로 날리고 눈물 흘리는 개미주주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이기는 판으로 바꾼 ‘개미들의 변호사’ 김주영, 10년 소송의 기록
김주영 변호사는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의 1인자’로 불린다. 대우전자 분식회계소송에서 8년간의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개미주주들에게 승리를 안긴 것을 비롯해, 바이코리아펀드의 충격적인 불법 운용을 밝혀내 손해배상을 받아내고, 현투증권 실권주 공모 관련 집단소송에서는 김앤장, 태평양, 바른 등의 대형로펌들을 동원한 재벌계 금융사에 맞서 1500여 명의 원고들과 함께 200억 원의 배상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개미들의 변호사’였던 것은 아니다. 대법관이었던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법을 가까이한 그는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후 재학중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졸업한 후에는 1992년부터 대형로펌 김앤장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실패하고 배신당하는 약자 편에 서 있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집단에서 돈이 더 많고 힘센 쪽을 대리하며, 그들이 가진 돈과 힘에 자신의 지식과 꾀를 더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김앤장을 박차고 나오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우연히 맡은 어느 장애인복지단체 사건이었다. 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지역주민들의 방해에 맞서 가처분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자 단번에 공사가 제기되었고, 그 소송을 계기로 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던 전국의 수많은 장애인 관련 시설의 건립에도 박차가 가해진 것이다.
재판의 위력, 변호사의 힘과 보람에 눈뜨기 시작한 그는 얼마 후 대형로펌을 완전히 그만둔다. 그리고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들어가 소액주주운동의 구심점에 선다. ‘강자’와 기업을 대변하며 승리를 만끽하던 한 촉망받는 변호사가 수많은 공룡기업들에 밟혀 등 터진 ‘개미들의 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법정 밖에서 대형로펌의 중견 변호사와 마주쳤다.
그 변호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길래 왜 우리를 건드렸냐”고.
언론은 ‘개미주주들의 권리’를 바로세우고, 암암리에 관습처럼 내려오던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개미투자자들의 주총 참여 방해, 주가조작 등에 급제동을 건 김주영 변호사를 일컬어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으로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십수백 명의 개미투자자들을 이끌고 배짱기업들과 맞서 싸우는 그의 여정이 늘 호쾌한 추격과 짜릿한 역전승으로만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김주영 변호사와 그가 이끄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대증권의 이익치 회장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훗날 이익치 회장은 패소한다), LG그룹에 피해를 끼친 재벌총수 일가의 자사 주식 사고팔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들이 부당하게 얻은 470억 원의 이윤을 다시 기업의 자산으로 되돌리는 주주대표소송에서 악전고투 끝에 승소하지만, 정작 소송이 끝난 후 차일피일 변호사 비용을 내려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한 이 책에 담긴 김주영 변호사의 소송기록 가운데는 안타까운 좌절의 순간과 결코 져서는 안 될 싸움에서 패소했을 때의 고통, 의뢰인들에 대한 죄책감도 가감 없이 실려 있다.
대주주들이 앉은자리에서 무려 6천억 원의 차익을 가로챈 현대전자 주가조작소송에서 53명의 개미 투자자들 가운데 겨우 5명만 승소하자, 그는 당초 원고들이 납입한 소송비용을 전액 돌려주고 사후적으로 비용부담이 생길 경우 전적으로 그가 속한 법무법인에서 책임진다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한 한양증권, 삼성투신, 국민은행 등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기업의 대주주와 결탁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웠던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의 패소는 차라리 재난에 가까운 사태였다.
다들 금융기관이었으므로 돈을 돌려받는 일에는 달인들이 아닌가? ‘대량학살’이 따로 없었다. 피해자들은 두 번 죽어야만 했다. 우리 사무실은 한동안 억울함과 분노, 한누리에 대한 실망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귀를 열고 그 불만과 원망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변호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므로, 나와 직원들은 나름 성심껏 답변하고 설명했다. 의뢰인이 가장 변호사를 필요로 할 때가 바로 ‘패소’했을 때가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몇몇 피고들은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통해 원고들을 상대로 소송비용(대부분은 변호사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억울하게 져도 진 것은 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체계상 패소자가 그 경위를 불문하고 상대방 소송비용을 물어내도록 되어 있다. 보통의 경우 그 비용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여러 피고들을 상대로 거액의 배상을 청구한 것이므로 합계 액수가 만만치 않았다. 1억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이 예상되었다.
소송비용 확정신청이 내려지고 원고들에게 다시 그 금액을 내라는 통지가 갈 경우 의뢰인들이 받을 감정적 고통은 상당할 것이었다. 또 그 고통은 바로 나와 우리 사무실 식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터였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이 비용을 사무실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_본문 140~141쪽, ‘피해자들을 두 번 울게 한 비운의 집단소송’중에서
대우전자 분식회계소송에서는 2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나자 한 대형로펌의 중견 변호사가 그에게 다가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한다.
“그러길래 왜 우리를 건드렸냐.”
소위 KS(경기고-서울대) 출신에 고위법관 출신으로 전관에 해당하며 대형로펌의 위세를 등에 업은 그 변호사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김주영 변호사는 고뇌한다.
‘아 재판이란 것이 이렇구나’ ‘나 스스로 잘났다고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하다가 큰일날 수도 있겠구나’
“진정한 승리는 결국 진실을 깨닫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고군분투하던 김주영 변호사는 무너진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개미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KS 출신에 전관인 다른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 변호사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비참하고 서글펐다. 이 세상의 정의를 바로 세워보자고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나였다. 전관예우의 구조를 비판하고 공의를 하수(河水)와 같이 흐르게 하자고 역설했던 나였다. 그런 내가 막상 절박한 상황이 되니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전관예우에 의존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나도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말인가. (…) 거대한 악에 직면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송에 지는 것보다 힘든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_본문 64쪽, ‘개미들의 반란’중에서
그러나 김주영 변호사는 결국 KS라인을 가진 그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한 것을 철회하고 스스로 이 사건을 마무리한다. 기다림과 억울함, 두려움이 뒤엉킨 8년간의 싸움―그 처절한 투쟁의 대미는 기적 같은 개미들의 승리였다.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
“진정한 승리는 결국 진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인터넷조차 하지 못하는 은퇴자, 노인, 주부 등과 함께 최대 1500여 명의 원고들을 이끌고 집단소송을 이끌어온 ‘개미들의 변호사’ 김주영. 이 책은 그가 어떻게 개미주주들을 조직해 배짱기업가들과 당당히 맞서싸우고 소송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상세한 자료이자 변론집인 동시에, 한 변호사가 소송 과정에서 느끼는 고뇌와 의문, 보람과 희열을 낱낱이 기록한 ‘변호사 일기’이기도 하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소송 기록 사이사이에 그는 ‘변호사의 노트’라는 코너를 두어, 이 책을 읽는 ‘세상의 개미들’과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변호사의 노트’ 한 단락에서 그는 스스로를 일컬어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라고 말한다.
호루라기 부는 자, 영어로 휘슬블로어(Whisle-blower)란 정부 또는 기업의 내부고발자를 의미한다. 나는 비록 내부자는 아니었지만 주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행동을 모니터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를 심층분석하여 공개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으므로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다. 본래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한데다가, 대형로펌에서의 기업변호사 활동경험에 참여연대 활동경험을 접목했으므로 나는 많은 기업들을 괴롭히는, 꽤 성가신 휘슬블로어 역할을 했다. _본문 89쪽,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중에서
김주영 변호사는 지금도 개미주주들의 돈을 은근슬쩍 빼내어 위기를 모면하려 하거나, 개미주주들의 정당한 권리를 막아서는 기업과 금융사들 앞에서 세차게 호루라기를 불며 법정에 서 있다.
그간 가슴 가득한 억울한 심정, 배짱기업가들에 대한 분노, 패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 항소이유서와 가처분신청서, 원고에게 보내는 서신들을 쉼 없이 써왔던 김주영 변호사가 드디어 지난 10여 년 소송을 돌아보며 꼼꼼히 써내려간 책을 완성했다.
유수의 배짱기업과 ‘맞장’을 떠온 김주영 변호사의 첫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개미주주들을 배반하고 그들의 권리를 짓밟는가에 대한 충격적인 기록이자, 한 변호사가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연대와 사랑으로 견뎌온 고군분투의 감동적인 법정드라마이다.
■추천의 글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맞서 때로는 짜릿한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나와 김주영 변호사, 그리고 함께한 많은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권리를 위해 싸우고 궁극적으로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가는 소리 없는 혁명을 한 것이었다.
평생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고통을 감당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이 책에 담긴 김변호사의 진솔한 고백이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참다운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_장하성(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주영 변호사는 약자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활동보고서가 아니다.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심각하며 그것이 어떻게 약자들을 괴롭히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법률과 제도, 그것들의 집행이 얼마나 복잡하며 동시에 얼마나 불충분한가도 엿보게 한다. 인간의 욕망, 교활함, 뻔뻔함, 억울함, 무력함과 사회와 제도의 냉혹함도 절감하게 한다. 흥미롭게 읽으면서 인간과 사회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책이다. _손봉호(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열정이 있지만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소신이 있지만 편협하지 않고 잘났지만 사려 깊은 사람. 일류로펌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생면부지의 투자자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10여 년의 풍상을 견뎌낸 김주영 변호사. 이 책은 말하자면 그가 홀로 미지의 길을 열어가며 흘린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산전수전의 기록이다.
이 책은 기업과 금융에 관심 있는 법학도에게 매우 유익하다.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의 기본 법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의 깊은 독자라면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가 앞으로도 외롭고 힘든 전진을 계속하며 이 땅의 젊은 법학도의 도전과 분발을 자극하는 불빛으로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_김건식(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