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의 거장 플로베르, ‘진짜’ 삶을 이야기하다!
열정 없는 삶을 거부했던 에마 보바리의 비극
치밀한 관찰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빛나는 사실주의 소설의 걸작
프랑스 부르주아의 위선과 결핍을 보여주는 세기의 풍속소설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말하는 작품
『마담 보바리』는 프랑스 문학의 거장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저명한 외과의사의 아들이었던 플로베르는 어린 시절 인체를 해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때의 관찰이 그의 문학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플로베르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보다 뚜렷하게 표현하고자 언어와의 쉼 없는 투쟁을 벌였다. 아무리 간단한 문장이라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으며, 쓴 문장들을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어나가며 언어에 음악성과 아름다움을 불어넣었다. 완벽한 글이 되기까지 원고를 고쳐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책 한 권을 집필하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1849년 탈고한 『성 앙투안의 유혹』이 지인들에게서 혹평을 받자 플로베르는 머리를 식힐 겸 이집트, 시리아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소설을 구상했는데, 거창한 사건 없이 진짜 삶에서 끌어올린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2년 만에 프랑스로 돌아온 플로베르는 집필에 돌입했고 5년여 만에 탈고한 그 소설이 바로 『마담 보바리』이다.
19세기 중반, 노르망디의 한 고장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는 샤를 보바리는 어느 농가에 진료를 나갔다가 환자의 딸 에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샤를 보바리는 아내가 사망한 후 에마와 결혼을 하고, 에마 보바리는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꿈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자연스레 찾아올 거라 믿었던 행복, 열정, 사랑은 그녀에게 멀기만 한 이야기였고, 성실하지만 무미건조한 남편은 점점 한심해 보이기만 한다. 화려한 삶을 원했던 그녀는 결국 사치와 쾌락에 빠지게 되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며 욕망과 열정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의 배신, 끝도 없는 사치로 인한 엄청난 빚, 남편의 파산과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에마 보바리는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야 만다.
『마담 보바리』에는 어떤 큰 사건이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소설적 요소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인 플로베르도 이 작품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책”이라고 이야기했다. 플로베르는 그저 세밀한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와 그 감정들의 뒤얽힘을 그려내는데, 그렇게 표현된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들을 통해 현실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또한 작품의 부제인 ‘시골의 풍속’에서 알 수 있듯, 19세기 프랑스 농촌의 모습을 빼어나게 그려내며 그 사회의 폐쇄성과 위선을 잘 표현했다.
1856년 문학잡지 『라 르뷔 드 파리』에 연재된 『마담 보바리』는 풍기 문란과 종교 모독 혐의로 역사적 재판의 대상이 되었다. 기소된 『라 르뷔 드 파리』와 플로베르는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오히려 이 재판이 플로베르와 『마담 보바리』에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1857년 출간된 『마담 보바리』는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프랑스 소설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환상에 젖어 사는 에마 보바리의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보바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문학동네의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로 선보이는 『마담 보바리』는 원작을 충실히 각색하고 생생한 그림으로 재현해 고전의 내용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생애와 작품세계, 작품의 이해를 돕는 19세기 프랑스 농촌 사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 유용한 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