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과 파괴로 폐허가 되어버린 뉴욕. 사백 여년 만의 개기일식을 계기로 뱀파이어의 수장 마스터와 함께 그의 자식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 지 두 달, 피의 역병은 도시를 장악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랜 세월 뱀파이어를 쫓아온 동유럽의 민속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 세트라키안을 필두로 전직 질병관리센터 요원 에프와 노라, 방역관 페트는 마스터와 다시 대적할 순간만을 기다리고 뱀파이어에게 점령당한 도시 곳곳을 누비며 그의 흔적을 추적한다. 한편 세트라키안 일행의 일격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은 마스터는 도시의 깊숙한 지하에 숨어 재기를 노리며 세계적인 갑부 엘드리치 파머를 조종한다. 거듭되는 장기이식으로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는 파머는 영생을 대가로 자신의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이용해 뉴욕 인근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프로젝트를 비롯, 온 세상을 어둠으로 뒤덮을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나간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이 전쟁의 열쇠는 뱀파이어의 기원에 대한 어두운 비밀이 담긴 『오키도 루멘』뿐. 이를 차지하는 자가 전쟁의 결과를,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세기말적 불안 속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 이 고서가 출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트라키안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자는 맹약을 깨고 폭주하는 마스터에게 분노한 다른 고대 뱀파이어들과 손을 잡고 경매에 참가한다. 그런 세트라키안의 앞에 매 순간 그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유대인 포로수용소의 소장 뱀파이어가 나타나는데…… 진정 이 무자비한 살육자들에게서 세상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오키도 루멘』은 과연 마지막 희망이 되어줄 것인가?
압도적인 스케일과 박진감, 고도의 리얼리티가 빚어낸
극강의 신세기 다크 뱀파이어 판타지!
『더 폴』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일급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흡인력 있는 전개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인적 없는 월스트리트. 텅 비어버린 유원지, 마스터가 처음 둥지를 틀었던 그라운드제로, 금주법 시대부터 도시의 이곳저곳을 연결해온 지하 통로, 더는 열차가 서지 않아 노숙자들의 보금자리가 된 지하철역 등,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히 그려낸 뉴욕 곳곳에서 분투하는 각 인물들로 시점을 옮겨가는 사이 이야기는 빠르게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특히 제각기 다른 곳에서 『오키도 루멘』을 향해 모여드는 인간들과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사방에서 벌떼같이 밀려드는 뱀파이어들이 난투를 벌이는 대목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박진감으로 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이 작품의 주목할 만한 또다른 특징은 고도의 리얼리티다. 현실과 환상을 빈틈없이 결합시키는 델 토로의 노련한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로, 그가 창조해낸 뱀파이어는 이국의 고성을 배회하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신체적 변태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생겨나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먼 옛날부터 인류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존재다. 대학살의 20세기, 나치의 비호하에 절멸수용소에서 유대인 포로들을 사냥하던 그들은 이제 한 종족을 관리하고 말살하고자 했던 나치의 경험을 빌린다. 최근 빈번하게 확산된 정체불명의 신종 질병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간 뱀파이어 바이러스와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 숨죽인 도시는 전염병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인 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에 더해 체르노빌, 스리마일 섬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전사고의 배후에 뱀파이어가 있었고, 그들의 기원과 본질이 발전소 건설지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마저 암시한다.
태양을 잃고 종말의 위기에 빠진 인류는 과연 영원의 밤에 종지부를 찍고 여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대인의 가슴 깊이 내재된 공포와 뱀파이어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이 시리즈는 뱀파이어 장르에서 지금껏 볼 수 없던 독보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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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평
넋을 잃고 몰두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 판타지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 즉 뱀파이어 종족과 뉴욕이라는 도시를 생각지도 못한 구석구석까지 모두 손에 잡힐 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만족스러운 공포로 가득한, 지독히 멋진 작품. _스티븐 킹
지난 십 년 사이 나온 가장 설득력 있는 동시에 섬뜩한 뱀파이어 소설. 하이 레벨의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 것.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섬뜩한 호러와 충실한 조사에 바탕을 둔 정통 범죄물의 숨가쁜 결합. _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언데드의 몸에서 풍기는 썩은 흙냄새와 그들의 기이한 열기까지 느껴질 만큼 생생한 묘사. _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본능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_AP 통신
▶ 옮긴이 조영학
소설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스트레인』 『6인의 용의자』 『레벨 26:어둠의 기원』 『자살의 전설』 『스마일리의 사람들』 『리틀 드러머 걸』 『더 레이븐』 『히스토리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듀마 키』 『고스트라이터』 『가라, 아이야, 가라』 『나는 전설이다』 등이 있다. 현재 KT&G 상상마당에서 출판 번역 강좌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