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비밀이라니깐!
비밀은 말할 수 없으니까 비밀이야
시골 작은 학교 2학년에 뻥쟁이가 나타났다. 이름은 정다운, 직업은 선생님이다. 젊어지는 샘물을 먹고 하얀 머리가 까맣게 되었다나? “선생님, 뻥치지 마요. 그 샘물이 어딨는지 대 봐요!” 하지만, 선생님은 비밀이라며 알려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참말처럼 느껴지는 대준이. 젊어지는 샘물을 먹으면 ‘에구구, 허리야. 에구구, 다리야.’ 이러는 할머니 할아버지 다리도 죽 펴질 수 있을까?
대준이는 급기야 친구들이 알려 준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힌트를 얻어 샘물을 찾아 나선다. 놀랍게도 그림책이 가리킨 곳은 학교 뒷산. 더 놀랍게도 대준이는 그곳에서 뜻밖의 귀인(?)을 만나 보물을 얻는다. 보물의 효험 때문일까, 간절함 때문일까? 대준이에게 누가 봐도 뻥 같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2001년 등단한 뒤 장주식 작가는 공교육 안에서 대안교육의 길을 모색한 교육에세이, 사회문제를 고발한 아동소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동양고전들을 내놓는가 하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다루며 질문을 던지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번엔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저학년 동화로 독자를 찾아왔다.
잘 마름질된 문장과 담백한 유머
현실의 체증을 힘차게 뚫어 주는 뻥의 힘
『말마다 개뻥』은 장난삼아 친 ‘뻥’이 부풀려지다 ‘참말’처럼 막을 내린 소동을 담았다. 대준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알 수 없는 사정으로 엄마 아빠는 지금 여기 없다. 할머니는 ‘에구구 허리야’ 앓고 할아버지는 ‘힘들어 죽겠다’며 좀체 웃지 않는다. 고단한 삶이 심각하게 그려질 법한데 작가는 거리를 유지하며 잘 마름질된 문장과 담백한 유머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선생님을 개뻥쟁이라고 부르면서도 애들 모르게, 샘물 있는 곳을 먼저 알려 달라는 대준이나 뻥으로 교실을 들었다 놓는 정다운 선생님, 누구보다 똑똑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진표나 이따금 정곡을 파고드는 말로 상황을 전환하는 지혜, 알록달록 말하는 개구리 등 인물들이 쌓아 나가는 화음은 명랑하다. 그리고 때로 무지근하다. “개뻥, 진실을 말하세요,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거침없는 아이들의 응수는 조금 따갑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가 전하고픈 것은 위로다. 섣부른 희망일지라도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은 작가의 마음은, 뻥이 진짜가 되는 마법을 현실로 불러온다. 현실의 답답함을 힘차게 뚫는 뻥의 다정함이라고 할까? 읽고 나서 이것이 뻥인지 참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은 『말마다 개뻥』이 판타지에 버금가는 현실의 장면들을 짐짓 ‘뻥’의 실현으로 풀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준이는 믿는다. 믿기에 선생님에게 귀띔한다.
“젊어지는 샘물, 저도 찾았어요!”
“뻥치지 마라. 그 샘물이 어디 있는데?”
“여기서 엄청 가까운 데 있어요. 근데 뭔가 더 특별한 게 있어야 돼요.”라고.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 군더더기 없는 장면으로
즐거움을 더하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 『아빠 얼굴』 『아기 꽃이 펑!』 등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황K 화가가 일러스트를 맡았다. 표정이 살아 있는 귀여운 캐릭터, 상황의 핵심을 간파해 군더더기 없이, 사진으로 보여 주듯 프레임 안에 담은 그림이 이야기와 균형을 이루며 웃음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