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뇌를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와
풍부한 뉘앙스로 풀어내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걸작
결혼,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자리에서 짓궂은 웃음과
가슴 저린 슬픔으로 이룬 한 개인의 독립선언서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박경리문학상 수상작
“수년간 나온 작품 중 최고다. 웃기고 가슴 저리도록 슬픈,
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여행.” _가디언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
_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2018 박경리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일상적 삶의 사실주의’의 정수이자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대표작 『독립기념일』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9, 170번으로 출간되었다. 포드의 문학적 페르소나이며 미국문학사상 가장 현실적인 인물 프랭크 배스컴을 주인공으로 한 ‘배스컴 4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장편소설로 이 두 상을 수상한 첫 사례가 되며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다.
2018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은 포드가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이며 그의 작품이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추었음은 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들은 포드와 그의 작품에 대해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 판단하고 주장하기보다는 보여줌으로써 일련의 경험이 독자의 것이 되게 하는 원초적인 의미에서 소설의 기능을 능란하게 사용하는 작가”(최윤 소설가) “포드가 부단히 성찰하고 그려내는 것은 변질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인해 가정과 공동체가 해체된 후, 소외와 상실감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외로움이다. 리처드 포드의 문학세계가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고 평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죠.”
『독립기념일』의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은 한때 스포츠 저널리스트였고, 단편집을 펴낸 적도 있는 소설가이지만, 첫아들의 죽음과 이혼 등 여러 시련을 겪은 후 이제는 부동산중개인이 되어 미국 뉴저지주의 해덤 지역에서 홀로 살고 있다. (해덤은 원래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지명이다. 리처드 포드의 작품 공간으로 종종 등장하는 ‘나무가 많은 도시’ 뉴저지주 해덤은 그가 창조해낸 가상의 공간이다.) 배스컴은 고객과 함께 매물을 살펴보고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으러 방문하고, 아들 폴과 모처럼 여행을 떠나며 독립기념일 주간을 보낸다.
전처 앤과 함께 사는 아들 폴은 정서불안을 겪고 있으며 얼마전 슈퍼마켓에서 콘돔을 훔치다 걸려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폴의 재판은 독립기념일 바로 다음날로, 배스컴은 여행을 통해 아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일깨워줌으로써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과의 여행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기 시작한다.
우울과 허무가 퍼졌고, 사람들은 ‘이런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범죄 통계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걸려 지냈는가를 다들 실감했다. _본문 중에서
아들을 데리러 앤의 집으로 가는 길, 장시간 운전에 지친 배스컴은 어느 모텔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모텔 주차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경광등을 밝히고 있고, 경찰관과 사복 경찰, 구경꾼들로 어수선하다. 독립기념일 휴일을 맞아 여행을 떠나온 어느 가족의 가장이 십대 소년의 칼에 맞아 숨진 것이다. 살해 동기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였다. 이에 배스컴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를, 누군가의 일상을 단번에 앗아갈 수 있는 사건사고와 재앙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자녀와 함께 보낸 어떤 시간도, 뒤돌아보면 가장 슬픈 시간이기도 하다. 밝고 생생한 삶이 지나가버렸다는 슬픔, 매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슬픔이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그 공포감을 가슴 한켠에 간직한 채 아들 폴과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대화 시도에 아들은 가벼운 말장난으로 일관하며 갖은 기행을 일삼는다. 배스컴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아들과 불안하고 위태로운 여행을 이어간다. 형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어디로 튈지 모를 아들이 나쁜 일에 휘말리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서인지, 그는 이번 여행이 마치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이라도 되는 양 불안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급기야 현실이 되고 만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배스컴은 이혼 후 ‘존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존재의 시기’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시기이자 ‘싫어하는 것, 꺼림칙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고 흘려보내는’ 시기다. 그는 그 누구와도 깊게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앤과의 결혼과 이혼, 그에 따른 아쉬움과 후회가 이따금 그의 가슴을 찔러오고, 아들 폴의 문제적 행동이 점점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연인 샐리와의 관계에서도 ‘그만 만나는 것’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존재의 시기’에 위기가 찾아온다.
예전에 느꼈었고 또 느끼고 싶은 그 감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흔적과, 커다란 궁금증뿐이다. 그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돌아오기는 할까. 즉, 그 감정은 무효가 되었다. 누군들 움찔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고 무엇도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독립기념일 주간 동안 전처 앤, 여자친구 샐리와 각각 불화를 빚었다가 모호한 화해를 거듭한다. 앤과의 결혼생활에서 배스컴은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전혀 남지 않고, 오직 상대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나만 남으리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이혼 후에도 앤과의 관계, 혹은 그녀와 함께했던 과거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샐리와의 관계는 다르다. 그와 그녀 사이에는 그와 그의 행동,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행동만이 있다. 그러나 배스컴은 ‘유대감’이나 ‘소속감’이라곤 전혀 없는 샐리와의 관계에서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그는 앤과 샐리, ‘유대감’과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집이란 우리에게 작가적 권능을 휘두른다.”
배스컴은 수달째 마크햄 부부에게 집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버몬트주에서 온 마크햄 부부는 그중 어느 집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집은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돈으로는 그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마크햄 부부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만, 그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사이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집을 구매하는 대신 임차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임대주택을 보러 가서도 여전히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것인 양 모든 것을 철저하게 확인하려 들며 또다시 장고의 조짐을 보인다.
집을 사는 것은 결국,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걱정하게 될 일들을 부분적으로 결정해준다. _본문 중에서
내가 볼 때 부동산 거래에 관한 두려움(마크햄 부부가 지녔던 그 순수하고 단순한 두려움)은 사실 주택 구매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주택 구매는 인생에서 가장 희망적인 선택을 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비록 돈을 날려버릴 위험이 있긴 하지만 유독 부동산 거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실 진정한 공포는 모든 미국인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냉정하고도 달갑지 않은 어떤 깨달음이다. 우리 모두, 똑같은 소원을 소원하고 좌절된 욕망을 욕망하며 바보스러운 공포와 환상에 몸을 떠는 멍청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 판박이처럼 똑같은 틀에서 찍혀나온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즉 거래가 마무리되어 법원에 기록이 남을 순간이 다가옴에 따라, 자신이 한 문화의 틀 속에 더 깊이, 더 익명화된 존재로 파묻히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_본문 중에서
나는 안다. 어떤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집을 구입하고, 가구를 옮기고, 그리고 이 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 후에야 더 나은 인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같은 부동산중개인과 의논하고, 운송비를 지불하고, 대부금의 조기상환에 따른 위약금을 부담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즉 실수와 보완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는 계속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거래란 당신이 꿈에 그리던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처분하는 행위가 된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도 ‘집’이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래서 구매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점검과 숙고 과정에 무척이나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면면은 물론 그들 사이의 관계, 그들이 함께 혹은 각자 살아갈 미래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배스컴은 마크햄 부부가 그 임대주택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일상을 오래오래 누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집’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물질적 요소가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부동산 구매를 위한 일련의 의사 결정과 그에 필요한 이런저런 점검과 정리 과정들에 대한 서술은 흡사 일상 전반에 대한, 나아가 삶 자체에 대한 하나의 환유처럼 읽히기도 하며, 마크햄 부부와 매클라우드 부부 등 배스컴이 ‘부동산중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맞닥뜨리는 인물들과의 장면에서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을 통해 공감의 여지가 한층 증폭되어, ‘일상의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존재의 시기에서 진정한 독립의 시기로
결혼, 가족, 공동체와 같은 정신적 기반, 그리고 집, 돈, 직업 같은 물리적 기반이 무너진 자리에서 프랭크 배스컴과 등장인물들은 방황과 사색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리처드 포드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기반들이 붕괴했을 때, 우리가 설 자리를 잃었을 때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와 단계로 풍부하게 그려낸다.
‘존재의 시기’를 지나가며 배스컴은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현재를 흘려보내지 말 것,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지도 말 것. 언제나 ‘나’로 존재하되, 소중한 사람과 마음을 나눌 줄 알면서도 그 사람도 언제나 타인일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지 않을 것. 공동체적 유대감이 주는 만족감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동체라는 허상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 것.
기반이 사라진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각자의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그 결론은 잠정적이다. 완전한 정착과 완벽한 결론은 없다.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인생은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을 통해 “고통과 비극을 멀리할 수 없는 보통의 삶”과 그 속의 일상적 불안과 소외, 상실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통해 성실한 삶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수년간 나온 작품 중 최고다. 웃기고 가슴 저리도록 슬픈, 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여행. _가디언
『독립기념일』은 엄청난 작품이자 하나의 문학적인 사건이다. 프랭크 배스컴은 단지 우리 시대의 인간상만이 아니다. 한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시대를 원숙하게 설명해낸다. _뉴욕 데일리 뉴스
대담하고 명민하며 야심 있고 독창적이고 짓궂은 웃음이 있는 작품. 미국문학의 대표작. _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걸작. 프랭크 배스컴은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의 윌리 로먼과 존 업다이크 ‘토끼 시리즈’의 해리 앵스트롬 사이 어딘가에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풍자적인 유머와 세기말적인 지혜를 가졌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강력하고 감동적이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세대의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포드의 명성을 단숨에 격상시킨 작품. _뉴욕 타임스
포드의 무르익은 산문 스타일과 유려하고 분명한 문장을 통해 태어난 미국 현대소설의 영광. _옵서버
포드는 말해지지 않은 감정을 궁극의 섬세함으로 교묘히 포착해내는 작가다. 『독립기념일』은 일상적 순간들 속의 에피파니와 일상의 질감을 찬양한다. _피플
포드는 경기의 매 순간에 탁월한, 소설가 중의 홈런왕이며 『독립기념일』은 그의 장외홈런이다. _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책 속에서
저멀리서 다가오는 것은 진짜 문제, 즉 당신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것이 아니라 그 여파일 수도 있다. 일어나지 않을까 당신이 두려워했던 일은 이미 일어났다. _1권 14쪽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끝나버린다. 우리는 인생을 놓쳐버린다. 시인이 말한 그대로다. “인생을 놓쳐버리는 여러 방식들, 그것이 인생이다.” _1권 14쪽
자녀의 문제가 무엇이고 잘되고 있는 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에서 부모의 견해는 대개 커튼 사이 틈만으로 자녀의 삶을 완벽히 꿰뚫어보는 이웃들보다 부정확하다. _1권 33쪽
시간과 운명은 그들을 뻔한 인생으로 이끌었다. _1권 68쪽
나이를 먹을수록 할일은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그동안 저질렀던 모든 일들을 후회하며 가슴을 칠 기회는 많아진다. _1권 99쪽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는 최고의 선택지들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너무 뻔한 선택은 피하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다 제대로 가고 있는데 혼자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사태를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독특한 근심에 빠져 그 고약한 세 갈래 길에서 실험실의 쥐처럼 궁지에 몰린다. _1권 105쪽
“뭐가 옳은 일인지 이젠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엉망으로 선택한 일들이 정말 엉망진창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가능한 한 오래 버티는 것뿐이지. 적어도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 마음은 편할 테니까.” _1권 116쪽
“실수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실수할까봐 걱정만 하지 말고.” _1권 120쪽
마크햄 부부는 자신들의 이상을 내려놓는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타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품은 이상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집을 사지 않는 것을 타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게 부동산 시장의 언어다. _1권 160쪽
당신이 젊다면 상대해야 할 적은 미래다. 하지만 만약 젊지 않다면 적은 과거와 과거에 행했던 모든 것들, 과거에서 빠져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이다. _1권 168쪽
아주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라도 인생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예 잃어버리고 말리라는 두려움. 어렸을 때 사람들이 내 자지를 두고 했던 말과 같다. _1권 169쪽
“믿음이 시시하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야 하고.” _1권 290쪽
부부 사이에서는, 가혹하지만 어느덧 익숙해지는 어떤 두려움이 자라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는 전혀 남지 않고, 오직 상대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나만 남으리라는 두려움. _1권 302쪽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딱딱하고 작은 수화기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괜찮아. 난 도망쳤어. 위험했지. 정말이야. 하지만 날 어쩌지는 못했어. 그 숨결을 코로 맡았고 어둠 속에서 빛나던 그 빨간 눈을 봤어. 그 기분 나쁘게 축축한 손이 나를 건드렸지. 하지만 난 해냈어. 살아남았다고. 그러니 기다려줘. 날 기다려줘. 이제 할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아무도 없다. 여기, 아니 그 어떤 곳에도 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타깝다, 참으로 안타깝다, 참으로, 참으로. _1권 372쪽
“그게 바로 위대한 작가의 자질 아닐까요? 인간의 약점에 대한 연민 말입니다.” _1권 389쪽
“무언가를 말할 수 있으면 그 무언가를 할 수도 있는 법이야.” _1권 431쪽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만들어놓고는 그것들로부터 거부당할까봐 걱정하고 있어. 정작 정말로 존재하는 것들은 놓치면서 말이야.” _1권 436쪽
“어떤 것들은 시간이 흘러도 치유가 안 돼, 그렇지 않아?” _1권 438쪽
나에게는 그저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언제나 충분했다. _2권 50쪽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나아지려 애써봤자 우리 자신을 점점 미치광이 상태로 몰아갈 뿐이다. _2권 60쪽
“너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그냥 갇혀 있어선 안 돼.” _2권 70쪽
“실패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었어요. 전 아직 배우고 있으니까요.” _2권 74쪽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은 사랑하는 이의 치어리더가 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를(혹은 그녀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_2권 95쪽
“당신이 나를 원래의 나와 다른 사람으로 머릿속에 상상하는 건 아닌가 걱정돼. 당신은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짝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계속 그런 여자를 꿈꾸는 것 같아. 내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야, 다만 나만의 특별한 점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지.” _1권 96쪽
“어떤 시에서 그러더군. 완벽한 사랑이란 사랑에 빠져 있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거라고.” _2권 98쪽
“널 사랑한단다.” 폴은 점차 멀어져가지만 아주 먼 훗날 폴이 이렇게 회상할 수 있으려면 내가 방금 한 말은 꼭 다시 들어야 한다. “어느 날 누군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정말 바로 그 순간부터 어떤 것도 실제보다 그리 나쁘게 생각되지 않았다.” _2권 132쪽
“우리는 대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하고 또 걱정하죠. 우리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모조리 후회하면서요. 우리를 방해하려 드는 것들이 있으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잘못이에요. 결국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_2권 133쪽
설령 저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문제가 대단한 사안은 아닐지라도 오늘날 이 번영의 시대에도 이 땅에 조정 가능한 불만과 불화의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인 듯하다. _2권 158쪽
모든 걸 다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한 것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 거야. 모든 걸 바로잡기란 불가능해. 결국 어떤 것들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야 한단다.” _2권 168쪽
“시뮬레이션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사무실에 남겨놓고 퇴근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들 모두가 천재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뮬레이션과 실제 인생이 별개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시뮬레이션은 결국 도구에 불과하다 이겁니다, 정말로요.” _2권 197쪽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죠.” _2권 204쪽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집들을 ‘목수의 추천’ ‘신혼부부를 위한 첫 번째 집’ ‘당신만을 위한 집’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집’ ‘절충 가능’이라고 홍보한다. 모두 시세가 점점 떨어져 손실을 안겨줄 집을 뜻하는 은어들이다. _2권 225쪽
사실 (죽을 때까지 살 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하려는 빈집을 둘러본다는 것은 신중한 확인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미쳐버리게 만들 점들이 가능한 한 최소한이기를 기대하며 대충 아무렇게나 훑어보는 절차에 불과하다. _2권 287쪽
하지만 난 항상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냈을 것이다. 왜냐하면 훌륭하고 대담한 죽음의 위험보다는 철조망, 비행기, 승강장, 다리, 육교, 창틀 같은 평범한 위험들이 나를 더 압도하고 내 신경을 훨씬 자극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앤이 말했던 바와 같이 나는 영웅이 아니다. _2권 325쪽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영구성의 바위에 닻을 내린 안정적이며 연속적인 실체로 느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실상 내막을 들여다보면(혹은 순전히 표면만 보더라도) 전혀 딴판이라는 것을 안다. 고요한 물결을 고대하며 격랑 위에 떠 있는 병처럼, 우리와 공동체는 그저 우연성에 닻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이를 계속 영구적인 것으로 유지하려는 바로 그 노력이 어쩌면 당신을 물속으로 가라앉게 만들지도 모른다. _2권 328쪽
부동산 일은 “많은 사람들, 좁은 공간, 제한적인 선택이라는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경험을 직접 다루게 되는 진정 미국적인 직업”인 것이다. _2권 329쪽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말을 하든 간에, 내가 누구와 결혼하고 내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는지가 세상이 나에 대해 아는 것—그런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이다—이자 내가 남에게 보여지고 이해되는 방식이며 심지어 내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_2권 348쪽